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날에 가까웠던 한국 식당 “서울 (Seoul)”
비엔나에 올 때마다 매번 친구들과 한국 식당 한군데씩을 방문 해왔다. 하지만 늘 뭔가 조금 부족한, 말하자면 지나치게 현지화 된 맛 때문에 내 입맛에는 맞질 않았다. 하지만 난 여행 중이었고 한국 음식을 먹으러 비엔나에 온 것이 아니므로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막상 여기에서 더 오랜 시간을 머문다고 생각하니 가끔 찾아 고향의 맛을 느낄 식당을 적어도 한 군데는 알아둬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 아는 친구에게 추천 받은 곳. 이름만 들어도 느낌이 딱 오는 한국 식당 서울(Seoul). Praterstraße 26, 1020 Wien. Schwedenplatz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이다. 이 곳을 추천해준 친구의 말에 따르면 근처에 삼성이 있어서 점심 시간이 되면 식당이 직원들로 가득 찬단다. 한국 손님이 많다는 건 그만큼 맛도 한국 음식에 더 가깝다는 거 아니겠나. 기대치가 올라갔다.
여러 명의 친구들이 오기로 되어있었는데 우리가 조금 일찍 도착해서 일단 소주 한 병과 해물 파전을 시켰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해물 파전은 사실 해물파전으로 보기가 힘들었다. 한 접시에 10유로나 받으면서, 해물도 없고 파도 없는게 도대체 이게 무슨 해물 파전이라는건지. 물론 재료를 구하는게 힘들다는 건 안다. 그럼 그냥 해물파전 안 파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이건 아무리 봐도 해물파전이 아니니까. 소주도 한국 슈퍼에서 3~4유로를 줘야 한다면 여기서는 한 병에 14유로다. 날 강도가 따로 없다.
내겐 모든 것이 너무 익숙하고 당연하지만 이 곳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이란 아직 미지의 세계. 쌈을 보고도 멀뚱 멀뚱. 김치를 쳐다보고 이건 뭐냐고 묻질 않나. 갈 길이 먼 친구들이 몇몇 있었다. 왠만해선 고기를 굽지 않는 나이지만, 그런 친구들을 위해서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정성껏 고기를 구워서 직접 쌈 싸먹는 시범을 보이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참, 그렇게도 쌈은 한 입에 먹는게 제 맛이라고 해도 꼭 다 싼 쌈을 베어먹는 애들이 있다. 이마를 한대 톡 때려주고 싶었다. 다들 처음엔 좀 헤매는 듯 했지만 곧 잘 따라 먹었고, 먹고 나선 모두가 칭찬일색. 한국음식 너무 맛있다며 또 오자며. 달달한 간장 양념이 벤 갈비는 사실 누가 먹어도 맛있지 않나. 김치찌개는 사실 좀 호불호가 갈렸다. 특히 이 곳에는 무슬림인 친구들이 많아서 돼지고기가 들어 간 김치찌개를 못 먹는 친구도 있었다. 안됐지만, 김치찌개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야 맛있는걸. 외국에서 김치는 참 먹어도 먹어도 맛있다.
음식의 총 평을 하자면 해물 파전을 제외한 갈비와 김치찌개는 정말 맛있었다. 막걸리도 한 병 먹을 수 있다면 참 좋았을 것 같은데, 소주밖에 없어서 아쉽긴 했다. (어디서든 막걸리를 취급 하는 식당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막걸리라는 술의 특성과 유통 문제때문이겠지.) 그래도 다른 한국 식당들과 비교해서 음식의 질도 맛도 만족스러웠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 다같이 Schwedenplatz로 향했다. 아직은 밤공기가 좀 쌀쌀한 4월 말이었지만 대뉴브 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한 잔은 참 끝내줬다. 이 날 따라 달도 훤하게 밝아서 밤 깊어 가는 줄 모르고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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