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러운 매력 물씬, 그라츠(Graz) 시내 관광
지난 주말 생일을 맞은 나를 위해 친구들이 깜짝 여행을 준비해 주었다. 목적지는 평소 내가 가보고 싶어했던 오스트리아 제 2의 도시 Graz. Upper Austria로는 종종 여행을 다녔지만, Steiermark로는 처음 가 보는 거라 무척 설렜다. 블로그에 소개하고 싶어 얼마나 사진을 찍었는지 당일 치기 여행에 사진만 500장이 넘게 남았다. 덕분에 Graz에서 본 것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포스팅 할 수 있을 것 같다.비엔나에서 그라츠까지는 차로 1시간 4,50분 정도 거리. 여행때문에 일찍 일어나서인지 피곤이 몰려와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차가 이미 그라츠에 접어들고 있었다.
차를 근처에 주차하고 그라츠의 센터, Hauptplatz로 향했다. 이름을 그대로 풀이하면 주광장이라는 뜻인데, 그 말이 딱 맞다. 이 곳은 그라츠의 모든 교통이 교차하는 교통의 메카. 비엔나와는 다른 모습의 시가전차와 버스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 나라도 지방마다 버스 색깔도 다르고 지하철도 다르지 않나.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인가보더라. 살짝 옆 동네로 왔을 뿐인데 트램도 버스도 낯설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한걸음 내딛을때마다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에너지 보충을 위해 젤라또 하나씩을 사서 물고 다시 출발.
그라츠의 메인 쇼핑 거리이자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Herrengasse로 접어들자마자 민트색의 이국적인 지붕을 가진 건물이 보였다. 유럽에서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성당 건물. 내부까지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나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으므로. 그리고 별로 흥미롭지 않았으므로. 그냥 외부 사진만으로 만족. 허나 골목이 좁아서 외부 사진 또한 완벽하게 찍을 수는 없었다. 건물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 들어가서 볼 만할지도.
Herrengasse를 따라 시청 쪽으로 쭉 걸어가다보니 아기자기하게 예쁜 건물들이 쭈욱 늘어서 있었다. 뭔가 폴란드의 Wrocław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었다. 뭐라고 딱 찝어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모양이랄까 느낌이랄까 하는 것들이 닮은 듯했다. 날이 많이 덥기는 했지만 그래도 화창하게 예쁜 날이어서 그런지 정말 시내에 사람들이 많았다. 이 사람들이 다 그라츠 시민들인지 아니면 관광객들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여튼 거리가 북적북적허니 놀러온 기분이 확 들어서 좋았다. 마지막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벽면 전체가 페인팅 되어 있는 게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Gemaltes Haus (“painted house”)란다. 1742년에 Johann Mayer라는 사람이 전체 벽면에 벽화를 그렸다는데 색감이랄까 느낌이랄까 이런 것들이 너무 내 스타일. 카페의 파라솔마저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드디어 시청(Rathaus)이 보였다. 언제 지어진 어느 풍의 건물인지 그런 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정말 예쁜 건물이었다. 다만 다시 찾아온 나의 관광 징크스. 내가 관광가는 곳엔 늘 뭔가가 수리 중이거나 무슨 일이 있어서 건물이 가려지거나 암튼 그 모양이다. 이 날도 도시에 마라톤 행사가 열려서 시청 건물 앞에 무언가 설치되어 있었다. 전체 건물의 사진을 예쁘게 남길 수 없어서 정말 아쉬웠다. 시청 건물이랑 사진 찍기는 글렀으니 시청 앞 광장의 동상이라도. 큰 동상을 둘러 싸고 있는 네개의 작은 동상들은 그라츠를 통과해 흐르고 있는 강들을 의미한단다. 분수대라도 하나 있었음 정말 좋았으련만. 정말 너무 더웠다.
광장 너머로 보이는 이 골목 또한 시내에서는 “오래된 골목”으로 유명한 골목, Sporgasse이다. 이 골목 또한 쇼핑을 즐기기에 적합한 곳으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골목이 ‘매우’ 좁았는데 이게 또 좁아서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 이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는 뭐가 있나 상상력을 자극했다. 하지만 제한 된 시간에 모든 것을 다 볼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고. 나와 일행은 그라츠의 상징물과도 같은 시계탑(Uhrturm)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라츠에도 구석구석 정말 매력적인 장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한 관광을 굳이 비교하자면 서울에 온 관광객들이 명동을 보고 가며 아 이게 서울이구나,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물론 모든 것을 다 보지 못했다고 해서 나쁜 관광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관광은 어디까지나 관광일 뿐. 내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이 모든 일정을 준비해 준 친구들의 예쁜 마음이 그라츠보다 더 빛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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