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박물관과 시청 등, 비엔나의 풍경들
어느 도시나 그 도시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겠지만 유럽의 도시들은 참 그런 것들이 잘 보존 되어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백년 된 건물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비엔나를 보면 시멘트 냄새도 채 가시지 않은 서울의 삭막함이 떠오르곤 한다. 뭐든 새로운 것이 좋은 것일 것만 같았던 후진국의 욕심이 우리의 도시를 너무 삭막하게 만들어 버린 건 아닐까. 무분별한 개발으로 사라져버린 초가집, 기와집들이 고스란히 보존 되어 있었더라면 우리 나라의 지금이 훨씬 더 특별하지 않았을까 싶다. 푸념은 여기서 잠시 접어두고 오늘 소개할 곳은, 비엔나의 자연사 박물관과 의회 그리고 시청의 모습이다.
지난 포스트에서 소개한 Hofburg 궁전과 딱 마주하고 있는 자연사 박물관. 박물관 정원에서도 Hofburg 궁전의 깃발을 볼 수가 있다. 예상할 수 있듯이 이 곳은 센터 중의 센터, 비엔나 시내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왔다 갔다 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사실 슈테판 성당, 자연사 박물관, Hofburg 궁전, 의회, 시청 등의 장소들은 모두 도보로 30분 이내의 거리에 위치 하고 있기 때문에 지도 한 장 들고 걸어서 구석구석 구경하며, 백배커의 정치를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박물관 정원에 들어서면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두 건물이 서로 마주 보며 서 있다. 정원 중앙에 놓여있는 저 동상은 저 박물관 안에는 물론 더 흥미로운 것들이 많이 있겠지만 정원 벤치에 앉아서 건물과 정원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곳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총 8,700평의 규모를 자랑하는 이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박물관들에 당당히 그 이름을 대밀 정도로 어마어마한 전시 규모를 자랑한다. 이번에는 비록 박물관 내부의 전시품들은 관람하지 않았지만, 꼭 한번 견학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
성인 일반 요금은 14유로. 여느 예술 박물관과 비교해봐도 지나치게 비싸지 않은 적당한 요금 같다. 학생, 단체 등의 할인이 가능하지만,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으므로 그냥 14유로라고 생각하자. 내가 간 날이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박물관 경치가 더 좋아 보인다. 잘 정돈 된 정원수들, 자그마한 분수대, 정원 중앙에 놓인 동상까지 어느 하나 햇빛 아래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딱 하나 거슬렸던 점. 정원수 속에 들어가서 나무를 흔들어 재끼며 경치를 훼손하고 있던 개념없는 꼬마 아이. 우리 나라 같으면 힘들여 관리한 이 정원을 사람들이 앉아 쉬고 일광욕하는 공간으로 오픈하지 않겠지만, 이 곳 비엔나에선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게 장소를 오픈 해 놓았다. 그럼 공중도덕을 지키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잘 즐기면 되는데, 어딜가나 꼭 이렇게 민폐 부리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 단위로 놀러나온 사람들 같았는데 (관광객처럼 보이진 않았다.) 엄마도 아빠도 아무도 아이를 꾸짖지 않고 잘못을 정정해주지도 않았다. 어찌 클지, 참 안봐도 뻔하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한 템포 쉬었다가 시청 쪽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자연사 박물관과 시청 사이에는 오스트리아 의회가 위치하고 있다. 우리 나라 국회 의사당 보다도 오히려 더 소박한 규모인 것 같다. 올 때마다 보수 공사로 깨끗한 풀 샷을 찍지 못 했었는데 드디어 사진 찍기에 성공. 역시나 셔터를 부르는 아름다운 자태다. 저녁무렵이 되어서 그런지 관광객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름 내내 관광객들로 엄청 북적거리는 관광 포인트 중의 하나이다.
의회에서 조금만 더 걸어서 올라가면 바로 시청이다. 9월 1일까지 시청 앞을 점령하고 있을 필름 페스티벌의 흔적들. 곧 끝이나겠구나. 여름 밤을 뜨겁게 달구어 주었던 이 필름 페스티벌이 끝나면 뭔가 여름마저 완전히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리고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건데, 이 곳의 시청은 우리 나라의 시청처럼 행정 업무를 해주는 곳이 아니라 시장이 근무하는 곳이자 시청이라는 상징적인 장소일 뿐이란다. 행정업무를 보는 곳은 따로 있다고 하는데, 뭔가 내가 생각하던 시청의 느낌이 아니라서 갑자기 좀 생소했다. 시민들이 직접 들어가서 필요한 것을 해결하는 곳이 시청이지. 그래도 이런 행사들이 철마다 열리는 것을 보니 나름의 개념으로 시민들과 함께 숨쉬는 공간인 것만은 확실하다.
덤으로 이 곳은 내가 어학 수업을 듣고 있는 비엔나 대학의 본원 건물. 비엔나 대학은 미국 대학들이나 우리나라 대학들처럼 하나의 캠퍼스에 모든 것이 모여있지 않다. 도시 곳곳에 법대, 약대, 공대 등등의 캠퍼스들이 따로 나뉘어져 있다고 한다. 이 곳에선 수업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학사 관련 행정업무를 볼 수 있는 사무실이 있기때문에 등록 등의 행정 업무가 필요할 때는 이 곳을 찾는다. 여기까지가 오늘 소개할 비엔나의 풍경들이다. 지난 6개월 동안 별 생각 없이 지냈었는데 새삼, 참 내가 좋은 도시에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와는 많이 다른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그들만의 질서와 그들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아름다운 도시, 비엔나.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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