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집들이 파티 “Einweihungsfeier”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 전에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곳에서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이 곳 젊은이들은 대학을 가면서 독립하는 경우도 있고, 취직 후에 독립을 하는 경우도 있고,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와 함께 살기 위해 독립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결혼 전에 독립을 하고 그게 당연한 분위기다. 하지만 비싼 물가때문에 아무래도 혼자 사는 건 좀 부담스러운게 사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사는 Wohngemeinschaft (WG)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주거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젊은이들’의 연령대에 따라서 조금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WG의 일원으로서 원하든 원치 않든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으니, 한국말로 하자면 바로 집들이(Einweihungsfeier). 여기 사람들 정말 파티 좋아한다. 파티라는 게 뭐 대단히 거창하다기 보단 그냥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다가 노는 건데, 참 많이 한다. 이사 나가면 나간다고 하고, 들어오면 들어 왔다고 하고, 생일이면 생일이라고 하고, 여름 오면 여름 온다고 하고. 파티 하다가 세월 다 가겠다. 아무튼, 가까운 사람들만 불러서 한다고 했는데도 여기저기 초대하다보니 서른 명이 넘어버렸다. 거기에 맞춰서 음식도 좀 준비했다. 샐러드, 피자, 빵, 등등 보기도 예쁘고 맛도 좋은 우리 WG 표 파티 음식 완성. 시간은 좀 걸렸지만 다 만들어놓고 나니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이렇게 아침부터 오후내내 파티 준비를 하다보니 어느새 친구들이 하나 둘 씩 도착했고, 파티가 시작 되었다. 친구들 맞이하면서 예거 샷 몇 잔을 했더니 기분이 훅 달아올랐다. 정말 많은 친구들이 와줬고, 정말 많은 와인을 선물해줬다. 몇 달은 끄떡 없겠다. 집안 구석구석을 같이 구경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새벽 동이 틀 무렵 마지막 친구들을 집으로 보내고 나니 우린 이미 녹초. 그래도 좀 치우고 자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집을 치우기 시작했는데, 잠깐 방에 들어 온 다음 눈을 떠보니 아침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집안은 깨끗하고 나는 민망하고.
모든 친구들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우리끼리 성공적인 파티를 자축하며 브런치 타임을 가졌다. 망가진 폴라로이드 사진기 때문에 심령사진 같이 나온 폴라로이드 사진들, 친구들이 써주고 간 방명록, 바를 꽉 채운 선물로 받은 와인 병들, 그런 것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래서 파티를 하는 건가 싶었다. 물론 정말 친한 친구와 단둘이 마주앉아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친밀한 시간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여러 친구들이 다같이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고 즐기는 이들의 파티 문화도 크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너무 자주 하지만 않으면. 다음 파티는 한 여름의 바베큐 파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삼삼오오 돈을 모아서 우리 발코니에 예쁜 바베큐 그릴을 선물해준 친구들에게 보답하는 의미에서.
Leave a Reply
Want to join the discussion?Feel free to contrib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