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큰 축제, Donauinselfest 2013

그리 크지 않은 도시의 규모를 감안하면 비엔나에는 정말 큰 규모의 행사들이 많이 열리는 편이다. 지난 달 열린 Lifeball (HIV와 AIDS를 후원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자선 행사)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고, 오늘 소개할 Donauinselfest 또한 그러하다.  이 작은 도시가 유럽 최대 규모의 행사를 몇 개씩이나 개최한다는 것이 이미 매우 놀라운 일이다. Donauinselfest는 말 그대로 Donauinsel에서열리는 유럽 최대 규모의 야외 음악 축제이다. 비키니 탑만 입은 젊은 여성들부터 술에 취한 10대들까지 말 그대로 젊은이들의 축제다. 더욱 파격적인 것은 입장료가 없는 축제라는 점. 터질 듯한 젊은 혈기와 DJ들의 멋진 음악 그리고 유명한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일부러 축제를 찾는 사람들도 있단다. 축제는 금,토,일 (6월 21일~6월 23일) 3일간 열렸는데 나는 마지막 날 저녁에서야 찾아가 보았다. 물론 엄청 후회했다. 3일 내내 갈 껄 하고.

donauinsel4donauinsel2donauinsel3U4 NeueDonau역에 내리자마자 축제의 후끈함이 느껴졌다. 비엔나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았나 싶을 만큼 북적이는 풍경이었다. 처음 축제에 입장해서는 작은 스테이지들을 둘러보고 간식을 사 먹으며 짧은 투어를 했다. 사진에 보이는 저것은 Langos라고 하는 오스트리아의 불량식품 같은 것인데 반죽을 넙적하게 만들어 기름에 튀긴 뒤 마늘 소스를 발라 먹는 음식이다. 가격은 단돈 3유로. 절대 혼자서 먹을 수 없는 사이즈. 한 입 베어물면 기름이 쫙 나오는 것이 정말 기가 막힌 맛이다. 하지만 자주 먹었단 돼지 되기 십상. 맛만 봐야지 맛만.

donauinsel5donauinsel6간식을 사먹고 노는 동안 해가 저물어갔다. 낮에 왔으면 또 나름의 재미가 있었겠지만, 이 날 날씨가 너무 더웠으므로 패스. 축제에서 감상하는 일몰은 또 왜 이렇게 멋있나.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이 맞나 싶을만큼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저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감상하는 일몰이라서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정말 하늘 아름답다.

donauinsel7donauinsel8이 날 우리가 감상한 메인 무대는 “HURTS”였다. 사실 누군지 잘 몰랐는데 노래를 들으니 한 두곡 정도는 알겠더라. 나보다 더 어린 친구들은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이미 스테이지 앞을 꽉 채우고 있었다. 늙은이는 뒤로 가야지. 그래도 스크린도 잘 보이고, 내 위치에서도 (나의 좋은 시력으로는) 밴드 멤버들의 얼굴이 잘 보였다. 내가 알고 좋아하는 밴드가 왔더라면 아마 기절했을지도 모르겠다. 쿵쿵하는 사운드가 심장을 울리는데, 손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폭발적인 분위기. 이 날 18,000명이 이 스테이지를 감상했다고 한다. 정말 어마어마한 인파다. 사실 이 많은 인파가 몰리는데도 큰 사고가 생기지 않는 것이 더 대단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엄청난 경찰 인력이 동원 되고, 곳곳에는 앰뷸런스들이 대기 중이이었다. 도시가 얼마나 꼼꼼하게 행사를 관리하는 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donauinsel9 donauinsel10서양의 흔한 간식 사이즈. 도대체 이거 몇 명이서 먹으라고 파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얼굴보다 큰 소세지를 보고있자니 너무 신기해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곳곳에 이런 간식 가판대가 위치하고 있었는데 정말 가격이 비싸다. 물 한잔을 3~4유로에 파니 뭐 말 다했지. 입장료가 없는 대신 우리가 감안해야할 부분인가보다 했다. 그리고 보통 맥주나 다른 음료를 사면 플라스틱 컵을 주는데, 1 유로의 보증금을 내야한다. 컵 보증금을 돌려받는 가판대도 곳곳에 있으니 불편함은 없었다. 아무튼 뭐 다 편리하고 다 안전하고 다 깨끗했다. 최고의 환경.

donauinsel11 donauinsel12마지막으로 작은 규모의 DJ 스테이지들을 조금 더 둘러 본 후 집으로 귀가했다. 12시에 축제가 정식으로 종료되는데 그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지하철을 못타 집에 못가기 쉽상. 아쉽지만 조금 빨리 떠나기로 했다. 우리가 떠날 때는 DJ Antoine의 무대가 한창이었는데, 정말 신나는 음악들이 나오고 있어서 떠나기가 아쉬웠다. 유럽에는 참 DJ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다.

밤 늦도록 밖에서 놀자니 피곤하기도 했지만 정말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경험을 한 것 같다. 자유롭게 야외에서 음악과 맥주를 즐기고 어마어마한 인파들 속에 섞여서 그 열기를 공유하는 것. 왠만한 규모의 콘서트에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짜릿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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