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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츠(Graz)의 상징물, 시계탑(Uhrturm)

여느 도시나 다 그 도시를 상징할만한 상징물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파리에는 에펠탑이 있고, 피사에는 피사탑이 있지 않나. 그라츠에는 바로 이 시계탑(Uhrturm)이 그러한 상징물이다.그라츠에 관광 하러 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이 곳에 와서 사진 한장 씩은 찍고 가기 마련. 여기까지와서 시계탑을 보고 가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발걸음에 흥이 실렸다.

graz20graz21graz22graz23시내에서 타워로 올라가는 길은 도보로 올라가는 언덕 쪽 길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법 두 가지가 있는데, 도보로 올라가도 10분 15분이면 충분한 거리이므로 엘리베이터는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당신이 사지가 멀쩡한 젊은이라면 더더욱. 언덕을 오를 때 경치가 얼마나 예쁜지, 나무들은 또 얼마나 아름답게 서 있는지. 그것 또한 충분히 아름다운 구경거리이므로 꼭 감상해야 된다고 본다. 언덕을 끝까지 오르면 이 지형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다. 우리 나라로 치면 산성.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참 어딜가나 다 비슷한 거 보면 정말 신기하다. 사람 사는 곳은 정말 다 똑같은 가보다.

graz24graz25graz26graz27P6152901산성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시계탑이 보인다. 장난감처럼 예쁘게 생겼다. 우리가 읽는 동화가 서양의 것이다보니 그런 인상을 받는 것도 있겠지만, 이런 아기자기하고 예쁜 유럽의 건물들을 볼 때마다 마치 동화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설명을 읽어보니 이 시계탑은 그라츠에서 가장 높은 건물 일 뿐만 아니라 가장 오래 된 건물이기도 하단다. 몇 백년도 더 된 시계탑이 저렇게 아름답게 잘 보존 되어 있는 걸 보니 참 부럽다. 우리 나라의 아름다운 옛 건물들은 다 어디 간 건지. 개발이다 뭐다 다 허물지만 않았어도 정말 우리만의 독특한 것을 잘 보존할 수 있었을텐데, 돌이켜보면 우리가 참 무지했다. 다른 관광객들과 마찬가지로 시계탑 앞에서 친구들과 인증샷을 남겼다. 버스데이 걸을 위해 독특하게 찍어야 된다며 굳이 무거운 나를 들어올렸다. 아, 진짜, 창피하게. 안돼 안돼 하다 찍혀버린 어정쩡한 샷. 그래도 지나면 다 추억이겠지.

graz28graz29graz30사진에 보이는 시계탑 뒤쪽으로 가면 이런 풍경을 감상할 수가 있다.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지는 아름다운 시티 뷰. 파랗게 높아있는 하늘과 함께보니 더 아름답다. 그리 넓지 않은 그라츠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두 번째 사진 중간에 유독 눈에 띄는 현대식 건물은 1999년 그라츠의 Old Town이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에 지어진 미술관으로 Peter Cook와 Colin Fournier이 디자인 했단다. 심장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데, 뭔가 주변 경치와 딱 어울리지는 않는 느낌이다. 보는 눈은 다 똑같았는지 이 건물이 지어질 당시 고풍스러운 주변 경치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냐며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뭐든 완벽한 게 어디있나. 이 건물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그라츠는 그라츠만의 매력을 가졌겠지.

graz31graz32graz33거리 관광에 이어서 시계탑까지 올랐더니 어찌나 기운이 빠지고 목이 마르던지. 다행히 시계탑 위로 카페가 있다고 해서 가보았다. 정말 멋진 뷰를 가진 최고의 카페인데, 불행히도 그 멋진 뷰를 가진 최고의 자리는 다른 손님들에게 완전히 점령당해 있었다. 무슨 가족 행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밴드까지 불러서 난리 법석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오스트리아 전통 음악도 듣고, 딘들을 입은 사람들이 춤추고 노래하면서 노는 모습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나라로 치면 누구 생일 때 한복 입고 아리랑 부르는 건데, 오스트리아라서 그런지 내 눈에는 신기하고 멋져보였다. 근처 농장에서 바로 받아서 판다는 사과 주스를 한 사발 했더니 갈증이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하아, 내겐 하루가 아직도 남았으므로. 얼른 얼른 움직이자.

graz35graz36graz37시내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올라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길로 내려왔다. 굳이 말하자면 지름길.  마지막 사진 안 쪽으로 보이는 동굴 같이 생긴 곳이 시계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곳이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정말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이니, 어디 다쳐서 아픈 게 아니라면 그냥 올라가자. 이제 무어섬과 몇 군데만 더 돌아보면 관광도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 배도 고픈 것 같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입이 댓발 나와서 힘들다고 찡찡 댔겠지만 이 날은 그냥 너무 행복해서 그런 것도 모르고 정말 열심히 걸어 다녔다.

고풍스러운 매력 물씬, 그라츠(Graz) 시내 관광

지난 주말 생일을 맞은 나를 위해 친구들이 깜짝 여행을 준비해 주었다. 목적지는 평소 내가 가보고 싶어했던 오스트리아 제 2의 도시 Graz. Upper Austria로는 종종 여행을 다녔지만, Steiermark로는 처음 가 보는 거라 무척 설렜다. 블로그에 소개하고 싶어 얼마나 사진을 찍었는지 당일 치기 여행에 사진만 500장이 넘게 남았다. 덕분에 Graz에서 본 것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포스팅 할 수 있을 것 같다.비엔나에서 그라츠까지는 차로 1시간 4,50분 정도 거리. 여행때문에 일찍 일어나서인지 피곤이 몰려와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차가 이미 그라츠에 접어들고 있었다.

graz3 graz4 graz5 graz6차를 근처에 주차하고 그라츠의 센터, Hauptplatz로 향했다. 이름을 그대로 풀이하면 주광장이라는 뜻인데, 그 말이 딱 맞다. 이 곳은 그라츠의 모든 교통이 교차하는 교통의 메카. 비엔나와는 다른 모습의 시가전차와 버스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 나라도 지방마다 버스 색깔도 다르고 지하철도 다르지 않나.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인가보더라. 살짝 옆 동네로 왔을 뿐인데 트램도 버스도 낯설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한걸음 내딛을때마다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에너지 보충을 위해 젤라또 하나씩을 사서 물고 다시 출발.

graz7graz8 graz9그라츠의 메인 쇼핑 거리이자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Herrengasse로 접어들자마자 민트색의 이국적인 지붕을 가진 건물이 보였다. 유럽에서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성당 건물. 내부까지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나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으므로. 그리고 별로 흥미롭지 않았으므로. 그냥 외부 사진만으로 만족. 허나 골목이 좁아서 외부 사진 또한 완벽하게 찍을 수는 없었다. 건물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 들어가서 볼 만할지도.

graz10graz11graz13graz12Herrengasse를 따라 시청 쪽으로 쭉 걸어가다보니 아기자기하게 예쁜 건물들이 쭈욱 늘어서 있었다. 뭔가 폴란드의 Wrocław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었다. 뭐라고 딱 찝어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모양이랄까 느낌이랄까 하는 것들이 닮은 듯했다. 날이 많이 덥기는 했지만 그래도 화창하게 예쁜 날이어서 그런지 정말 시내에 사람들이 많았다. 이 사람들이 다 그라츠 시민들인지 아니면 관광객들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여튼 거리가 북적북적허니 놀러온 기분이 확 들어서 좋았다. 마지막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벽면 전체가 페인팅 되어 있는 게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Gemaltes Haus (“painted house”)란다. 1742년에 Johann Mayer라는 사람이 전체 벽면에 벽화를 그렸다는데 색감이랄까 느낌이랄까 이런 것들이 너무 내 스타일. 카페의 파라솔마저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graz14 graz15grazgraz0길을 따라 걷다보니 드디어 시청(Rathaus)이 보였다. 언제 지어진 어느 풍의 건물인지 그런 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정말 예쁜 건물이었다. 다만 다시 찾아온 나의 관광 징크스. 내가 관광가는 곳엔 늘 뭔가가 수리 중이거나 무슨 일이 있어서 건물이 가려지거나 암튼 그 모양이다. 이 날도 도시에 마라톤 행사가 열려서 시청 건물 앞에 무언가 설치되어 있었다. 전체 건물의 사진을 예쁘게 남길 수 없어서 정말 아쉬웠다. 시청 건물이랑 사진 찍기는 글렀으니 시청 앞 광장의 동상이라도. 큰 동상을 둘러 싸고 있는 네개의 작은 동상들은 그라츠를 통과해 흐르고 있는 강들을 의미한단다. 분수대라도 하나 있었음 정말 좋았으련만. 정말 너무 더웠다.

graz16 graz17 graz18 graz19광장 너머로 보이는 이 골목 또한 시내에서는 “오래된 골목”으로 유명한 골목, Sporgasse이다. 이 골목 또한 쇼핑을 즐기기에 적합한 곳으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골목이 ‘매우’ 좁았는데 이게 또 좁아서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 이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는 뭐가 있나 상상력을 자극했다. 하지만 제한 된 시간에 모든 것을 다 볼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고. 나와 일행은 그라츠의 상징물과도 같은 시계탑(Uhrturm)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라츠에도 구석구석 정말 매력적인 장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한 관광을 굳이 비교하자면 서울에 온 관광객들이 명동을 보고 가며 아 이게 서울이구나,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물론 모든 것을 다 보지 못했다고 해서 나쁜 관광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관광은 어디까지나 관광일 뿐. 내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이 모든 일정을 준비해 준 친구들의 예쁜 마음이 그라츠보다 더 빛난 하루였다.

오리지날에 가까웠던 한국 식당 “서울 (Seoul)”

비엔나에 올 때마다 매번 친구들과 한국 식당 한군데씩을 방문 해왔다. 하지만 늘 뭔가 조금 부족한, 말하자면 지나치게 현지화 된 맛 때문에 내 입맛에는 맞질 않았다. 하지만 난 여행 중이었고 한국 음식을 먹으러 비엔나에 온 것이 아니므로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막상 여기에서 더 오랜 시간을 머문다고 생각하니 가끔 찾아 고향의 맛을 느낄 식당을 적어도 한 군데는 알아둬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 아는 친구에게 추천 받은 곳. 이름만 들어도 느낌이 딱 오는 한국 식당 서울(Seoul). Praterstraße 26, 1020 Wien. Schwedenplatz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이다. 이 곳을 추천해준 친구의 말에 따르면 근처에 삼성이 있어서 점심 시간이 되면 식당이 직원들로 가득 찬단다. 한국 손님이 많다는 건 그만큼 맛도 한국 음식에 더 가깝다는 거 아니겠나. 기대치가 올라갔다.

seoul1seoul2여러 명의 친구들이 오기로 되어있었는데 우리가 조금 일찍 도착해서 일단 소주 한 병과 해물 파전을 시켰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해물 파전은 사실 해물파전으로 보기가 힘들었다. 한 접시에 10유로나 받으면서, 해물도 없고 파도 없는게 도대체 이게 무슨 해물 파전이라는건지. 물론 재료를 구하는게 힘들다는 건 안다. 그럼 그냥 해물파전 안 파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이건 아무리 봐도 해물파전이 아니니까. 소주도 한국 슈퍼에서 3~4유로를 줘야 한다면 여기서는 한 병에 14유로다. 날 강도가 따로 없다.

seoul4seoul5seoul6seoul7내겐 모든 것이 너무 익숙하고 당연하지만 이 곳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이란 아직 미지의 세계. 쌈을 보고도 멀뚱 멀뚱. 김치를 쳐다보고 이건 뭐냐고 묻질 않나. 갈 길이 먼 친구들이 몇몇 있었다. 왠만해선 고기를 굽지 않는 나이지만, 그런 친구들을 위해서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정성껏 고기를 구워서 직접 쌈 싸먹는 시범을 보이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참, 그렇게도 쌈은 한 입에 먹는게 제 맛이라고 해도 꼭 다 싼 쌈을 베어먹는 애들이 있다. 이마를 한대 톡 때려주고 싶었다. 다들 처음엔 좀 헤매는 듯 했지만  곧 잘 따라 먹었고, 먹고 나선 모두가 칭찬일색. 한국음식 너무 맛있다며 또 오자며. 달달한 간장 양념이 벤 갈비는 사실 누가 먹어도 맛있지 않나. 김치찌개는 사실 좀 호불호가 갈렸다. 특히 이 곳에는 무슬림인 친구들이 많아서 돼지고기가 들어 간 김치찌개를 못 먹는 친구도 있었다. 안됐지만, 김치찌개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야 맛있는걸. 외국에서 김치는 참 먹어도 먹어도 맛있다.

음식의 총 평을 하자면 해물 파전을 제외한 갈비와 김치찌개는 정말 맛있었다. 막걸리도 한 병 먹을 수 있다면 참 좋았을 것 같은데, 소주밖에 없어서 아쉽긴 했다. (어디서든 막걸리를 취급 하는 식당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막걸리라는 술의 특성과 유통 문제때문이겠지.) 그래도 다른 한국 식당들과 비교해서 음식의 질도 맛도 만족스러웠다.

seoul8seoul9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 다같이 Schwedenplatz로 향했다. 아직은 밤공기가 좀 쌀쌀한 4월 말이었지만 대뉴브 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한 잔은 참 끝내줬다. 이 날 따라 달도 훤하게 밝아서 밤 깊어 가는 줄 모르고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비엔나 와인 페스티벌, Stammersdorfer Mailüfterl

오스트리아는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는 아니지만 저렴하고 질 좋은 로컬 와인들이 많이 생산된다. 비엔나의 21번째 구역 Stammersdorfer도 그런 와인 생산지 중의 하나이다. 이 곳에서는 매년 5월, 첫 와인 수확을 기념해서 작은 축제가 열리는데 올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Stammersdorfer Weinfeste 2013) Mailüfterl는 규모가 큰 행사도 아니고 대외적으로 많이 홍보되는 행사도 아니어서 주로 아는 사람들만 가는 정도의 축제라고 보면 된다.

Stammersdorf하루 종일 볕이 쨍쨍하다가 저녁무렵이 되니 비가 오려고 폼을 잡았다. 축제를 포기해야되나 어째야되나 고민하다가 일단 가보자 해서 집을 나섰다. 다행히 빗방울이 그치고 날이 개었다. 집에 있었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이 곳 21번째 구역은 비엔나와  Lower Austria와의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다. 그만큼 비엔나의 외곽지역이란 말씀. 차를 주차하고 내리자마자 들판을 가득메운 유채꽃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래도 구역상으로는 비엔나인데, 다른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Stammersdorf1 Stammersdorf2주차한 곳에서 축제가 열린 골목까지 5분 남짓 걸어야 했는데 이미 낮동안 축제를 즐기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낮시간에 오면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나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기 때문에 조용히 축제를 즐기기엔 더 적합하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전통의상인 딘들을 입은 할머니가 관광버스를 놓칠세라 바쁜 걸음을 하고 있었다. 여기도 할머니들이 버스 대절해서 놀러 오곤 하는구나. 우리 나라 할머니들 생각이 나서 잠깐 웃음이 났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가보다.

Stammersdorf3 Stammersdorf4드디어 축제가 열리는 골목에 입성. 마을이 조용해서 사람들이 별로 없나 했더니 여기 다 모여 있었다. 이미 와인을 마시고 거나하게 취한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곳곳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흥을 돋우고 있었다. 와인을 파는 곳에는 모두 사람들이 꽉 차서 테이블 찾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너무 늦게 온 건 아닌가 살짝 후회가 들었다. 거리를 한바퀴 쓰윽 둘러보니 모두 오스트리아 사람들 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꽃히는 기분이었다. 왜, 한국 사람 처음보냐.

Stammersdorf5Stammersdorf6Stammersdorf7여느 축제가 다 그러하듯 이 곳에도 여러가지 잡상인들이 많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국적 불명의 악세러리 파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핫도그 벤 아저씨까지. 오스트리아 와인 축제에서 왜 핫도그나 미국 도넛을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재밌으면 됐지. 일단 마시는 축제이다 보니 사람들이 음식들도 많이 사먹는 듯 했다.  축제라고 하기는 하지만 작은 마을 잔치 같은 느낌이었다. 뭔가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했다고나 할까. 왜 마을 잔치에 가보면 밭 매다 온 아줌마도, 경운기 몰다 온 아저씨도 있지 않나. 비엔나에서 늘 젊고 많이 배운 애들이랑만 놀다가 이런 곳에 가니 뭔가 정겨운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이런 게 사람사는 것 같고.

Stammersdorf8Stammersdorf9Stammersdorf10테이블 찾기도 힘들고 해서 일단 동네나 한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같이 간 친구 중의 한 명이 어릴 때 이곳에서 자라서 골목 구석 구석을 잘 알고 있었다. 축제 골목을 벗어나니 포도밭이 보였다. 마침 해가지고 있었는데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다.  내가 사는 곳에서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만든 와인이라는 걸 직접 보고나면, 슈퍼에서 로컬 와인을 외면할 수 있을까. 깨끗한 포도밭을 보니 나도 왠지 마음이 확 동했다. 앞으로 오스트리아 와인 더 많이 사 먹어야지.

Stammersdorf11 Stammersdorf12동네 구경을 마치고 다시 축제가 한창인 골목으로 돌아갔다. 아까 눈여겨 봐둔 통달 구이 집에서 통닭 반마리와 감자 샐러드를 시켰다. 배가 촐촐해서 정말 맛있게 먹을거라고 자부했는데 음식이 짜도짜도 너무 짰다. 아무리 안주라고는 하지만, 짜게 먹어야 사람들이 한 잔이라도 술을 더 사먹긴 하겠지만, 그래도 맛을 음미할 정도로 짜야 말이지. 내가 닭을 먹는건지 소금을 씹는 건지. 모~든 음식이 다 그랬다. 한 친구는 감자 튀김을 시켰는데 그 감자튀김 또한 세상 어디에서도 맛본 적 없는 강도의 간이었다. 아, 이 곳 축제의 음식은 별로구나.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절대 사먹지 말아야지. Spritzer(물 50 : 와인 50)를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다. 친구들과 둘러 앉아 밤 깊어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아 이런 게 여름(?) 밤의 낭만이지.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비엔나, 벼룩 시장 구경하기

비엔나 거리에는 종종 벼룩시장이 서곤 한다. 그 중에서도 5월 초에 Neubaugasse에 서는 이 벼룩시장은 지난 시즌의 이월 상품이나 수공예품을 파는 벼룩시장으로 저렴한 가격보다는 질좋은 상품을 구매하기에 더 적합한 벼룩시장이다. 물론 가판대 상인들도 많이 나오므로 저렴한 물건들도 있기는 하다. 사실 한국에서는 벼룩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뭐 꼭 물건을 사야하는 사람만 구경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어떤 물건들을 파나, 분위기는 어떤가 구경이나 해볼겸 Neubaugasse로 향했다.

flohmarkt1주말 오전에 실컷 늦잠자고 점심 때가 다 되어서야 나갔더니 이미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 나라 재래시장 같이 맛있는 냄새도 여기저기서 났다. 떡볶이나 호떡 같은 거 팔면 참 좋겠는데. 그런 건 없지, 당연히. 그래도 소세지라든지 통닭 바베큐라든지 하는 것들이 굶주린 나의 미각을 자극했다. 아침을 제대로 안 챙겨 먹고 가서 배가 좀 고팠지만 일단 시장을 먼저 둘러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flohmarkt2flohmarkt3flohmarkt4오랫동안 수집한 레코드판, 의류 브랜드들의 이월상품, 그리고 오스트리아 전통의상인 Dirndle(딘들)까지 정말 많은 종류의 물건을 구경할 수 있었다. 특히 Dirndle(딘들)에 관심이 있어서 몇 군데에서 구경을 했는데, 가격이 기본 200~300유로였다. 뭐 전통 의상은 수제품이라서 그렇다나. 보기엔 무슨 인형놀이할 때 갖고 놀던 옷 같이 생긴게 더럽게 비싸다. 그래도 언젠간 꼭 한 벌 사고 말리. 시장 중간쯤에서는 뿔이 잔뜩 나 보이는 여자 아이가 전통 의상을 입고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었다.  누가봐도 엄마 아빠가 등떠밀어서 나온 것 같은 표정. 그 툭 튀어나온 입이 더 귀여웠는지 지나가던 사람들 모두가 발길을 멈추고 연주에 맞춰 박수를 쳐주었다. 그 날 수입 좀 괜찮았을 거다, 이 아이.

flohmarkt5flohmarkt6flohmarkt7그리고 나서 한동안 쇼핑 삼매경에 빠졌다. 한발짝 움질일 때 마다 다른 것들을 팔아서 100m 전진하기도 힘들었다. 같이 간 남자 친구들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쟤네 뭐하나..’ 옆동네 불구경 하듯 서 있었지만 여자들끼리는 그런 거 제대로 살필 겨를도 없었다. 대단한 쇼핑을 한 건 아니지만, 원래 이런 곳이 아기자기하게 구경할 게 더 많은 법. 모르면 가만 있으라.

flohmarkt8flohmarkt9그렇게 뭐에 홀린 사람처럼 시장 구경을 끝내고 나자 허기가 확 몰려왔다. 마침 어디선가 강렬한 카레 냄새가 났다. 안 먹으면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기에 당장 달려가서 제일 긴 메뉴로 선택. 닭고기, 야채, 아무튼 거기 있는 거 다 들어가 있는 카레로 주문했다. 냄새에 비해서 맛은 그저그랬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카레 한접시를 게 눈 감추듯 해치웠다. 그렇게 5분 만에 사라진 나의 6유로 50센트. 뭘 좀 먹으면 힘이 솟을 줄 알았는데 왠일인지 더 피곤해졌다. 그래서 그 날 쇼핑은 이걸로 끝. 두 시간 남짓한 짧은 외출이었지만 정말 좋은 구경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귀여운 Upper Austria의 마을, Vöcklabruck.

비엔나에서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다른 도시를 구경다닐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주머니 사정 빡빡한 학생 입장에선 조금만 움직여도 다 돈이라 맘 놓고 여행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은 봐야되지 않겠나.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았던 3월의 어느 주말, M의 부모님이 사시는 Upper Austria의 작은 마을 Vöcklabruck에 다녀왔다.

IMG_4072IMG_4078vocklabruck10새로 생긴 Westbahn을 이용했다. Westbahn은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사이의 구간만을 운행하는 고속 열차이다. 하지만 기존의 ÖBB와는 달리 Vocklabruck역에 정차를 하지 않으므로 Attnang역에서 내려서 이동해야 한다. 그 부분이 조금 번거롭지만 사실 그것만 빼면 Westbahn은 매우 편리했다. 우선 표를 미리 살 필요가 없이 열차에 탑승 한 뒤 직원에게 구매하면 된다. 물론 자리를 미리 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앉아갈 수 없을 정도로 열차가 혼잡하지도 않다. 또한 새 열차라 시설이 깨끗하고 좌석도 넓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한 시간 반만에 Attnang에 도착했다.

vocklabruck1vocklabruck2Attnang역에서 Vöcklabruck까지는 차로 10분 거리.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비엔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아기자기한 매력이 느껴졌다. 비엔나의 보통 건물들도 4~5층이지만 비엔나에는 큰 건물들이 조금 더 많다. 서울과 비교하자면 비엔나도 촌 동네이지만, 비엔나와 비교하니 Vöcklabruck도 만만치 않게 시골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 시골 마을하고는 또 조금 다른 느낌. 아무래도 건물들이 조금 더 예쁘다.

vocklabruck3vocklabruck4vocklabruck5Vöcklabruck이라는 지명을 처음 들었을 때 영어의 “brook”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면서 무언가 시내와 관련 된 지명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예감이 맞았다. Vöcklabruck에는 Vöckla라는 개울이 마을을 통과해 흐른다. 여름엔 Vöckla 개울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고 근교의 공원에서 산책을 할 수도 있다. 또한 Vöckla를 따라서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여느 마을의 개울이 그러하듯 Vöckla 개울도 Vöcklabruck이란 마을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vocklabruck6vocklabruck8이 곳이 Vöcklabruck의 중심가이다. 센터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할만큼 작지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사진의 중심부에 보이는 시계탑은 “Oberer-Stadtturm”이라고 한단다. Vöcklabruck의 상징물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시계탑 근처로는 오스트리아의 주 은행 지점들과 크고 작은 옷가게들이 밀집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 이 마을에 살라고 한다면 답답해서 못할 것 같기는 하다. 아기자기하고 깨끗하고 예쁜 마을이지만, 이미 너무 도시 생활에 익숙해져서인지 당장은 불편할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아이들 키우기에는 참 좋은 도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vocklabruck7vocklabruck9슈퍼마켓, 베이커리부터 시작해서 호텔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미니어쳐 같이 작고 아기자기한 마을, Vöcklabruck.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한 번쯤은 방문해볼만 한 곳이다.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오스트리아의 소도시를 구경하고 싶다면 Vöcklabruck을 한번 방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