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만은 최고의 휴양지, Balconia.
처음 친구들과 지낼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이 바로 발코니이다. 친구 중 하나가 꼭 발코니가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그러자고 한 것. 물론 쉽지는 않았다. 발코니가 멋지면 집이 구리고, 집이 멋지면 발코니가 없고. 발코니가 있어도 예쁘지 않거나 불편하고. 하지만 결국 우리만의 아지트를 찾았고 피터지는 노력을 거쳐 비로소 아름다운 발코니를 가진 집에 살게 되었다.
제일 처음 집을 봤을 때 휑했던 발코니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사실 그 때는 별 기대도 없었다. 발코니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 비싼 돈을 줘야 하는건가. 특히 그 때는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도 않은 2월 말이었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추워죽겠는데 발코니가 왠말. 창문도 열기싫은 마당에 말이다. 하지만 이 작은 장소가 하나씩 우리 만의 아이디어로 채워지고 날씨가 조금씩 따뜻해지기 시작하자 나는 곧 나의 우려들이 쓸 데 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나무 바닥을 깔면서부터 시작 되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햇빛이 강렬해지면 돌바닥은 아무래도 뜨겁고 불편해질거 생각, 이케아에 파는 나무타일을 깔기로 결정했다. 사실 친구들이 나무 바닥을 사서 온 것을 보고도 아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발코니가 뭐라고, 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바닥이 조금씩 완성되자 생각보다 너무 아늑한 느낌에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점차 발코니에 살아있는 식물들이 하나 둘 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친구와 바닥에 퍼질러 앉아 꽃과 야채들을 화분에 옮겨 심을 때만 해도 과연, 얘네들이 날 행복하게 해줄까, 했었는데. 집을 꾸미고 장식하는 거에 대한 나의 관심이 이 곳에 있는 친구들보다 아무래도 좀 적었던 것 같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자 드디어 나의 발코니에 녹음이 만발. 대체 이 나무는 뭘까 했었는데 여름이 되자 비로소 나무의 용도가 드러났다. 꽃들이 피어나고, 햇빛이 아름다워지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발코니아(발코니를 나라 이름처럼 부르는 것으로 우리 나라의 방콕 같은 표현)의 시작인가.
생각치도 못했던 부수적인 기쁨도 발생했다. 직접 기른 야채를 먹는 것. 이 아이들을 심을 때만 해도 사실 얘네는 언제 죽을라나 조마조마 했었는데. 선인장도 죽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식물을 간수한다는 것이 참 부담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서 열매를 맺어 주고 직접 따서 요리해 먹을 수 있게 해주니,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 특히나 망친 것 같았던 오이가 죽지 않고 열매를 맺은 걸 발견한 날은 무슨 죽은 자식이 살아돌아온마냥 감동받았다. 내가 생각 해도 좀 오바인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발코니의 하이라이트는 특별한 데 가지 않고도 일광욕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남들처럼 비키니 입고 강가나 공원에 가서 남의 시선을 신경쓰며 하는 일광욕과는 클래스가 다른 아늑하고 특별한 경험. 욕조에 찬물 받아놓고 첨벙거리고 놀다가 발코니로 뛰어나와 바로 햇빛을 즐기자니, 아 이런게 지상낙원. 휴가는 뭐하러 가나. 이럴려고 우리가 그 비싼 렌트를 내는건데. 지난 집들이 때 친구들이 마련해준 바베큐 그릴. 이제 바베큐만 하면 우리의 발코니 사용도는 100%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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