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er-Welsbach Park, 도심 한 복판에서 즐기는 조깅
한국에 있을 때는 주로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마땅히 밖에서 운동 할 데도 없고, 밖에서 운동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혼자 하기도 뻘쭘하고. 사실 공기도 별로 안 좋고. 차들 다니는 길은 위험하고. 지루함을 달래려고 티비를 봐가며 사방이 막힌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게 어찌보면 처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땅히 다른 수가 없어서 그런대로 즐겨했다. 하지만 비엔나에 와보니 거리가 온통 조깅하는 사람들인거라. 하나 같이 쫄쫄이 바지를 입고 공원이며 궁전이며 장소를 불문하고 조깅을 즐긴다. 물론 거리 풍경이 우리와 많이 다르기는 하다. 8차선 도로 같은 것도 없고, 스모그도 없고, 하늘은 높고, 구름도 많고, 거리에 또 나무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경치 구경하면서 뛰기에 심심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나도 한번 해봤다. 쫄쫄이 입고 밖에서 뛰기.
원래 계획은 쉔브룬 궁전으로 가서 조깅하는 거였다. 집에서 워낙 가깝기도 하고, 쉔브룬에서 조깅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기도 하고. 궁전을 가로지르며 조깅하는 쾌감을 맛보려 하는 찰나, 이전에는 눈여겨 보지 않았던 길가 반대편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도 많고 잔디도 깔려 있는데, 혹시 공원인가. 저쪽으로 한번 가봐 말아. 고민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신호가 바꼈고 나의 발걸음은 이미 공원(?)쪽으로. 예상은 딱 들어맞았고 생각보다 쾌적한 공원 환경에 빠져 바로 뛰기 시작했다. 아니 개똥 치우는 여자도 저렇게 날씬한데. 갑자기 막 힘이 불끈 불끈 솟아나는 것 같았다. 야외에서 뛸 때의 포인트는 일단 최대한 천천히 힘들이지 않고 뛰는거다. 그리고 탈진하지 않기 위해선 달리기를 시작하기 1 시간 정도 전에 물도 많이 마셔둬야 한다. 음악은 듣되,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볼륨으로 들어야 하고, 되도록이면 파트너와 함께, 불가피 하게 혼자 뛰어야 한다면 꼭 휴대폰을 지참해야 한다.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첫날 조깅은 당연히 힘들었다. 하지만 몇 번 연달아 뛰기를 반복하니 조금씩 야외에서 뛰는 것이 몸에 익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아직도 멀었다. 기껏해야 30~40분 정도 그것도 아주 천천히 뛰는 수준. 이거 뭐 지방이 타는지 마는지 감도 안올 정도니 좀 더 노력해야 한다. 야외 조깅의 한 가지 단점. 비오면 못 뛴다. 완벽히 짜여진 다이어트 계획이 있다면 당연히 헬스장에 가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저런 멋진 풍경들은 못 본다. 햇살과 바람을 느끼면서 자연과 하나되는 그런 느낌도 못 느낀다. 일단, 한국에서는 참 하기 힘들다. 우선은 내가 비엔나에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할 엄두도 내게 된 것 같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느낌이랄까. 얼마나 더 열심히 하게 될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이 곳에 있는 동안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운동하는 사치를 좀 더 누리도록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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