오스트리아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Forstau 여행, 그리고 하이킹

비엔나는 물론 말이 필요없는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오스트리아 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를 가진 도시는 아니다. 눈 덮힌 알프스 산맥, 소들이 뛰어노는 넓은 들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깨끗한 호수 그런 것들이 바로 오스트리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이자 오스트리아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오스트리아에 온 지 처음으로 그런 오스트리아의 진정한 매력을 맛 볼 기회가 생겼다. 파란 가을 하늘이 유난히도 예뻤던 지난 주, 친구들과 Salzburg(잘츠부르크)의 Forstau(포어슈타우)에 있는 작은 오두막을 렌트했다. 포어슈타우는 잘츠부르크의 작은 마을로 지리적으로는 Steiermark(슈타이어마크)와 잘츠부르크의 경계에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forstau13forstau1forstau8수많은 산과 들판을 지나서 도착한 Forstau의 첫 인상은 와, 시골이구나. 소들이 코 앞에서 풀을 뜯고 있는데, 여기는 소들도 정말 깨끗하기만 하구나.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들판, 그리고 그 중간에 자리하고 있는 우리의 사랑스러운 오두막을 보니 그저 감격스러웠다. 사진의 오른쪽이 우리가 머문 오두막이다. 정말 뷰가 아름다운 곳이다.  진작에 이런 걸 더 많이 보고 구경했어야하는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다. 혹시라도 이 오두막의 자세한 정보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다음 링크를 클릭하시길. Alpengasthof Draxler. 머무는 일주일 내내 날씨가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날씨가 좋은 날에는 주변을 산책하기도 하고 하이킹을 즐기기도 했다. 사실 하이킹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름다운 다흐슈타인의 절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후딱 지나가곤 했으니까.

DSC_7283DSC_7285forstau4forstau3산에 오르면 버섯들부터 시작해서 블루베리, 라즈베리 같은 것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산에 오를 때는 하나씩 따먹으면서 올라가고 내려오는 길에는 가져갔던 물병에 가득 담아와서 함께 가지 않은 친구들과 나눠 먹었다. 하이킹만 다녀오면 다들 손이고 입술이고 모두 퍼래져서는 돌아왔는데, 어린 시절의 향수 같은 것들이 떠올라 더 즐거웠던 것 같다. 그리고 클로버들 사이에서 (네잎 클로버는 못 찾았았지만 대신) 하트 모양의 풀을 찾았다. 어쩜, 누가 하트 모양으로 오려놓은 듯이 저렇게 반듯하게 하트 모양인지.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놀던 기분으로 여기저기를 신나게 뛰어 논 기분이다.

forstau5forstau6forstau7forstau11힘들게 정상에 오르니 다흐슈타인의 절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푸른 산맥들 너머로 보이는 눈 덮힌 다흐슈타인은 진짜 오스트리아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다흐슈타인의 반대편 슈타이어마크 쪽은 스키로 유명한 곳이란다. 원래 스키를 탈 줄 몰라서 한 번도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전 세계에서 스키 관광을 오는 오스트리아에 있는 만큼 올 겨울에는 스키를 한 번 시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 하이킹 코스라고 해서 따라나섰다가 5시간을 고생하고 하산하는 길, 다리는 조금 후들거렸지만 왠지 마음이 풍성해진 기분. 이래서 사람은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나보다. 뭔가 휑했던 가슴이 꽉 찬 기분이다.

forstau10forstau2forstau14forstau15아무리 아름다운 산도 해가 지고 나면 즐길 길이 없으므로, 저녁엔 술과 게임과 댄스타임이 이어졌다. Bluff와 Werwoolf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들. 그리고 이번 휴가동안 체스 두는 법을 배워서 일주일 내내 친구들과 실컷 뒀다. 아직 제대로 이긴 적은 없지만 승부욕은 계속해서 불타고 있다. 또 오두막 내에 있는 사우나 덕분에 하이킹과 음주의 피로를 효과적으로 풀 수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친구들, 술과 사우나가 있는 신나는 한 주는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친구들과 보낸 시간도 정말 소중하지만 무엇보다도 오스트리아의 진정한 매력을 맛 볼 수 있는 한 주 였기에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비엔나로 돌아온 지 이틀 째, 또 가고 싶다, Forstau!!

오스트리아 로컬와인을 맛볼 수 있는 축제, “WEINFEST GUMPOLDSKIRCHEN”

비엔나로 건너 온 이후로 정말 즐겨마시고 있는 오스트리아 각 지방의 로컬 와인들. 사람들의 와인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와인 관련 행사들도 참 많이 열리는 것 같다. 지난 봄, 비엔나의 Stammersdorfer에서 열렸던 와인 행사에 놀러 갔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Lower Austria의 Gumpoldskirchen에서 열린 와인 축제를 구경하러 갔다. 사실 이름만 축제지 행사의 규모는 작은 마을 한 골목에서 열리는 단촐한 행사라고 보면 된다. 아무래도 작은 규모의 와이너리들이 직접 운영하는 와인바우들이 밀집되어 있다보니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와인과 각종 간식거리들을 즐길 수 있어서, 굳이 행사 기간이 아니라도 놀러 가기 좋은 곳인 것 같다.

weinfest1weinfest2weinfest3weinfest4나와 일행들은 차로 Gumpoldskirchen에 미리 도착했지만, 기차를 타고 오는 친구들을 기다리느라 기차역에 잠깐 들렀다. 비가 올 거라는 예보때문에 걱정을 하면서 갔는데 하늘이 어찌나 파랗고 예쁜지 넋을 놓고 셔터를 눌렀다. 10분여 뒤에 도착한 친구들 일행들과 행사가 열리고 있는 골목으로 향했다. 입구에서부터 짐작되는 아담한 골목 사이즈. 크다고 좋은 축제는 아니지 않나.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광경에 사실 정말 깊이 감탄했다. 어느덧 가을 느낌이 물씬 풍기는 높은 하늘과 단풍나무의 색감이 얼마나 예쁘게 어우러지는지, 이건 실제 풍경인지 그림책 속의 한 페이지인지 구분 가지 않을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우선 축제의 전체적인 느낌을 살펴보기 위해 골목의 끝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weinfest8weinfest5weinfest6골목의 가장 안 쪽에 위치한 Weinbau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테이블 위에 축제관련 책자와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종이가 놓여 있었다. 전체 Weinbau들에 대한 지도도 첨부되어 있었는데 한 곳에서 딱 한 잔씩, 모든 Weinbau들을 둘러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축제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일요일이라 그런지 그렇게 붐비지도 그렇게 한산하지도 않은, 딱 좋은 분위기였다. 탁 트인 포도밭을 배경으로 와인을 마시자니, 와인 맛이 꿀 맛이었달까.

weinfest7weinfest9weinfest10weinfest11그렇게 한 군데 한 군데씩 들르며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간식거리들도 먹을 수 있었는데 여러가지 스프레드들과 빵을 함께 먹을 수 있는 기본 메뉴부터 치킨 바베큐까지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었다. 놀이동산처럼 총쏘기 게임을 하는 곳도 있었고, 한쪽 구석에 마련 된 작은 스테이지에서는 컨트리 음악도 연주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통 의상인 딘들(Dirndl)을 입은 사람들이 많아서 뭔가 더 시골스럽고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나도 한 벌 사서 입어보고 싶은데, 딘들은 다 핸드메이드라 한 벌에 200~300유로씩 한다. 너무 비싸서 포기. 한복도 없는데, 좀 오버긴 하지. 분위기가 무르익고 저녁이 다가올 무렵에 퍼레이드가 시작 되었다.

weinfest12 weinfest13 weinfest14사실 퍼레이드라고 해봤자 20~30명 남짓한 사람들이 우루루 지나가는 것이 다 이긴 했지만 그래도 골목이 워낙 작다 보니 그 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기엔 충분했던 것 같다. 마을의 깃발을 들고 선두에 선 사람 뒤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 와인의 왕과 왕비, 그의 시녀들까지, 하는 사람들도 즐겁고 보는 사람들도 즐거운 행복한 이벤트였다. 이렇게 소박한 볼 거리가 지나자 우리는 또 와인 마시기 삼매경. 마셔도 마셔도 샘솟는 우물물 같이 마셔도 마셔도 끝이 없는 Weinbau들.

weinfest15결국 열 대여섯군데 되는 Weinbau 투어는 끝까지 마치지 못했지만,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다들 다음 날 출근하는 월급쟁이 친구들이었지만 내일 걱정따위는 내일 해도 늦지 않다. 다들 8~9잔에서 마무리 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각 1병 정도 마신 거니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 그래도 음악이 있고 흥이 있고 신선한 와인이 있는 이런 축제를 누가 마다하랴. 이제 일요일은 좀 피하자고 이야기 하긴 했지만 그래도 또 일요일에 놀러나갈 거 나는 다 알지롱. 그래도 당분간 와인 생각은 안 날 것 같긴 하다. 집에 갈 즈음 되어서는 비가 부슬부슬 오기 시작했다. 낮동안 예쁜 날씨를 지켜 준 하늘이 왠지 고마웠다.

그라츠(Graz)의 탯줄, 무어(Mur)강

시계탑에서 내려온 뒤 시내로 향하는 길에 미처 보지 못했던 곳들을 마저 살펴보기로 했다. 그 중 첫번째 코스는 그라츠의 탯줄, 무어강.  사람들이 비엔나하면 도나우 강을  떠올리듯이 그라츠에는 무어강이 있다. 시계탑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무어강은 그라츠 시내 전체를 통과해서 흐르고 있다. 물줄기를 보내는 내내 대지, 강, 자연 같은 단어들이 떠오르면서 뭔가 경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graz38graz39graz40graz41친구들이 무어섬(Murinsel)에 간다고 해서 처음엔 엄청 큰 강 줄기에 섬까지 있는건가, 그라츠의 여의도 정도 되는건가, 온갖 기대를 하고 따라갔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보니, 첫 번째 사진이 바로 무어섬이라는 거다. 아니 얘들이 지금 장난하나. 이게 무슨 섬이야, 그냥 물 위에 떠있는 장식품 같은거지. 그래도 나름 무어강을 상징하는 중요한 건축물이고 도시의 의미있는 랜드마크 중의 하나란다. 무어섬 내부에는 연인들만을 위한 장소도 있고, 카페도 있다. 물 위에 떠 있다는 사실 자체를 감상하면서 차 한잔 마시기에 딱 좋은 장소인 듯하다. 최근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를 물바다로 만들었던 홍수사태 때문에 물줄기가 아직도 많이 거센 편이었다. 다리 위에 서서 무어섬을 감상할 때는 현기증마저 날 지경이었다. 그래도 도시 한 가운데 이런 아름다운 장소가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graz43graz44graz42graz45graz46무어섬에서 센터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커다란 교회가 보였다. 교회 앞에는 어김없이 정체모를 건축자재들이 쌓여 있었다. 이 놈의 징크스. 더 예쁜 사진은 포기, 내부 구경은 생략하고 계속 걸었다. 구석구석 거리 이름들을 보니 비엔나와 닮아 있는 이름들이 많이 있었다. 심지어 완전히 똑같은 거리 이름들도 많이 있었는데, 비엔나 출신의 친구들이 볼 때는 참 웃겼나보다. 일례로 Mariahilferstraße는 비엔나에서 가장 큰 쇼핑의 거리인데, 그라츠의 Mariahilferstraße는 정말 조그만 골목이었다. 별 특별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또 한가지 놀라웠던 것은 무어강에 놓인 다리들 중 하나에 우리 나라 남산타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연인들의 자물쇠 행렬이 딱. 자물쇠에 서로의 이름을 적고 소망들을 적어서 다리 철망에 꼼꼼히도 채워놓고 간 것을 보니 아, 이제 말하기도 입아프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가보다.

graz49graz50시내 구경 중에 잠시 신발 가게에 들렀다. 친구들에게 생일 선물로 신발을 받기로 해서 구경이나 할 겸 해서 들렀는데 이것 저것 신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게 있어서 사 버렸다. 점원 언니도 친절했고 또 좀 너무 많이 신어보기도 했고. 아무튼 그런 게 있다. 여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사야할 것 같은 그런 분위기. 그래도 신발은 정말 마음에 든다. Tamaris라는 이태리 브랜드인데, 중저가인 가격에 비해서 디자인도 이쁘고 질도 좋다. 고마워, 얘들아.

graz51graz52다음으로 향한 곳은 Mausoleum. Ferdinand II의, 말하자면, 무덤이다. 우리나라에는 “릉”이 있고, 이 곳엔 Mausoleum이 있는 것. 그라츠의 관광 포인트 중의 하나로 시계탑에 표시되어 있기도 했고, 또 우리가 가고 싶었던 대성당 바로 옆에 있었으므로 그냥 잠깐 스쳐서 지나간 거나 마찬가지.

graz53graz54graz55graz56여기가 바로 우리가 보고 싶었던 대성당인데 내부에 들어갈 수도 없고, 전체 풍경을 사진에 담을 수도 없어서 슬펐다. 벽이랑 정원만 실컷 보다 왔다. 그라츠의 골목 골목에는 비엔나에선 볼 수 없는 알록달록한 꽃들이 정말 많았다.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왔을 뿐인데도 참 분위기가 다르구나 싶었다. 특히 이 날, 대성당 정원에 있는 꽃 하나가 정말 너무 신기하게 생겨서 사진만 한 20분정도 찍었나보다 . 마이크도 됐다가 샌드백도 됐다가, 꽃 한송이에 얼마나 깔깔대고 웃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재밌다. 아무리 봐도 신기하다. 저건 대체 무슨 식물일까.

graz57graz58드디어 그라츠 시내의 마지막 관광 포인트, 오페라 하우스. 비엔나의 오페라 하우스에 비하면 조금 수수하다만 그래도 나름 분위기 있다. 마침 이 날 무슨 댄스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어서 정장을 한 사람들이 오페라 하우스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건물 앞 작은 분수대에서 애들이 첨벙거리며 놀고 있었는데 그냥 그 사이를 뚫고 다이빙 하고 싶었던 것만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해괴하게 생긴 저 철조물은 그라츠 버전 자유의 여신상이란다.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 갔으면 놓쳤을 여러가지 포인트들을 같이 간 친구들 덕분에 놓치지 않고 감상 할 수 있었다. 이래서 가이드가 필요한가보다.

하루 일정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구석구석 잘 구경한 알찬 여행이도 했다. 그라츠라는 도시 자체가 그렇게 크지도 않지만 이미 그라츠 시내를 제 집 앞마당 보듯이 훤히 꿰둟고 있는 친구 덕분에 가장 효과적인 코스로 구경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생일 같은 중요한 날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을 볼 수 없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그래도 이렇게 물 건너 다른 곳에서 만난 친구들이 나만을 위한 여행을 마련해주니 그것 또한 나쁘지 않은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이 곳에 머무르는 동안은 정말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들을 많이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라츠(Graz)의 상징물, 시계탑(Uhrturm)

여느 도시나 다 그 도시를 상징할만한 상징물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파리에는 에펠탑이 있고, 피사에는 피사탑이 있지 않나. 그라츠에는 바로 이 시계탑(Uhrturm)이 그러한 상징물이다.그라츠에 관광 하러 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이 곳에 와서 사진 한장 씩은 찍고 가기 마련. 여기까지와서 시계탑을 보고 가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발걸음에 흥이 실렸다.

graz20graz21graz22graz23시내에서 타워로 올라가는 길은 도보로 올라가는 언덕 쪽 길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법 두 가지가 있는데, 도보로 올라가도 10분 15분이면 충분한 거리이므로 엘리베이터는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당신이 사지가 멀쩡한 젊은이라면 더더욱. 언덕을 오를 때 경치가 얼마나 예쁜지, 나무들은 또 얼마나 아름답게 서 있는지. 그것 또한 충분히 아름다운 구경거리이므로 꼭 감상해야 된다고 본다. 언덕을 끝까지 오르면 이 지형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다. 우리 나라로 치면 산성.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참 어딜가나 다 비슷한 거 보면 정말 신기하다. 사람 사는 곳은 정말 다 똑같은 가보다.

graz24graz25graz26graz27P6152901산성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시계탑이 보인다. 장난감처럼 예쁘게 생겼다. 우리가 읽는 동화가 서양의 것이다보니 그런 인상을 받는 것도 있겠지만, 이런 아기자기하고 예쁜 유럽의 건물들을 볼 때마다 마치 동화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설명을 읽어보니 이 시계탑은 그라츠에서 가장 높은 건물 일 뿐만 아니라 가장 오래 된 건물이기도 하단다. 몇 백년도 더 된 시계탑이 저렇게 아름답게 잘 보존 되어 있는 걸 보니 참 부럽다. 우리 나라의 아름다운 옛 건물들은 다 어디 간 건지. 개발이다 뭐다 다 허물지만 않았어도 정말 우리만의 독특한 것을 잘 보존할 수 있었을텐데, 돌이켜보면 우리가 참 무지했다. 다른 관광객들과 마찬가지로 시계탑 앞에서 친구들과 인증샷을 남겼다. 버스데이 걸을 위해 독특하게 찍어야 된다며 굳이 무거운 나를 들어올렸다. 아, 진짜, 창피하게. 안돼 안돼 하다 찍혀버린 어정쩡한 샷. 그래도 지나면 다 추억이겠지.

graz28graz29graz30사진에 보이는 시계탑 뒤쪽으로 가면 이런 풍경을 감상할 수가 있다.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지는 아름다운 시티 뷰. 파랗게 높아있는 하늘과 함께보니 더 아름답다. 그리 넓지 않은 그라츠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두 번째 사진 중간에 유독 눈에 띄는 현대식 건물은 1999년 그라츠의 Old Town이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에 지어진 미술관으로 Peter Cook와 Colin Fournier이 디자인 했단다. 심장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데, 뭔가 주변 경치와 딱 어울리지는 않는 느낌이다. 보는 눈은 다 똑같았는지 이 건물이 지어질 당시 고풍스러운 주변 경치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냐며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뭐든 완벽한 게 어디있나. 이 건물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그라츠는 그라츠만의 매력을 가졌겠지.

graz31graz32graz33거리 관광에 이어서 시계탑까지 올랐더니 어찌나 기운이 빠지고 목이 마르던지. 다행히 시계탑 위로 카페가 있다고 해서 가보았다. 정말 멋진 뷰를 가진 최고의 카페인데, 불행히도 그 멋진 뷰를 가진 최고의 자리는 다른 손님들에게 완전히 점령당해 있었다. 무슨 가족 행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밴드까지 불러서 난리 법석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오스트리아 전통 음악도 듣고, 딘들을 입은 사람들이 춤추고 노래하면서 노는 모습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나라로 치면 누구 생일 때 한복 입고 아리랑 부르는 건데, 오스트리아라서 그런지 내 눈에는 신기하고 멋져보였다. 근처 농장에서 바로 받아서 판다는 사과 주스를 한 사발 했더니 갈증이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하아, 내겐 하루가 아직도 남았으므로. 얼른 얼른 움직이자.

graz35graz36graz37시내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올라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길로 내려왔다. 굳이 말하자면 지름길.  마지막 사진 안 쪽으로 보이는 동굴 같이 생긴 곳이 시계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곳이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정말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이니, 어디 다쳐서 아픈 게 아니라면 그냥 올라가자. 이제 무어섬과 몇 군데만 더 돌아보면 관광도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 배도 고픈 것 같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입이 댓발 나와서 힘들다고 찡찡 댔겠지만 이 날은 그냥 너무 행복해서 그런 것도 모르고 정말 열심히 걸어 다녔다.

고풍스러운 매력 물씬, 그라츠(Graz) 시내 관광

지난 주말 생일을 맞은 나를 위해 친구들이 깜짝 여행을 준비해 주었다. 목적지는 평소 내가 가보고 싶어했던 오스트리아 제 2의 도시 Graz. Upper Austria로는 종종 여행을 다녔지만, Steiermark로는 처음 가 보는 거라 무척 설렜다. 블로그에 소개하고 싶어 얼마나 사진을 찍었는지 당일 치기 여행에 사진만 500장이 넘게 남았다. 덕분에 Graz에서 본 것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포스팅 할 수 있을 것 같다.비엔나에서 그라츠까지는 차로 1시간 4,50분 정도 거리. 여행때문에 일찍 일어나서인지 피곤이 몰려와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차가 이미 그라츠에 접어들고 있었다.

graz3 graz4 graz5 graz6차를 근처에 주차하고 그라츠의 센터, Hauptplatz로 향했다. 이름을 그대로 풀이하면 주광장이라는 뜻인데, 그 말이 딱 맞다. 이 곳은 그라츠의 모든 교통이 교차하는 교통의 메카. 비엔나와는 다른 모습의 시가전차와 버스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 나라도 지방마다 버스 색깔도 다르고 지하철도 다르지 않나.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인가보더라. 살짝 옆 동네로 왔을 뿐인데 트램도 버스도 낯설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한걸음 내딛을때마다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에너지 보충을 위해 젤라또 하나씩을 사서 물고 다시 출발.

graz7graz8 graz9그라츠의 메인 쇼핑 거리이자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Herrengasse로 접어들자마자 민트색의 이국적인 지붕을 가진 건물이 보였다. 유럽에서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성당 건물. 내부까지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나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으므로. 그리고 별로 흥미롭지 않았으므로. 그냥 외부 사진만으로 만족. 허나 골목이 좁아서 외부 사진 또한 완벽하게 찍을 수는 없었다. 건물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 들어가서 볼 만할지도.

graz10graz11graz13graz12Herrengasse를 따라 시청 쪽으로 쭉 걸어가다보니 아기자기하게 예쁜 건물들이 쭈욱 늘어서 있었다. 뭔가 폴란드의 Wrocław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었다. 뭐라고 딱 찝어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모양이랄까 느낌이랄까 하는 것들이 닮은 듯했다. 날이 많이 덥기는 했지만 그래도 화창하게 예쁜 날이어서 그런지 정말 시내에 사람들이 많았다. 이 사람들이 다 그라츠 시민들인지 아니면 관광객들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여튼 거리가 북적북적허니 놀러온 기분이 확 들어서 좋았다. 마지막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벽면 전체가 페인팅 되어 있는 게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Gemaltes Haus (“painted house”)란다. 1742년에 Johann Mayer라는 사람이 전체 벽면에 벽화를 그렸다는데 색감이랄까 느낌이랄까 이런 것들이 너무 내 스타일. 카페의 파라솔마저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graz14 graz15grazgraz0길을 따라 걷다보니 드디어 시청(Rathaus)이 보였다. 언제 지어진 어느 풍의 건물인지 그런 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정말 예쁜 건물이었다. 다만 다시 찾아온 나의 관광 징크스. 내가 관광가는 곳엔 늘 뭔가가 수리 중이거나 무슨 일이 있어서 건물이 가려지거나 암튼 그 모양이다. 이 날도 도시에 마라톤 행사가 열려서 시청 건물 앞에 무언가 설치되어 있었다. 전체 건물의 사진을 예쁘게 남길 수 없어서 정말 아쉬웠다. 시청 건물이랑 사진 찍기는 글렀으니 시청 앞 광장의 동상이라도. 큰 동상을 둘러 싸고 있는 네개의 작은 동상들은 그라츠를 통과해 흐르고 있는 강들을 의미한단다. 분수대라도 하나 있었음 정말 좋았으련만. 정말 너무 더웠다.

graz16 graz17 graz18 graz19광장 너머로 보이는 이 골목 또한 시내에서는 “오래된 골목”으로 유명한 골목, Sporgasse이다. 이 골목 또한 쇼핑을 즐기기에 적합한 곳으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골목이 ‘매우’ 좁았는데 이게 또 좁아서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 이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는 뭐가 있나 상상력을 자극했다. 하지만 제한 된 시간에 모든 것을 다 볼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고. 나와 일행은 그라츠의 상징물과도 같은 시계탑(Uhrturm)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라츠에도 구석구석 정말 매력적인 장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한 관광을 굳이 비교하자면 서울에 온 관광객들이 명동을 보고 가며 아 이게 서울이구나,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물론 모든 것을 다 보지 못했다고 해서 나쁜 관광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관광은 어디까지나 관광일 뿐. 내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이 모든 일정을 준비해 준 친구들의 예쁜 마음이 그라츠보다 더 빛난 하루였다.

귀여운 Upper Austria의 마을, Vöcklabruck.

비엔나에서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다른 도시를 구경다닐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주머니 사정 빡빡한 학생 입장에선 조금만 움직여도 다 돈이라 맘 놓고 여행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은 봐야되지 않겠나.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았던 3월의 어느 주말, M의 부모님이 사시는 Upper Austria의 작은 마을 Vöcklabruck에 다녀왔다.

IMG_4072IMG_4078vocklabruck10새로 생긴 Westbahn을 이용했다. Westbahn은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사이의 구간만을 운행하는 고속 열차이다. 하지만 기존의 ÖBB와는 달리 Vocklabruck역에 정차를 하지 않으므로 Attnang역에서 내려서 이동해야 한다. 그 부분이 조금 번거롭지만 사실 그것만 빼면 Westbahn은 매우 편리했다. 우선 표를 미리 살 필요가 없이 열차에 탑승 한 뒤 직원에게 구매하면 된다. 물론 자리를 미리 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앉아갈 수 없을 정도로 열차가 혼잡하지도 않다. 또한 새 열차라 시설이 깨끗하고 좌석도 넓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한 시간 반만에 Attnang에 도착했다.

vocklabruck1vocklabruck2Attnang역에서 Vöcklabruck까지는 차로 10분 거리.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비엔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아기자기한 매력이 느껴졌다. 비엔나의 보통 건물들도 4~5층이지만 비엔나에는 큰 건물들이 조금 더 많다. 서울과 비교하자면 비엔나도 촌 동네이지만, 비엔나와 비교하니 Vöcklabruck도 만만치 않게 시골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 시골 마을하고는 또 조금 다른 느낌. 아무래도 건물들이 조금 더 예쁘다.

vocklabruck3vocklabruck4vocklabruck5Vöcklabruck이라는 지명을 처음 들었을 때 영어의 “brook”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면서 무언가 시내와 관련 된 지명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예감이 맞았다. Vöcklabruck에는 Vöckla라는 개울이 마을을 통과해 흐른다. 여름엔 Vöckla 개울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고 근교의 공원에서 산책을 할 수도 있다. 또한 Vöckla를 따라서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여느 마을의 개울이 그러하듯 Vöckla 개울도 Vöcklabruck이란 마을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vocklabruck6vocklabruck8이 곳이 Vöcklabruck의 중심가이다. 센터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할만큼 작지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사진의 중심부에 보이는 시계탑은 “Oberer-Stadtturm”이라고 한단다. Vöcklabruck의 상징물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시계탑 근처로는 오스트리아의 주 은행 지점들과 크고 작은 옷가게들이 밀집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 이 마을에 살라고 한다면 답답해서 못할 것 같기는 하다. 아기자기하고 깨끗하고 예쁜 마을이지만, 이미 너무 도시 생활에 익숙해져서인지 당장은 불편할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아이들 키우기에는 참 좋은 도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vocklabruck7vocklabruck9슈퍼마켓, 베이커리부터 시작해서 호텔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미니어쳐 같이 작고 아기자기한 마을, Vöcklabruck.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한 번쯤은 방문해볼만 한 곳이다.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오스트리아의 소도시를 구경하고 싶다면 Vöcklabruck을 한번 방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