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 펼쳐진 한 편의 동화 같은 곳, PRATER (프라터 공원)
에단 호크가 주연한 <비포 선라이즈>를 본 사람이라면 두 주인공이 첫키스를 나눈 대관람차와 이 놀이공원을 아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비엔나 도심 한 복판에 펼쳐 진 동화 같은 놀이공원, 프라터 공원 (Prater)이 바로 그 곳이다. 역사가 워낙 오래된 곳이다보니 시설이 조금 낙후되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게 을씨년스럽고 못났다기 보다는 오히려 더 멋스러운 느낌이다. 파란 가을 하늘이 예쁜 날, 프라타 공원의 모습은 어떨까.
오후 서너시쯤 여유롭게 프라터 공원으로 들어섰다. 여느 놀이공원과 달리 입장료는 없다. 대신 자유이용권 할인 같은 것도 없다. 엄밀히 말해 놀이 공원이긴 하지만 언제든 가서 산책도 하고 놀이기구도 즐길 수도 있는 편한 느낌의 장소이다. 프라터 공원은 1560년 막스밀리언 2세가 합스부르크 왕가의 오락장으로 개장했다가, 1766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다고 한다. 롯데월드, 에버랜드와는 차원이 다른 빈티지함이랄까. 그림책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아기자기한 매력이 샘솟는다.
생긴 건 이래봬도 온갖 종류의 놀이기구를 갖추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간단한 놀이기구에서부터 어른들도 무서워할 만한 짜릿한 것까지. 평소 높은 곳을 무서워해서 놀이기구를 잘 못타는 편인데,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수십 유로 쓸 뻔 했다. 놀이기구당 가격은 3유로에서 5,6유로까지 다양한데, 그다지 저렴한 편은 아닌 것 같다. 차라리 좀 더 저렴하게 받으면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 놀이기구마다 타는 사람이 없어서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평일이라서 더 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곳은 비엔나의 맛집으로 유명한 Schweizerhaus. 전통 음식인 Stelze를 맛 볼 수 있는 곳으로 언제가든 사람들이 북적이는 그런 곳이다. 프라터 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다. Stelze는 돼지 무릎을 구운 요리로 독일식 족발, 슈바인학센(Schweinshaxe)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오스트리아에서는 슈텔체(Steze)라고 부른다고 한다. 껍질 부분이 바삭한 것을 제외하면 식감이 족발과 매우 비슷해서 친숙한 맛이었다. 아, 또 먹고 싶네.
대부분이 만족스러운 프라터 공원이었지만 단 한가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실제 말이 움직이는 마차 놀이기구가 그것이었다. 손님이 오면 말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여야만 하는 그런 가학적인 시스템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냥 회전목마 같은 것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은데 꼭 실제 말들이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사용되야 하나. 아무리 옛날부터 있었던거라고 해도 이런 기구는 없어져도 될 것 같다.
프라터 공원 구석구석을 구경하다보니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비엔나 도처에는 낮에는 100프로 안전하지만 밤에는 되도록이면 가지 말아야 될 곳들이 있는데, 프라터 공원도 그 중 한 곳이다. 24시간 입장이 허락되어 있는, 말 그대로 공원이다보니 한 밤중에는 되도록이면 가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프라터 공원의 상징물이 된 대관람차 인증샷을 남기고 발걸음을 돌렸다. 약속이 있어서 대관람차를 타지는 못했지만 영화에서 봤던 관람차의 내부도 정말 궁금하기에, 다음에는 꼭 타보리.
어른이 되어도 놀이공원에 대한 우리들의 환상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회전목마를 타고 누군가에게 손을 흔들고 싶고, 범퍼카가 꽝꽝 부딪히는 느낌이 좋은 것은 놀이공원이 가진 ‘초현실적인’, 혹은 ‘다른 차원의’ 즐거움의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어려서부터 학습 된 이미지기는 하겠지만, 어딘가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망갈 곳이 따로 있는 도망자가 느낄 것 같은 왠지 모를 안전한 기분이 느껴지는 것 같다. 더 이상 어릴 때처럼 여기 저기 줄 서서 놀이기구를 타고 터무니 없이 비싼 간식을 사먹으며 즐거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놀이공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즐거움 게이지는 빵빵해지는구나.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로 끝나던 초등학교 일기장 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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