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야, Kahlenberg.
비엔나의 19번째 구역에 위치하고 있는 Kahlenberg는 당일치기 소풍으로 완벽한 장소이자 비엔나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다. 비엔나 시내에서 지하철, 버스 등으로 1시간 남짓 걸리는데 1시간 정도면 사실 껌이지. 대중 교통편도 매우 편리하게 잘 되어 있어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U4의 마지막 역 Heiligenstadt에서 38A 버스로 환승하면 된다.)
산 정상에 있는 이 교회는 1629년에 완공되었고, 1683년에 파손되어 재건 되었다고 한다. 400여년에 이르르는 세월 동안 이 곳에 서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교회 내부는 사진에서와 같이 자그마하고 깔끔하다. 카톨릭 신자가 아니라서 종교적인 감흥은 없었지만 그래도 뭔가 경건해 지는 기분이었다. 우리 나라도 왜 오래되고 유명한 사찰들은 산 속 명당에 위치하고 있질 않나. 굳이 말하자면 도시 전체가 내다 보이는 이 곳도 명당에 속하지 않을까. 이렇게 전망이 아름다운 곳에서 기도와 수련을 하면 얼마나 집중이 잘 되겠나.
교회 안을 둘러보고 경치 감상을 위해 전망대로 향했다. 가는 길에 스카이 라인을 배경으로 너무 앙증맞고 예쁜 화단이 있어서 사진도 한 장 찍었다. 그리고 곧 드러나는 스카이 뷰의 실체.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전망이다. (세번째) 사진의 오른쪽으로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고 왼쪽으로는 호텔이 위치하고 있다. 이런 뷰를 가진 호텔은 대체 하룻 밤에 얼마일까 궁금해졌다. Kahlenberg는 비엔나와 Lower Austria, 두 도시의 경계가 만나고 있는 곳이기도 해서 두 도시의 뷰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봐도 어디가 어딘지는 잘 모르겠더라. 비엔나 토박이들이나 알려나. 곳곳에 Information 및 망원경 박스가 위치하고 있어서 궁금한 사람들은 찾아보고 싶은 곳을 망원경으로 찾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이 들어서 나는 쿨하게 패스. 땅을 파봐라, 1유로가 나오나. 안 봐도 된다. 이미 이 뷰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사실 볼거리는 이게 끝인데 이 것만 보고 내려가자니 너무 아쉬워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날씨가 더워서 아이스크림 한 사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초코시럽으로 범벅이 된 달디 달고 비싸디 비싼 아이스크림. 그래도 좋은 경치도 보고, 카페 안의 뮤지션 아저씨가 들려주는 음악도 듣고, 달달한 아이스크림도 먹으니 이 곳이 바로 무릉도원이 아닌가 싶었다. 비싼 돈주고 굳이 다른 도시에 가지 않아도 먼 곳으로 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서너시간만 계산하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코스이니 무료한 자들이여 움직여라.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나서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전망을 눈에 한번 더 담은 뒤 버스 정류장으로 고고. 38A 버스가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Kahlenberg가 마지막 정차지라서 15분 동안 대기한다고. 버스 안에 들어가서 기다려야지 하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내 눈길을 사로잡은 과일 가판대. 사람들이 웅성웅성 장사도 잘 되고, 과일들 때깔도 반지르르 한 것이 왠지 이 지역에 기른 그런 싱싱한 과일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포도를 두어 송이 샀다. 과일장수 아저씨가 인심도 좋고 변죽도 좋아서 기분 좋게 쇼핑하고 집으로 왔는데, 이건 뭐. 포도 맛이 뷁. 완전 낚였다. Kahlenberg에서 저 아저씨를 보게 되더라도 절대로 과일은 사지 말자. 이렇게 나의 짧은 피크닉이 끝이 났다. 특별하지 않다면 특별하지 않고, 또 특별하다면 특별할 수도 있는 이런 짧은 소풍들이 복잡한 일정으로 뒤덮힌 휴가보다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엔나란 도시의 전체 뷰가 궁금하다면 Kahlenberg를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