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궁전의 위엄, 벨베데레 궁전 (Schloss Belvedere)
비엔나에 처음 놀러왔을 때부터 매번 관광을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 번씩은 들렀던 곳. 쉔브룬 궁전이 장엄하고 넓은 스케일을 자랑한다면 벨베데레 궁전은 아기자기하고 디테일이 아름다운 궁전이다. 벨베데레 궁전을 가기 위해서는 Schwarzenbergplatz라는 광장을 지나서 가야하는데, 분수대와 큰 동상이 인상 깊은 곳이다. 저 커다란 기념비 같은 건 당최 뭔지 모르겠다. 러시아어도 적혀 있고 그렇던데. 아는 사람 말 좀 해줘봐라. 뭐 다 알아야 아름다운 건 아니니까. 어쨌든 경치는 참 좋다.
독일어 수업을 듣던 곳이 바로 이 곳 근처라 오며가며 많이 보고 지나쳤던 곳. 역시 여름엔 분수대가 좀 있어줘야 숨이 쉬어진다. 이 날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더운 날이었는데 분수대 옆 그늘을 지나자니 비로소 좀 살 것 같았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 날 비엔나의 터키 사람들이 무슨 데모같은 걸 해서 한쪽 입구가 막혀 있었다. 비엔나에 얼마 안 있었지만 데모하는 거 정말 많이 본 것 같다. 뭐 그렇게 시위할 게 많은지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는데 다들 할말이 참 많은가보다. 시위가 있을 때마다 엄청난 경찰 인력이 동원되지만 분위기는 절대 험악하지 않다는 게 우리나라 시위와 조금 다른 점이랄까. 아무튼, 원래 가려고 했던 Oberes Belvedere 입구 쪽이 막혀있었으므로, 다른 입구로 가기로 했다. 두 쪽 입구 모두 시가 전차가 다니므로 불편함은 없다.
사실 이 쪽 편으로는 한번도 들어가본 적이 없었는데 터키인들의 시위가 오히려 내게 기회를 준 것 같다. 몇 번이나 찾았던 벨베데레 궁전 인데도 새로운 경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보통 많은 관광객들이 슬쩍 들렀다 가는 곳이 바로 표지판 제일 위에 있는 Oberes Belvedere이다. 궁전의 아랫쪽, 즉 우리가 들어간 쪽에는 분수대와 꽃들이 만발하는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할 수가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동화 속 궁전과 정원의 모습, 바로 그 자체다.
미로 모양의 정원 구석 구석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그늘이 있었다. 피크닉은 이런 곳으로 와야지 제 맛 아니겠나. 김밥 싸들고 놀러 한 번 더 와야겠다. 미로를 통과하자 보이는 탁 트인 경치. 궁전의 모습은 보이지만 아직 정원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원이 조금 더 높은 지대에 있다. 하지만 이미 요 경치만으로도 마음이 촉촉해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올 것만 같은 정원의 모습 아닌가. 정원의 나무들은 또 어찌나 정갈하게 손질을 잘 해놨는지. 이런 아름다운 장소를 가졌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이렇게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엔나라는 도시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어딜 가나 깨끗하게 잘 정리정돈 된 도시. 이만하면 관광으로 먹고살만 하지 않나.
요정도만 구경해도 이미 다리가 슬슬 아파온다. 벤치에 앉아서 좀 쉴까 싶다가도 더 나아갈 힘이 생기는 건 아무래도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경치 때문인듯. 조그마한 언덕을 오르니 드디어 아름다운 정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증샷은 이런 곳에서 찍는거지. 관광객들이 워낙 많다보니 이 아름다운 경치를 독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요 정도면 그렇게 많이 붐비지 않는 인증샷인 편이다. 한 가지 쉔브룬과 비교해서 좀 아쉬운 점은, 큰 것은 아니나 굳이 찾아서 이야기해보자면, 그늘이 좀 더 없다는 점. 쉔브룬은 큰 언덕과 숲을 끼고 있기 때문에 그늘이 정말 구석구석 많은데 벨베데레 궁전은 뜨거운 태양 아래 몸둘 곳이 좀 마땅치 않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구석구석 조금씩 있으니 잘 찾아보시라.
사진 찍고 경치 감탄하면 오다보니 어느 새 Oberes Belvedere에 도착했다. 이 경치가 바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발만 담궜다가 가는 유명한 그 경치. 역시 날 좋을 때 오니 하늘도 꽃도 더 이뻐 보인다. 도심 한 가운데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가 있다니 정말 대박인 듯. 무엇보다 이 모든 아름다운 장소들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게 바로 이 곳 관광의 묘미다. 물론 쉔브룬 궁전에는 돈을 내고 들어가는 정원, 전망대, 동물원이 따로 있고, 벨베데레 궁전도 박물관을 따로 갖고 있지만 굳이 입장료 있는 장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해도해도 끝이 없는 비엔나 관광. 다음엔 어딜 가볼까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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