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건축 예술의 랜드마크, Hundertwasserhaus.

유럽의 유명한 건물이라고 하면 대부분 역사가 오래 된 성당이나 궁전 같은 건물들을 주로 떠올리게 되는데, 오늘은 비엔나 건축 예술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현대 건물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이름은 Hundertwasserhaus. 이름의 유래는 심플하게 Hundertwasser라는 사람이 지어서 Hundertwasserhaus. 한국어 독음을 굳이 달자면 훈데르트바써하우스인데, 실제 발음과 차이가 많이 나므로 그냥 언급만 하겠다. 사실 이 곳은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거쳐가는 비엔나의 관광명소이다. 관광명소답게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hundertwasserhaus1hundertwasserhaus2hundertwasserhaus3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이 건물을 유래를 조금만 살펴보자. 조사를 좀 했다. Hundertwasserhaus는 현대건축가인 Hundertwasser가 설계하여 지은 주택건물로서 1983-85년에 완성되었다. 화가로써 경력을 시작한 Hundertwasser는 점차 건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건축에 대한 책을 쓸 정도로 전문가가 되었다. 그러던 중 1977년에 비엔나 시장인 레오폴드 그라츠(Leopold Gratz)와 연방수상인 브루노 크라이스키(Bruno Kreisky)에서 서한을 보내어 자기의 건축 아이디어를 실현할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고, 그렇게해서 이 건물이 지어졌단다. Hundertwasser는 이 건물을 통해서 인간의 독특한 개인성과 조화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하는데, 건물을 직접 보면 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건물의 모든 선은 곡선으로 이루어져있고, 대칭을 이루는 부분이 하나도 없으며, 건물 안에는 실제 나무를 심어 가지가 자유롭게 뻗어나가도록 했단다. 창문 하나, 테라스의 디자인 하나, 기둥 하나도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hundertwasserhaus4hundertwasserhaus5hundertwasserhaus6hundertwasserhaus7물을 가장 아꼈다는 Hundertwasser는 아파트 앞에 12성좌 모양의 금빛 분수로 물에대한 애정을 표현했다고 한다. 특이하고 아름다운 분수대 주변은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59가구가 입주할수 있으며 일반 사무실도 있다는 Hundertwasserhaus. 지붕에는 19개의 루프 테라스도 있다. 설계 당시에 입주할 사람들의 취향과 의견까지도 반영해서 각 가구를 디자인 했다고 하는데 정말 이 건물은 한 건축가의 영혼이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지금도 이 건물은 관광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는 거주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집 값은 아무래도 어마어마하게 비싸겠지. 이런 예술적인 건물을 보고도 집값을 떠올리는 나만 속물인가. 1층에는 기념품 및 관련 예술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무실도 위치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hundertwasserhaus8hundertwasserhaus9hundertwasserhaus10건물 중간에는 다음과 같은 빈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에는 큰 나무가 자라고 있다. 보이는데만 다르게 만든게 아닌가해서 안보이는 곳을 굳이 찾아서 봤는데, 역시나 한 공간도 똑같은 부분이 없다. 담벼락에 붙은 담쟁이 넝쿨 하나하나까지도 모두 설계자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하니 소름이 끼칠 정도. Hundertwasser는 이 건물 설계에 대한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만일 이 건물이 세워지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어떤 흉칙한 건물이 들어섰을 것인데 그것을 막았다는데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주장했다고 하는데 정말 대단한 자신감이다. 하지만 여느 천재들이 가지고 있는 그런 호기같은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가 지은 건물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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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이 적혀있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이므로 내부 공간은 구경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해한다. 다만 좀 궁금할 뿐.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문 틈으로 보이는 복도 사진 한 장 찍었다. 내부도 역시 독특하다. 이런 곳에 살면 어떤 기분일까 새삼 궁금해졌다. 똑같은 건물 똑같은 구조의 집에 수백만명이 살고 있는 한국의 사정을 생각해보니 뭔가 더 짠한 기분이 든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취향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자신이 살 곳을 꾸밀 수 있을만한 여유가 있는 세상이 온다면 참 좋겠지.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이 Hundertwasserhaus가 더 특별해지는 거 아니겠나. 그런 의미에서 Hundertwasserhaus는 매일 매일 부딪히는 현실 속에서 잠깐 꿔볼 수 있는 현대인의 백일몽 같은 장소라고 할 수 있겠다.

폴란드식 만두, 피로기(Pierogi) 만들기

M의 부모님은 폴란드에서 이민 와 오스트리아 정착하신 분들로 아직도 폴란드 가정의 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계신 분들이다. 오스트리아에 와서 오스트리아 음식 먹기도 바쁘긴하지만, 내가 언제 또 폴란드식 만두를 만들어 보겠나. 기회가 있을 때 잘 배워둬야지. 피로기는 우리나라의 만두 같은 음식으로 폴란드 가정에서 아주 자주먹는 가정식 중의 하나이다. 소로는 여러가지 재료를 넣을 수가 있는데 오늘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해 먹는 감자 소를 넣어서 만들어 보았다. 사실 고기만두 김치만두 같은 것들이 먹고 싶은 심정이어서 더 의욕이 넘쳤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따라 뜨끈한 만두국이 한 접시 하고 싶네. 멸치 다시물에 계란 솔솔 풀어서 뜨끈하게.

pierogi3pierogi1pierogi2우선 소에도 들어가고 토핑에도 들어가는 베이컨 손질부터 시작한다. 베이컨을 아주 작게 자른 다음 후라이팬에 물을 조금 넣고 베이컨을 끓인다. 고소한 냄새와 함께 지글지글 베이컨의 기름이 베어 나올 때쯔음, 역시 아주 잘게 자른 양파를 넣고 함께 끓인다. 이미 이 냄새만으로도 배가 고파온다. 숟가락으로 마구 퍼먹고 싶은 치명적인 향기. 하지만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선 참아야 한다.

pierogi4 pierogi5 pierogi6pierogi7그리고 물에 푹 삶은 감자를 으깬 다음 거기에 코티지 치즈(Cottage Cheese, 독일어로는 Topfen)와 미리 만들어 둔 베이컨을 절반 정도 넣고 섞는다. 간은 소금과 후추면 되는데 후추를 많이, 아주 많이 넣는 것이 포인트. 감자 고로케의 소 같은 맛이 나기도 하고 아무튼 맛있다. 물론 우리 나라의 만두의 일반적인 소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피로기도 고기 소를 넣기도 한다고 하는데, 손도 많이 가고 번거로워서 감자 소가 들어간 것을 더 자주 해 먹는다고 한다.

pierogi8pierogi9 pierogi10pierogi11이제 중요한 반죽을 만들 차례. 아무래도 주부님이 설명을 해주다보니, 정확한 양을 설명해주는 건 좀 힘들었던 것 같다. 나도 우리네 엄마들이 말해주는 것 처럼, 많이, 조금, 적당량 등의 표현으로 배워서 그러니 정확한 양이 없더라도 그냥 사진을 보면서 참고하시라.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나이프로 슥슥슥슥 문지르니 조금씩 반죽이 단단해진다. 만두피 만들 때 우리는 좀 숙성을 시키지만, 피로기는 그런 숙성과정 없이 반죽하자마자 바로 요리 하면 된다.

pierogi12 pierogi13 pierogi14반죽을 밀대로 살짝 밀어서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원하는 모양으로 빚어준다. 사실 우리 나라 만두처럼 예쁘게 만들고 싶었는데 만두 만들 때 그 느낌이 아닌거라, 반죽이. 만드는 것마다 너무 못생겨서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뭐 맛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처음 만드는거니, 모양 같은 건 쿨하게 넘어가자. 주부인 M의 어머니가 평소 요리하시던 양대로 만드시는 바람에 너무 많은 양의 피로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남으면 남은대로 또 먹으면 되니 걱정없다.

pierogi15 pierogi16피로기 빚기가 다 완성 되었으면 끓는 소금 물에 넣고, (아줌마의 말을 빌리자니) 피로기가 물 속에서 헤엄치듯 할 때까지 데쳐준다. 그리고 아까 만들어 놓은 베이컨 양파 토핑에 버터를 살짝 넣고 데운 다음 그걸 피로기 위에 얹어 준다. 비주얼 너무 상큼하지 않나. 사진에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반죽은 그냥 수제비 맛이다. 해물 수제비 먹고 싶네. 그리고 속은 아까 살짝 설명 했듯이 감자 고로케 소 같은 그런 깊은 후추의 맛이랄까. 말로만 들으면 맛이 잘 상상이 안 갈지도 모르겠지만 겉과 속의 맛이 제법 잘 어우러진 맛있는 음식이다. 토핑에 넣은 버터가 고소한 향을 더해주기 때문에 식감을 더 자극한다. 저래뵈도 서너개 먹으면 배가 부른 비용 효율적인 음식. 대여섯명이 먹을 양을 만들어도 원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가난한 학생에게는 최고의 음식인 듯. 외국에 나와있는 김에 이렇게 여러 나라의 음식과 문화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지 않나. 굳이 외국 생활 하면서 밥 해먹고 김치만 먹는 것도 바보짓이다. 다른 곳에 같으면 다른 것을 경험해봐야지. 그 맛에 또 여기저기 다니는 거고. 다음엔 또 뭘 만들어 볼까나.

바이오 베이커리, Joseph (Brot Vom Pheinsten)

우리나라도 요즘 유기농이다 뭐다 신선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 곳 사람들은 정말 건강하게 먹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신념이 있고 삶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Bio-” 제품을 찾는다. 우리 몸을 자동차와 비교하자면 음식은 연료와도 같단다. 질 나쁜 싸구려 연료만 넣다 보면 자동차도 수명이 줄어들 듯이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우리 몸도 쉽게 병들지 않겠나. 그 이야기를 듣고보니 뭐 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이 유기농 음식 타령하기 힘든 것은 안다. 하지만 세상에 신념만 있으면 못할 것도 또 없다고 본다. 수준에 맞지 않게 오버하지 않는 정도에서 자신의 건강에도 좋고 음식문화 선도에도 좋고 생태계 환경에도 좋은 바른 먹거리 찾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joseph1joseph2얼마 전 오스트리아의 별미들을 포스팅 하면서 Leberkäse와 Käsekreiner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는데 그 때 먹었던 게 이 베이커리가 만든 Bio-Leberkäse와 Bio-Käsekreiner였다. 한 전시회와 연계한 이벤트에 불과했지만 정직하게 만든, 맛 좋은 음식을 맛 볼 수 있어서 참 인상 깊었었다. 물론 보통 가게나 가판대에서 사 먹을 수 있는 가격의 두배나 하는 건방진 가격도 인상 깊었다. 그래서 이번엔 이 베이커리를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Ersten Bezirk (제 1구역)에 위치하고 있는 이 베이커리는 사실 그 위치 때문에도 가격이 저렴할 수가 없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이 곳을 찾는 이유는 뭘까. 심플한 외관에 숨어있는 이 베이커리의 진짜 매력이 궁금해졌다.

joseph6joseph4내부는 그렇게 넓지 않았다. 하지만 한 눈에 봐도 다른 베이커리들에 비해 고급스러운 것이 느껴진다. 핸드메이드 요거트, 잼부터 시작해서 페스토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 앞에 Bio-가 붙어있다. 들어가자마자 줄을 서야 했는데,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다른 손님들이 들어올 만큼 장사가 잘 되는 집이었다. 일단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 빵 맛이 정말 궁금해졌다.

joseph3joseph5joseph7joseph8내 차례를 기다리며 주변을 한바퀴 쓰윽 둘러보니 가격이 기가 찬다. 손바닥만한 잼 한 통에 우리나라 돈으로 만 삼천원, 만 사천원 정도. 그래도 이 것들을 못 사먹어서 사람들이 안달을 한다 그 말이지. 1초간 내가 다른 사람들의 돈지랄에 말려든 건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다. 아직 먹거리에 대해 그렇게까지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고 있는 나로서는 그런 생각이 들만도 하다. 하지만 좋은 음식은 내 몸의 연료다 라는 말을 되새기며, 일단 왔으니 뭐라도 시도해 보기로 했다.

joseph9joseph10핸드메이드 Semmel 2개와 과 Dunkelbrot 한 덩이를 샀는데 돈이 8유로다. 이런 날강도들. 맛 없으면 죽을 때까지 저주를 해주마 하고 가게를 나섰다. 그 날 저녁 부푼 가슴을 안고 Dunkelbrot을잘라보았는데, 딱딱한 겉과는 완전 딴 판인 보드랍고 촉촉한 속이 일단 합격점. 씹을 때마다 쫀득쫀득하니 여러가지 씨들이 씹히는 게 버터만 발라 먹어도 그 깊은 맛이 느껴졌다. Semmel의 경우도 슈퍼에서 파는 것과는 수준이 다른 그런 맛. 사실 우리나라에서 사 먹는 일반 베이커리 빵들도 얼마나 화학 물질이 많이 들어가 있나. 빵을 오랫동안 보관하게 하기 위해 넣는 방부제들부터 시작해서, 속속들이 다 알면 아마 그렇게 맛있게 먹기 힘들거다. 더군다나 이 곳 사람들은 빵을 주식으로 먹으니 그런 거에 더 민감한 것이 사실. 정직하게 화학 물질을 넣지 않고 만들었다면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물론 매일 사먹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래도 “Better than nothing”이라고 하지 않나.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본인 신념을 위해 좋은 빵 건강한 빵을 먹는 다면, 티도 안날 만큼 작다고 해도 당신은 세상을 이미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가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앞에서 너무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는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감칠맛을 쉽게 내기 위해 조미료를 사용하고,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것도 밖에서 사 먹는 우리의 모습이 과연 올바르고 개념 찬 현대인의 모습인지 한번 반성해 봐야 한다. 아 빵이나 한 번 구워봐야겠다.

친구들과의 집들이 파티 “Einweihungsfeier”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  전에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곳에서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이 곳 젊은이들은 대학을 가면서 독립하는 경우도 있고, 취직 후에 독립을 하는 경우도 있고,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와 함께 살기 위해 독립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결혼 전에 독립을 하고 그게 당연한 분위기다. 하지만 비싼 물가때문에 아무래도 혼자 사는 건 좀 부담스러운게 사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사는 Wohngemeinschaft (WG)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주거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젊은이들’의 연령대에 따라서 조금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housewarming1housewarming2이런 WG의 일원으로서 원하든 원치 않든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으니, 한국말로 하자면 바로 집들이(Einweihungsfeier). 여기 사람들 정말 파티 좋아한다. 파티라는 게 뭐 대단히 거창하다기 보단 그냥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다가 노는 건데, 참 많이 한다. 이사 나가면 나간다고 하고, 들어오면 들어 왔다고 하고, 생일이면 생일이라고 하고, 여름 오면 여름 온다고 하고. 파티 하다가 세월 다 가겠다. 아무튼, 가까운 사람들만 불러서 한다고 했는데도 여기저기 초대하다보니 서른 명이 넘어버렸다. 거기에 맞춰서 음식도 좀 준비했다. 샐러드, 피자, 빵, 등등 보기도 예쁘고 맛도 좋은 우리 WG 표 파티 음식 완성. 시간은 좀 걸렸지만 다 만들어놓고 나니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housewarming3 housewarming5이렇게 아침부터 오후내내 파티 준비를 하다보니 어느새 친구들이 하나 둘 씩 도착했고, 파티가 시작 되었다. 친구들 맞이하면서 예거 샷 몇 잔을 했더니 기분이 훅 달아올랐다. 정말 많은 친구들이 와줬고, 정말 많은 와인을 선물해줬다. 몇 달은 끄떡 없겠다. 집안 구석구석을 같이 구경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새벽 동이 틀 무렵 마지막 친구들을 집으로 보내고 나니 우린 이미 녹초. 그래도 좀 치우고 자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집을 치우기 시작했는데, 잠깐 방에 들어 온 다음 눈을 떠보니 아침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집안은 깨끗하고 나는 민망하고.

housewarming6모든 친구들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우리끼리 성공적인 파티를 자축하며 브런치 타임을 가졌다. 망가진 폴라로이드 사진기 때문에 심령사진 같이 나온 폴라로이드 사진들, 친구들이 써주고 간 방명록, 바를 꽉 채운 선물로 받은 와인 병들, 그런 것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래서 파티를 하는 건가 싶었다. 물론 정말 친한 친구와 단둘이 마주앉아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친밀한 시간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여러 친구들이 다같이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고 즐기는 이들의 파티 문화도 크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너무 자주 하지만 않으면. 다음 파티는 한 여름의 바베큐 파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삼삼오오 돈을 모아서 우리 발코니에 예쁜 바베큐 그릴을 선물해준 친구들에게 보답하는 의미에서.

도심 속 궁전의 위엄, 벨베데레 궁전 (Schloss Belvedere)

비엔나에 처음 놀러왔을 때부터 매번 관광을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 번씩은 들렀던 곳. 쉔브룬 궁전이 장엄하고 넓은 스케일을 자랑한다면 벨베데레 궁전은 아기자기하고 디테일이 아름다운 궁전이다. 벨베데레 궁전을 가기 위해서는 Schwarzenbergplatz라는 광장을 지나서 가야하는데, 분수대와 큰 동상이 인상 깊은 곳이다. 저 커다란 기념비 같은 건 당최 뭔지 모르겠다. 러시아어도 적혀 있고 그렇던데. 아는 사람 말 좀 해줘봐라. 뭐 다 알아야 아름다운 건 아니니까. 어쨌든 경치는 참 좋다.

belvedere3belvedere2belvedere1독일어 수업을 듣던 곳이 바로 이 곳 근처라 오며가며 많이 보고 지나쳤던 곳. 역시 여름엔 분수대가 좀 있어줘야 숨이 쉬어진다. 이 날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더운 날이었는데 분수대 옆 그늘을 지나자니 비로소 좀 살 것 같았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 날 비엔나의 터키 사람들이 무슨 데모같은 걸 해서 한쪽 입구가 막혀 있었다. 비엔나에 얼마 안 있었지만 데모하는 거 정말 많이 본 것 같다. 뭐 그렇게 시위할 게 많은지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는데 다들 할말이 참 많은가보다. 시위가 있을 때마다 엄청난 경찰 인력이 동원되지만 분위기는 절대 험악하지 않다는 게 우리나라 시위와 조금 다른 점이랄까. 아무튼, 원래 가려고 했던 Oberes Belvedere 입구 쪽이 막혀있었으므로, 다른 입구로 가기로 했다. 두 쪽 입구 모두 시가 전차가 다니므로 불편함은 없다.

belvedere4belvedere5사실 이 쪽 편으로는 한번도 들어가본 적이 없었는데 터키인들의 시위가 오히려 내게 기회를 준 것 같다. 몇 번이나 찾았던 벨베데레 궁전 인데도 새로운 경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보통 많은 관광객들이 슬쩍 들렀다 가는 곳이 바로 표지판 제일 위에 있는 Oberes Belvedere이다. 궁전의 아랫쪽, 즉 우리가 들어간 쪽에는 분수대와 꽃들이 만발하는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할 수가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동화 속 궁전과 정원의 모습, 바로 그 자체다.

belvedere6belvedere7belvedere8미로 모양의 정원 구석 구석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그늘이 있었다. 피크닉은 이런 곳으로 와야지 제 맛 아니겠나. 김밥 싸들고 놀러 한 번 더 와야겠다. 미로를 통과하자 보이는 탁 트인 경치. 궁전의 모습은 보이지만 아직 정원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원이 조금 더 높은 지대에 있다. 하지만 이미 요 경치만으로도 마음이 촉촉해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올 것만 같은 정원의 모습 아닌가. 정원의 나무들은 또 어찌나 정갈하게 손질을 잘 해놨는지. 이런 아름다운 장소를 가졌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이렇게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엔나라는 도시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어딜 가나 깨끗하게 잘 정리정돈 된 도시. 이만하면 관광으로 먹고살만 하지 않나.

belvedere9belvedere10요정도만 구경해도 이미 다리가 슬슬 아파온다. 벤치에 앉아서 좀 쉴까 싶다가도 더 나아갈 힘이 생기는 건 아무래도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경치 때문인듯. 조그마한 언덕을 오르니 드디어 아름다운 정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증샷은 이런 곳에서 찍는거지. 관광객들이 워낙 많다보니 이 아름다운 경치를 독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요 정도면 그렇게 많이 붐비지 않는 인증샷인 편이다. 한 가지 쉔브룬과 비교해서 좀 아쉬운 점은, 큰 것은 아니나 굳이 찾아서 이야기해보자면, 그늘이 좀 더 없다는 점. 쉔브룬은 큰 언덕과 숲을 끼고 있기 때문에 그늘이 정말 구석구석 많은데 벨베데레 궁전은 뜨거운 태양 아래 몸둘 곳이 좀 마땅치 않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구석구석 조금씩 있으니 잘 찾아보시라.

belvedere11belvedere12사진 찍고 경치 감탄하면 오다보니 어느 새 Oberes Belvedere에 도착했다. 이 경치가 바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발만 담궜다가 가는 유명한 그 경치. 역시 날 좋을 때 오니 하늘도 꽃도 더 이뻐 보인다. 도심 한 가운데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가 있다니 정말 대박인 듯. 무엇보다 이 모든 아름다운 장소들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게 바로 이 곳 관광의 묘미다. 물론 쉔브룬 궁전에는 돈을 내고 들어가는 정원, 전망대, 동물원이 따로 있고, 벨베데레 궁전도 박물관을 따로 갖고 있지만 굳이 입장료 있는 장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해도해도 끝이 없는 비엔나 관광. 다음엔 어딜 가볼까 벌써 설렌다.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 Mohnnudeln.

요즘들어 매콤한 떡볶이가 그렇게 먹고 싶었드랬다. 양념이 듬뿍 묻은 오뎅과 라면사리를 후루룩. 엄마가 집에서 해주던 떡볶이에는 오징어도 들어있었는데. 양배추를 듬뿍 넣어도 맛있지. 삶은 계란 하나는 필수. 오뎅 국물 한 사발만 마시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여태 한 번도 해 먹을 생각을 안 했지. 다음에 낙원 슈퍼 갈 때는 떡볶이 거리나 잔뜩 사와야겠다. 아 생각만 해도 군침 돈다. 아무튼 오스트리아에서 떡볶이와 흡사한 비주얼의 음식을 발견했으니, 바로 Mohnnudel이다.

mohn1Mohnnudel은 감자로 만든 떡에 버터, 곱게 간 양귀비씨와 설탕을 넣고 버무려 먹는 음식으로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이다. 하지만 보고 또 봐도 저건 영락없는 떡볶이 떡.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쌀떡이 아니라 감자로 만든 떡이라는 점. 어느 슈퍼에 가나 냉동 코너에서 만나볼 수 있다. 티비 속 재래시장에서는 바로 요리해서 팔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파는 걸 본 적은 없다. 양귀비가 많이 재배되는 Waldviertel 지방의 이름을 따서 Waldviertler Mohnnudeln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mohn5달콤한 음식이니 디저트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전통적으로는 메인 요리로 먹던 음식이란다. 저게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500g짜리 한 팩을 사면 칼로리만 무려 1,000 칼로리. 이런 걸 디저트로 먹었다간 돼지되기 십상. 감자떡의 짭쪼름한 맛에, 양귀비씨 특유의 향과 버터&설탕이 만들어 내는 부드러운 달콤함. 정말 별미 중의 별미다. 물론 내가 먹고 싶은 떡볶이와는 전혀 다른 맛과 매력의 음식이었지만 그래도 아주 만족스러운 한 끼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더 많은 오스트리아 음식을 시도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