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비엔나, 크리스마스마켓 방문기 (Christkindlmarkt)
1년을 통틀어 비엔나가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때, 바로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이 아닐까한다. 도시 곳곳에 들어선 크리스마스마켓(Christkindlmarkt)들과 더불어 온 시내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도대체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에 세금을 얼마나 쏟아 붓는건지 온 시내가 번쩍번쩍. 진정한 크리스마스 정신(?)은 아닌듯 하지만 뭐 요즘 이렇지 않은 곳이 없으니. 독일어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시청 앞 광장(Rathausplatz)에 위치한 크리스마스마켓 구경에 나섰다.
수업 끝나고 부랴부랴 가느라 아이폰 카메라로 최대한 잘 찍어보려고 노력했다. 우선 마켓에 들어서자마자 Punsch를 한 잔 주문했다. 가격은 한 잔에 4유로 (컵 보증금 2.50유로 별도). 역시 관광객들이 드글거리는 곳이라 그런지 물가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마켓에 와서 Punsch 한 잔을 안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므로 일단 주문. Punsch는 와인에 차, 과일, 럼주 등을 섞어서 만드는 음료이다. Glühwein이라는 것도 있는데 들어가는 재료는 뭐 거기서 거기, 역시 크리스마스에 마시는 음료이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Punsch는 보통 럼이나 다른 술들이 섞인 것을 말하고 Glühwein은 그냐 와인만 들어간 것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차이는 잘 모르겠단다. 와인을 덥혀 마시는게 우리나라에선 생소하지만, 여기선 겨울에 즐겨먹는 음료다. 맛도 꽤 좋다.
따땃한 Punsch를 마시니 배가 살살 고파져서 간단한 간식을 먹기로 했다. Langos는 여기서 흔히 많이들 먹는 길거리 음식. (Donauinselfest에서 처음 먹은 뒤 기름기 쫙 벤 맛에 매료됐다.) 오늘은 안에 소세지가 들어가 있는 Langos로 주문. 가격은 3유로 50으로 뭐 그리 싸지는 않지만 쫀득쫀득 기름기 좔좔 넘치는 매력있는 맛이다. 상상하는 그런 맛, 소화 안되는 맛, 그런데 맛있는 맛이랄까. 사실 여기올 때부터 난 먹으러 온 게 될 것이란 걸 직감했다. 먹는 게 남는 거 라니까 뭐. 아무튼 마켓 구석구석에 종류 별로 간식거리들을 팔고 있으니, 취향에 따라 골라먹는 재미도 있을 듯.
배도 부르겠다 따뜻한 Punsch도 손에 쥐었겠다 이젠 본격적으로 마켓 구경에 나설 차례. 크리스마스에 빠질 수 없는 달다구리들부터 시작해서 장식품,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사실 물건들을 보면서 시청 앞 크리스마스마켓은 정말 관광객들을 노린 곳이구나 싶었다. 가격도 다른 곳에 비해서 비싼 편이고, 크리스마스와 전혀 상관이 없는 물건들도 정말 많았으며 (가령 콜럼비아산 악세사리라든지, 보통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 같은..), 말 그대로 지나가는 사람 열명 중 여덟 명이 관광객이었다. 유럽 어딜 가도 관광객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겠지만 12월의 비엔나는 정말 관광객들로 도시가 꽉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쇼핑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맛있는 간식 먹고 사람 구경 한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부른 배를 좀 꺼트리고 집으로 가기 위해 바로 옆에 위치한 공원을 산책 했다. 크리스마스마켓이 위치한 곳은 Rathausplatz 그리고 공원은 Rathauspark, 그냥 같은 곳이라고 봐도 된다. 공원 곳곳, 숨어있는 곳에도 빠지지 않고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 있었다. 특히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너무 예뻤다. 마켓을 둘러보며 비싸다고 투덜, 별로 특별한 것도 없다고 투덜 댔는데, 한 발짝 떨어진 공원에서 마켓을 보고 있자니 이 모든 것이 “크리스마스 분위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이 추운 날 이 곳에 나와 물건들을 구경하고 Punsch를 마시는 것은 집에 술이 없고 좋은 물건을 사야해서가 아니라,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최대한 느끼기 위한 것이라는 것. 어린 아들 딸들에게 크리스마스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심어주고, 사랑하는 연인들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것.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또 그 나름의 이유가 있고 재미가 있는 거다. 이래서 무엇을 보든 한 발짝 떨어져서 열린 마음으로 봐야하는 건가보다. 아, 크리스마스가 너무 빨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마켓의 매력을 조금 더 느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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