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로컬와인을 맛볼 수 있는 축제, “WEINFEST GUMPOLDSKIRCHEN”

비엔나로 건너 온 이후로 정말 즐겨마시고 있는 오스트리아 각 지방의 로컬 와인들. 사람들의 와인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와인 관련 행사들도 참 많이 열리는 것 같다. 지난 봄, 비엔나의 Stammersdorfer에서 열렸던 와인 행사에 놀러 갔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Lower Austria의 Gumpoldskirchen에서 열린 와인 축제를 구경하러 갔다. 사실 이름만 축제지 행사의 규모는 작은 마을 한 골목에서 열리는 단촐한 행사라고 보면 된다. 아무래도 작은 규모의 와이너리들이 직접 운영하는 와인바우들이 밀집되어 있다보니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와인과 각종 간식거리들을 즐길 수 있어서, 굳이 행사 기간이 아니라도 놀러 가기 좋은 곳인 것 같다.

weinfest1weinfest2weinfest3weinfest4나와 일행들은 차로 Gumpoldskirchen에 미리 도착했지만, 기차를 타고 오는 친구들을 기다리느라 기차역에 잠깐 들렀다. 비가 올 거라는 예보때문에 걱정을 하면서 갔는데 하늘이 어찌나 파랗고 예쁜지 넋을 놓고 셔터를 눌렀다. 10분여 뒤에 도착한 친구들 일행들과 행사가 열리고 있는 골목으로 향했다. 입구에서부터 짐작되는 아담한 골목 사이즈. 크다고 좋은 축제는 아니지 않나.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광경에 사실 정말 깊이 감탄했다. 어느덧 가을 느낌이 물씬 풍기는 높은 하늘과 단풍나무의 색감이 얼마나 예쁘게 어우러지는지, 이건 실제 풍경인지 그림책 속의 한 페이지인지 구분 가지 않을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우선 축제의 전체적인 느낌을 살펴보기 위해 골목의 끝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weinfest8weinfest5weinfest6골목의 가장 안 쪽에 위치한 Weinbau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테이블 위에 축제관련 책자와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종이가 놓여 있었다. 전체 Weinbau들에 대한 지도도 첨부되어 있었는데 한 곳에서 딱 한 잔씩, 모든 Weinbau들을 둘러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축제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일요일이라 그런지 그렇게 붐비지도 그렇게 한산하지도 않은, 딱 좋은 분위기였다. 탁 트인 포도밭을 배경으로 와인을 마시자니, 와인 맛이 꿀 맛이었달까.

weinfest7weinfest9weinfest10weinfest11그렇게 한 군데 한 군데씩 들르며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간식거리들도 먹을 수 있었는데 여러가지 스프레드들과 빵을 함께 먹을 수 있는 기본 메뉴부터 치킨 바베큐까지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었다. 놀이동산처럼 총쏘기 게임을 하는 곳도 있었고, 한쪽 구석에 마련 된 작은 스테이지에서는 컨트리 음악도 연주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통 의상인 딘들(Dirndl)을 입은 사람들이 많아서 뭔가 더 시골스럽고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나도 한 벌 사서 입어보고 싶은데, 딘들은 다 핸드메이드라 한 벌에 200~300유로씩 한다. 너무 비싸서 포기. 한복도 없는데, 좀 오버긴 하지. 분위기가 무르익고 저녁이 다가올 무렵에 퍼레이드가 시작 되었다.

weinfest12 weinfest13 weinfest14사실 퍼레이드라고 해봤자 20~30명 남짓한 사람들이 우루루 지나가는 것이 다 이긴 했지만 그래도 골목이 워낙 작다 보니 그 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기엔 충분했던 것 같다. 마을의 깃발을 들고 선두에 선 사람 뒤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 와인의 왕과 왕비, 그의 시녀들까지, 하는 사람들도 즐겁고 보는 사람들도 즐거운 행복한 이벤트였다. 이렇게 소박한 볼 거리가 지나자 우리는 또 와인 마시기 삼매경. 마셔도 마셔도 샘솟는 우물물 같이 마셔도 마셔도 끝이 없는 Weinbau들.

weinfest15결국 열 대여섯군데 되는 Weinbau 투어는 끝까지 마치지 못했지만,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다들 다음 날 출근하는 월급쟁이 친구들이었지만 내일 걱정따위는 내일 해도 늦지 않다. 다들 8~9잔에서 마무리 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각 1병 정도 마신 거니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 그래도 음악이 있고 흥이 있고 신선한 와인이 있는 이런 축제를 누가 마다하랴. 이제 일요일은 좀 피하자고 이야기 하긴 했지만 그래도 또 일요일에 놀러나갈 거 나는 다 알지롱. 그래도 당분간 와인 생각은 안 날 것 같긴 하다. 집에 갈 즈음 되어서는 비가 부슬부슬 오기 시작했다. 낮동안 예쁜 날씨를 지켜 준 하늘이 왠지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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