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아름다운 궁전, 쉔브룬 궁전(Schloß Schönbrunn)
우리나라의 궁하면 경복궁이 떠오르듯이 비엔나의 궁전하면 바로 쉔브룬 궁전이다. 쉔브룬 궁전은 아름다운 정원으로도 유명하지만 궁전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큰 공원이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운 좋게도 쉔브룬 궁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지내고 있어서 날씨 좋은 때 산책 삼아 종종 이 곳을 거닐곤 한다. 1년 365일 관광객들과 시민들로 꽉 차 있는 궁전. 여름 밤이면 클래식부터 롹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콘서트가 열리는 궁전. 아끼고 쳐다만 보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공존하는 살아있는 궁전이다.
이 곳을 처음 방문 했던 것은 2009년. 첫인상은 와 너무 넓다. 빨리 여기 보고 다른 데도 봐야 되는데 너무 커서 봐도봐도 끝이 안 나던게 생각난다. 끝은 보이는데 끝까지 갈 엄두가 안나는 정도의 사이즈랄까. 내부에 있는 동물원도 구경하고, 식사도 내부에서 해결하고, 콘서트도 보고, 공원도 다 둘러보려면 사실 하루를 꼬박 다 써도 모자랄 판. 그냥 궁전을 포함해 공원 산책만 해도 반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그만큼 큰 규모의 궁전이다. 구석구석 돌아보니 더 감탄이 나온다. 관리가 안되어 있거나 못난 곳이 한군데도 없다. 그냥 찍어도 다 그림이 될만큼 아름답다.
이 곳이 아름다운 쉔브룬 궁전의 정원. 한쪽 끝과 다른 끝이 얼마나 먼 지 두 장의 풀 샷을 찍기 위해 정말 열심히 걸었다. 이 두 장의 풍경이 광광객들이 가장 많이 찍는 사진의 풍경이라고 보면 될 듯. 2월에 처음 비엔나에 도착해서 찾았던 쉔브룬 궁전은 눈발을 머금은 하늘과 추운 날씨 때문에 이렇게 예쁘지 않았었는데. 날씨가 따뜻해지자 꽃들도 만발하고 하늘도 너무 예뻐서 인물이 난다, 인물이 나. 여기까지가 여태 내가 구경했던 쉔브룬 궁전의 풍경. 저 뒤로 보이는 언덕으로는 올라갈 엄두도 못 냈었는데 오늘은 얘기가 다르다. 여기까지 왔고 시간도 많으니 당연히 올라가봐야지.
조금씩 언덕을 오를 때마다 쉔브룬의 풍경이 조금씩 더 많이 보인다. 끝까지 올라가면 대체 어떤 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다려졌다. 아 정말 오늘따라 날씨가 왜 이렇게 좋은거지. 하늘과 구름과 정원의 나무들과 궁전의 풍경이 그냥 한폭의 그림 같다. 황홀해라.
제일 처음 정상에 올랐을 때 보였던 것이 바로 이 건물과 물에 비친 하늘의 뷰. 여기가 이승인지 무릉도원인지 구분되지 않을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The Gloriette라고 하는데 부속건물이란 뜻이란다. 높은 지대에 주변을 보기 좋은 모양으로 서 있는 폼이 우리나라의 정자 같기도 하다. 건물 위에 오르면 좀 더 높은 곳에서 쉔브룬 궁전과 도시의 뷰를 감상할 수도 있다. The Gloriette에 넋이 빠져있다가 뒤돌아 궁전을 바라보니, 이게 바로 진정한 쉔브룬의 진정한 뷰다. 궁전 건물과 비엔나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정말 이 곳에 누군가가 살았던 당시를 상상해보니 정말 더 짜릿하다. 몇 백년 전에는 훨씬 더 장엄한 느낌이었겠지.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문구가 저렇게 떡하니 있는데도 사람들은 잔디밭에 드러누워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 중이었다. 얼핏 보면 자유롭고 아름다운 풍경같지만 그래도 엄연히 불법. 정말 하지 마라는데 참 말 안 듣는다.
들어올 때는 정원 쪽으로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조금 다른 쪽으로 나가기로 하고 보지 않았던 곳을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울창하게 궁전을 메우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무언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다람쥐다. 청설모 같았다. 풀냄새가 그윽하니 공기가 다르다 싶더니 이런 애들도 살만큼 깨끗한 곳인가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나 나올 법한 미로 같은 나무 숲도 구경하고, 구석 구석 숨어있는 조각들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쉔브룬 투어가 끝이 났다.
도심 한 가운데 이런 큰 규모의 아름다운 궁전이 있다는 건 정말 감동적인 일이다.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장소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오픈하고 활용하는 것도 정말 잘하는 일인 것 같다. 물론 이런 외국의 궁전들은 우리 나라의 궁과 비교했을 때 좀 인위적인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자연 속에서 마치 그 일부분인듯이 조화되어 있는 우리 나라의 고 건축물들이 가진 매력이 이 곳에는 없다. 하지만 우리와는 다른 그것이 또 다른 멋이 아니겠나. 아이러니컬 하지만, 오히려 밖에 나와있을 때 우리의 것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더 뼈져리게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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