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mball 3000 비엔나를 방문하다
유럽에 살아서 좋은 점은 티비로만 보던 외쿡 행사들을 실제로 구경할 기회가 훨씬 더 많다는 것. 물론 이것도 다 돈이 있어야 즐기는 거긴하다. 지난 5월 23일, 유투브 비디오로만 구경하던 Gumball이 비엔나를 거쳐간다고 해서 구경에 나섰다. 독일어 코스가 끝나고 나서 Entry 장소로 향했더니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 좀 더 일찍 왔으면 좋았겠지만 어차피 비싼 차나 구경해볼까 온 것이므로 크게 상관 없었다. Gumball 3000은 1999년 Maximillion Cooper가 최초로 시작했으며 처음에는 불법 카 레이싱(racing)이었고 지금은 합법적인 카 랠리(rally) 행사이다. 참가비만 무려 30,000 ~ 40,000 유로에, 최고급 자동차는 필수 옵션. 참가 하고 싶다고 아무나 받아주지도 않는단다. 말 그대로 돈 지랄. 그래도 나름의 재미와 매력이 있는 듯하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즐기며 사는 거지 돈지랄한다고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는 없지 않나.
처음엔 Volksgarten으로 가서 무언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곧 이곳은 주차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시청 쪽으로 좀 더 움직여 보기로 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차들을 둘러싸고 구경 중이었다. 대체 이게 얼마, 집이 몇 채. 서민들은 구경이나 하자.
딱 저 지점에서 차를 돌리면 모든 차들이 갑자기 슝~하고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다. 이게 Gumball의 팬 서비스인가. 내 차의 호스 파워는 이 정도야. 덕분에 제대로 된 사진은 한 장도 건지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 번도 본 적 없던 광경이라 즐거웠다. 대부분의 차들이 아주 시크하게 구경꾼들을 지나쳤지만, 몇몇은 되려 구경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기도 하고, 말을 거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마지막 사진 속 남자는 구경꾼들에게 유난히 친절했는데, 알고보니 정식 참가자가 아니고 행사 같은 거에 당첨 되어서 랠리에 참여하게 된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차에 정식 번호판 대신에 엄청난 광고 스티커들을 붙이고 있었다. 아, 그리고 포스트를 준비하다가 한가지 알게 된 사실인데, Gumball은 지난 2008년에 평양에 정식으로 초대되어서 랠리를 했다고 한다. 김정일 동무의 초대를 친히 받았다니 대단하다. 솔직히 엄청난 Gumball 팬은 아니라서 그냥 인파 속에 묻혀서 함께 구경하는 정도였지만, 함께 간 M은 Gumball 랠리에 엄청난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신나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에겐 여전히 돈 지랄. 여튼 새로운 것을 알고 보는 것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다. 올 한 해, 더 새로운 경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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