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별미들
우리 나라엔 떡볶이, 오뎅, 순대, 호떡, 핫도그, 호두과자, 땅콩과자, 군밤, 군고구마, 계란빵, 토스트, 붕어빵 등등의 거리 음식 혹은 간식 거리들이 많지만, 오스트리아의 거리에서는 그렇게까지 다양한 간식거리들을 구경하긴 힘들다. 아 생각하니 군침돈다. 지난 2월 말부터 오뎅 국물이랑 떡볶이, 순대 먹고 싶었는데. 암튼, 여기선 케밥, 피자 같은 이젠 국적이 없어진 음식들이 주로 거리 음식으로 팔린다. 하지만 게 중에서도 오스트리아 음식이라고 불릴만 한 것들이 몇 가지 있어서 소개한다.
우선 첫번째 사진에서 보는 것은 Käsekrainer라고 하는 음식인데 보이는대로 소세지이다. 다만 치즈가 곳곳에 박혀있다는 점. 저 이상의 양은 줘도 못 먹을 정도로, 내 입에는, 느끼한 편이다. 하지만 빵 한조각이랑 함께 먹으면 정말 훌륭한 간식이 된다. 두 번째 사진의 음식은 Leberkäse라고 하는 음식으로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특정 지방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란다. 그냥 정크푸드라고 보면 된다. 온갖 종류의 고기가 들어가 있고 치즈나 파프리카가 박힌 걸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중독적인 맛이다. 주로 Semmel이라고 불리는 빵 사이에 넣어서 먹는데 (Leberkäse Semmel), 나는 배가 별로 고프지 않을 때 가끔 끼니대신 먹기도 한다. 짭조롬하니 기름기 팍 느껴지는 맛이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아버리는 것 같다. 정말 맛있다. 몸에 안 좋은 건 정말 다 맛있다. 마지막 사진에 보이는 음식은 이번에 Donauinselfest에 갔을 때 먹었던 오스트리아의 거리 음식이자 간식거리 중 하나인 Langos. 기름기의 결정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또 너무 맛있다. 아 정말 이러면 살 찌는 걸 막기가 너무 힘든데. 이래서 외쿡 사람들이 그렇게 뚱뚱한건가.
오스트리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쉬니츨(Schnitzel).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식당에 가서 먹기도 하고, 테이크 아웃 해와서 먹기도 하고. 아무튼 오스트리아 사람들도 엄청 많이 먹는 오스트리아의 대표 음식이다. 보통 돼지고기로 만든 걸 많이 먹지만 원래 전통 쉬니츨은 송아지 고기로 만든 거다. 물론 비싸다. 취향에 따라서 닭고기로 만들어서 먹기도 한다. 아무튼 여기 와서 내가 제일 자주 먹은 음식이라고 보면 된다. 역시,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자주 먹지 않아야 할 음식. 하, 내가 이 맛있는 음식들을 다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
마지막으로 저기 보이는 Topfengolatsch라는 빵 역시 오스트리아 거란다. 사실 유럽의 음식을 논할 때는 딱 니꺼다 내꺼다 구분 짓기가 힘들다. 다들 붙어있고 전쟁도 많았고. 사실 쉬니츨도 딱 오스트리아 겁니다, 라고 하기엔 논란이 있다. 어떤 사람은 독일 거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스위스꺼라고 하기도 하고. 국경도 없는 판에 음식 구분 지으랴. 아무튼 오스트리아 친구가 저 빵은 그냥 오스트리아 거란다. 믿어보지 뭐. 안에 크림치즈와 건포도 같은 것들이 들어있는 페스츄리인데, 또 맛있다. 가끔 디저트로 먹곤 했는데 정말 해서는 안될 행동이지 않았나 싶네. 물론 이것 말고도 오스트리아 음식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다만 내가 아직 다 먹어보지 못했을 뿐.
정말 이 곳에 와서 느끼는 거지만, 음식 문화는 우리나라 만큼 다양한 곳이 없는 것 같다. 우선 재료의 폭이 넓다. 여긴 해산물을 안 먹으니,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준다. 아 해물찜 먹고 싶다. 그리고 한식의 조리법이 훨씬 다양하고 정교하다. 집을 나와봐야 집 편한 걸 안다고, 한국에 있을 땐 생각하지 못했던 내 나라의 훌륭함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남의 것, 외국의 것, 특히 서양의 것은 무조건 더 진보한 것일 것 같은 그런 멍청한 생각은 나이를 먹을 수록 자연스레 사라지는 것 같다. 둘러보면 볼 수록 우리나라만 한 곳이 없다. 뭐니뭐니 해도 집이 최고 아니겠나. 그래도 여전히 못 먹어본 걸 먹어보는 건 짜릿한 일이다. 더 많이 먹어보고 더 많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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