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와인 페스티벌, Stammersdorfer Mailüfterl

오스트리아는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는 아니지만 저렴하고 질 좋은 로컬 와인들이 많이 생산된다. 비엔나의 21번째 구역 Stammersdorfer도 그런 와인 생산지 중의 하나이다. 이 곳에서는 매년 5월, 첫 와인 수확을 기념해서 작은 축제가 열리는데 올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Stammersdorfer Weinfeste 2013) Mailüfterl는 규모가 큰 행사도 아니고 대외적으로 많이 홍보되는 행사도 아니어서 주로 아는 사람들만 가는 정도의 축제라고 보면 된다.

Stammersdorf하루 종일 볕이 쨍쨍하다가 저녁무렵이 되니 비가 오려고 폼을 잡았다. 축제를 포기해야되나 어째야되나 고민하다가 일단 가보자 해서 집을 나섰다. 다행히 빗방울이 그치고 날이 개었다. 집에 있었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이 곳 21번째 구역은 비엔나와  Lower Austria와의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다. 그만큼 비엔나의 외곽지역이란 말씀. 차를 주차하고 내리자마자 들판을 가득메운 유채꽃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래도 구역상으로는 비엔나인데, 다른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Stammersdorf1 Stammersdorf2주차한 곳에서 축제가 열린 골목까지 5분 남짓 걸어야 했는데 이미 낮동안 축제를 즐기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낮시간에 오면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나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기 때문에 조용히 축제를 즐기기엔 더 적합하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전통의상인 딘들을 입은 할머니가 관광버스를 놓칠세라 바쁜 걸음을 하고 있었다. 여기도 할머니들이 버스 대절해서 놀러 오곤 하는구나. 우리 나라 할머니들 생각이 나서 잠깐 웃음이 났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가보다.

Stammersdorf3 Stammersdorf4드디어 축제가 열리는 골목에 입성. 마을이 조용해서 사람들이 별로 없나 했더니 여기 다 모여 있었다. 이미 와인을 마시고 거나하게 취한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곳곳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흥을 돋우고 있었다. 와인을 파는 곳에는 모두 사람들이 꽉 차서 테이블 찾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너무 늦게 온 건 아닌가 살짝 후회가 들었다. 거리를 한바퀴 쓰윽 둘러보니 모두 오스트리아 사람들 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꽃히는 기분이었다. 왜, 한국 사람 처음보냐.

Stammersdorf5Stammersdorf6Stammersdorf7여느 축제가 다 그러하듯 이 곳에도 여러가지 잡상인들이 많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국적 불명의 악세러리 파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핫도그 벤 아저씨까지. 오스트리아 와인 축제에서 왜 핫도그나 미국 도넛을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재밌으면 됐지. 일단 마시는 축제이다 보니 사람들이 음식들도 많이 사먹는 듯 했다.  축제라고 하기는 하지만 작은 마을 잔치 같은 느낌이었다. 뭔가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했다고나 할까. 왜 마을 잔치에 가보면 밭 매다 온 아줌마도, 경운기 몰다 온 아저씨도 있지 않나. 비엔나에서 늘 젊고 많이 배운 애들이랑만 놀다가 이런 곳에 가니 뭔가 정겨운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이런 게 사람사는 것 같고.

Stammersdorf8Stammersdorf9Stammersdorf10테이블 찾기도 힘들고 해서 일단 동네나 한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같이 간 친구 중의 한 명이 어릴 때 이곳에서 자라서 골목 구석 구석을 잘 알고 있었다. 축제 골목을 벗어나니 포도밭이 보였다. 마침 해가지고 있었는데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다.  내가 사는 곳에서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만든 와인이라는 걸 직접 보고나면, 슈퍼에서 로컬 와인을 외면할 수 있을까. 깨끗한 포도밭을 보니 나도 왠지 마음이 확 동했다. 앞으로 오스트리아 와인 더 많이 사 먹어야지.

Stammersdorf11 Stammersdorf12동네 구경을 마치고 다시 축제가 한창인 골목으로 돌아갔다. 아까 눈여겨 봐둔 통달 구이 집에서 통닭 반마리와 감자 샐러드를 시켰다. 배가 촐촐해서 정말 맛있게 먹을거라고 자부했는데 음식이 짜도짜도 너무 짰다. 아무리 안주라고는 하지만, 짜게 먹어야 사람들이 한 잔이라도 술을 더 사먹긴 하겠지만, 그래도 맛을 음미할 정도로 짜야 말이지. 내가 닭을 먹는건지 소금을 씹는 건지. 모~든 음식이 다 그랬다. 한 친구는 감자 튀김을 시켰는데 그 감자튀김 또한 세상 어디에서도 맛본 적 없는 강도의 간이었다. 아, 이 곳 축제의 음식은 별로구나.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절대 사먹지 말아야지. Spritzer(물 50 : 와인 50)를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다. 친구들과 둘러 앉아 밤 깊어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아 이런 게 여름(?) 밤의 낭만이지.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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