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Stage Restaurant에서 저녁 식사
어느 도시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비엔나의 여름은 참 버라이어티하다. 도시가 주가 되어서 개최하는 행사들이 많이 있는데, “Summer Stage”는 그 중 꽤 큰 행사에 속한다. 야외 레스토랑, 콘서트부터 시작해서 와인 축제, 어린이들의 축제까지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 시가 참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금을 그렇게 걷어가는데 이런 것도 안하면 날강도들이지.
친구 중 하나가 회사에서 아주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을 끝냈다고해서 다같이 모여 맥주나 한 잔 하기로 했다. 어제 날씨도 너무 완벽했으므로 야외에서 한 잔 하려고 대뉴브로 향했다. 크고 작은 노천 바들이 많이 있어서 더운 여름 밤 늦게까지 밖에서 마시고 놀기에 딱이다. 다리 밑은 갖가지 그래피티로 가득 차 있는데, 갈 때마다 그래피티가 바껴있는 걸 보곤 참 역동적인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프리쳐(Spritzer: 와인에 탄산수를 섞은 음료)를 한 두 잔을 마시며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을 먹으러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어젠 하루종일 날이 얼마나 덥던지 정말 고생했다. 기온은 23~4도 밖에 안되고 우리나라 여름처럼 습한 것도 아닌데 햇빛이 어찌나 강렬한지 그 아래 서 있자니 당장이라도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꽃들은 이쁘게 피어있고, 사람들은 무슨 퍼레이드를 하는지 땡볕 아래 자전거를 타고 다니더라. 참 곳곳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는 바쁜 도시다.
저녁을 먹기위해 향한 곳은 Summer Stage Restaurant. 이탈리안, 멕시칸, 인디언, 타이 등 여러가지 레스토랑의 종류가 있었는데 우리가 선택한 곳은 캐리비안 레스토랑인 Casa Caribena. 사실은 해산물이 그리웠던 내가 가고싶은 레스토랑이었다.
Summer Stage 레스토랑은 위 사진에서처럼 야외에 오픈되어 설치되어 있다. 정말 넓게 설치되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테이블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스프리쳐 한 잔을 더 마시면서 찬찬히 메뉴를 살펴보았다. 메뉴의 종류가 그렇게 다양하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여러종류의 칵테일과 해산물들을 판매하고 있어서 내 마음에는 쏙 들었다.
M은 코코넛 카레 소스로 요리한 치킨(€10.50)을 나는 구운 야채와 함께 나오는 참치 스테이크(€14.90)를 주문했다. 요리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많이 걸리기는 했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특히 내 참치 스테이크는 입에 넣자 마자 녹아내릴 만큼 부드럽고 허브와 오일이 멋드러지게 어울렸다.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다 먹고 빈 접시를 보는데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정말 비엔나 온 이후로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곳 메뉴 중에 가장 비싼 메뉴라 시키기 전에 잠깐 고민했었는데,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완벽했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몇 잔인지 세기도 힘들만큼의 스프리쳐를 마시며 친구들과 긴긴 수다를 나누었다. 집에서 시원하게 맥주나 한 잔하며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는 것도 좋고, 발코니로 나가서 밤바람을 맞으며 누워있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조금 덥고 번거롭더라도 이렇게 야외에 나와서 친구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의미있는 것 같다. 누가 뭐라 해도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최선을 다해서 즐기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