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서 비치 라이프를 즐기는 법
오스트리아에는 바다가 없다. 그래서 수산 시장도 없고, 마트에 수산물 코너도 없고, 식당에 가도 해산물 메뉴가 잘 없다. 처음엔 먹는 것만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다가 없다는 건 즉 해변도 없다는 말, 갑자기 여름 맞을 맛이 안났다. 그러던 와중 친구들에게 비엔나 근교에서 서핑 대회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니, 바다가 없는데 서핑을 한다고? 무슨 큰 호수에서 서핑을 한다는데, 아니 호수가 커봤자 얼마나 크겠냔 말이다. 의구심이 들었지만 속는셈 치고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이 날따라 날씨가 얼마나 화창한지 5월이었는데도 한여름만큼이나 더웠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뭔가 물가에 온 것 같은 냄새가 났다. 바닷가에 놀러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가뜩이나 의심스러운데 입장료까지 받았다. 성인은 1인당 7유로, 어린이는 3유로. 싸지 않다. 유럽에는 사유지인 해변이 많아서 입장료를 받는 곳도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거라 황당했다. 그래도 뭐 재밌게 잘 놀수만 있다면야. 옛다 7유로.
그런데 한발짝 한발짝 들여놓을 때마다 “어쭈”하는 느낌이었다. 바닥에 모래도 깔려있고. 헐벗은 사람들도 보이고. 비치 체어에 비키니만 입고 누워 있는 여자들을 보는데 생각보다는 훨 해변 느낌이 났다. 하지만 물이 탁하고 차가워서 들어가 놀기는 좀 거부감이 들었다. 더러워서가 아니라 호수 바닥이 얇은 흙들로 덮여있어서 그렇다는데 내 눈에는 그냥 흙탕물일뿐.
이 날따라 햇빛은 쨍쨍하고 바람 한 점 안 부는 숨막히는 날씨였다. 그 말인즉슨 서핑 대회는 할 수가 없었다는 말. 바다처럼 파도가 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바람이 불지 않으면 호수가 아무리 커도 서핑을 할 정도가 안 된다. 호수에서 서핑하는 걸 못 보는 건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이미 기분은 한껏 업되어있는 상태. 맥주가 술술 들어갔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엄밀히 말해 이 곳은 비엔나가 아니란다. 이 곳의 이름은 Podesdorf Am See. 영어의 See처럼 생겼지만 독일어에서는 호수라는 뜻이다.
이 날은 큰 이벤트가 있는 날이었던만큼 정말 많은 브랜드들이 프로모션 행사를 하고 있었다. 레드불은 새로나온 레드불 라이트를 무료로 나눠주고 다녔고, Pick-up도 새로나온 쿠키를 나눠주고 홍보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옷가게들이 있었는데 저렴한 가게가 한 군데도 없었다. 예쁘지도 않은 드레스, 무심코 가격을 봤더니, 뭐 120유로? 반바지나 하나 사 입을까 하고 뒤적뒤적거렸는데 반바지 하나에 50유로? 쇼핑은 그냥 쇼핑센터에 가서 하기로 했다.
친구들과 돌아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태양아래 누워서 일광욕도 하고, 맥주 마시며 수다도 떨었더니 급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 보려고 했던 서핑 대회도 못 봤고 수영복도 안 입고 가서 여러모로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오스트리아에서도 이런 비치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소중한 날이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바다가 없어도 호수가 있으니 그래도 사람들이 이렇게 즐기며 살지 않나. 쨍쨍한 여름에 다시 한번 찾아가서 그 땐 물놀이도 신나게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