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category: 비엔나 이야기

유럽에서 가장 큰 축제, Donauinselfest 2013

그리 크지 않은 도시의 규모를 감안하면 비엔나에는 정말 큰 규모의 행사들이 많이 열리는 편이다. 지난 달 열린 Lifeball (HIV와 AIDS를 후원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자선 행사)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고, 오늘 소개할 Donauinselfest 또한 그러하다.  이 작은 도시가 유럽 최대 규모의 행사를 몇 개씩이나 개최한다는 것이 이미 매우 놀라운 일이다. Donauinselfest는 말 그대로 Donauinsel에서열리는 유럽 최대 규모의 야외 음악 축제이다. 비키니 탑만 입은 젊은 여성들부터 술에 취한 10대들까지 말 그대로 젊은이들의 축제다. 더욱 파격적인 것은 입장료가 없는 축제라는 점. 터질 듯한 젊은 혈기와 DJ들의 멋진 음악 그리고 유명한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일부러 축제를 찾는 사람들도 있단다. 축제는 금,토,일 (6월 21일~6월 23일) 3일간 열렸는데 나는 마지막 날 저녁에서야 찾아가 보았다. 물론 엄청 후회했다. 3일 내내 갈 껄 하고.

donauinsel4donauinsel2donauinsel3U4 NeueDonau역에 내리자마자 축제의 후끈함이 느껴졌다. 비엔나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았나 싶을 만큼 북적이는 풍경이었다. 처음 축제에 입장해서는 작은 스테이지들을 둘러보고 간식을 사 먹으며 짧은 투어를 했다. 사진에 보이는 저것은 Langos라고 하는 오스트리아의 불량식품 같은 것인데 반죽을 넙적하게 만들어 기름에 튀긴 뒤 마늘 소스를 발라 먹는 음식이다. 가격은 단돈 3유로. 절대 혼자서 먹을 수 없는 사이즈. 한 입 베어물면 기름이 쫙 나오는 것이 정말 기가 막힌 맛이다. 하지만 자주 먹었단 돼지 되기 십상. 맛만 봐야지 맛만.

donauinsel5donauinsel6간식을 사먹고 노는 동안 해가 저물어갔다. 낮에 왔으면 또 나름의 재미가 있었겠지만, 이 날 날씨가 너무 더웠으므로 패스. 축제에서 감상하는 일몰은 또 왜 이렇게 멋있나.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이 맞나 싶을만큼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저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감상하는 일몰이라서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정말 하늘 아름답다.

donauinsel7donauinsel8이 날 우리가 감상한 메인 무대는 “HURTS”였다. 사실 누군지 잘 몰랐는데 노래를 들으니 한 두곡 정도는 알겠더라. 나보다 더 어린 친구들은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이미 스테이지 앞을 꽉 채우고 있었다. 늙은이는 뒤로 가야지. 그래도 스크린도 잘 보이고, 내 위치에서도 (나의 좋은 시력으로는) 밴드 멤버들의 얼굴이 잘 보였다. 내가 알고 좋아하는 밴드가 왔더라면 아마 기절했을지도 모르겠다. 쿵쿵하는 사운드가 심장을 울리는데, 손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폭발적인 분위기. 이 날 18,000명이 이 스테이지를 감상했다고 한다. 정말 어마어마한 인파다. 사실 이 많은 인파가 몰리는데도 큰 사고가 생기지 않는 것이 더 대단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엄청난 경찰 인력이 동원 되고, 곳곳에는 앰뷸런스들이 대기 중이이었다. 도시가 얼마나 꼼꼼하게 행사를 관리하는 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donauinsel9 donauinsel10서양의 흔한 간식 사이즈. 도대체 이거 몇 명이서 먹으라고 파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얼굴보다 큰 소세지를 보고있자니 너무 신기해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곳곳에 이런 간식 가판대가 위치하고 있었는데 정말 가격이 비싸다. 물 한잔을 3~4유로에 파니 뭐 말 다했지. 입장료가 없는 대신 우리가 감안해야할 부분인가보다 했다. 그리고 보통 맥주나 다른 음료를 사면 플라스틱 컵을 주는데, 1 유로의 보증금을 내야한다. 컵 보증금을 돌려받는 가판대도 곳곳에 있으니 불편함은 없었다. 아무튼 뭐 다 편리하고 다 안전하고 다 깨끗했다. 최고의 환경.

donauinsel11 donauinsel12마지막으로 작은 규모의 DJ 스테이지들을 조금 더 둘러 본 후 집으로 귀가했다. 12시에 축제가 정식으로 종료되는데 그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지하철을 못타 집에 못가기 쉽상. 아쉽지만 조금 빨리 떠나기로 했다. 우리가 떠날 때는 DJ Antoine의 무대가 한창이었는데, 정말 신나는 음악들이 나오고 있어서 떠나기가 아쉬웠다. 유럽에는 참 DJ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다.

밤 늦도록 밖에서 놀자니 피곤하기도 했지만 정말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경험을 한 것 같다. 자유롭게 야외에서 음악과 맥주를 즐기고 어마어마한 인파들 속에 섞여서 그 열기를 공유하는 것. 왠만한 규모의 콘서트에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짜릿한 경험이었다.

나에게만은 최고의 휴양지, Balconia.

처음 친구들과 지낼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이 바로 발코니이다. 친구 중 하나가 꼭 발코니가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그러자고 한 것. 물론 쉽지는 않았다. 발코니가 멋지면 집이 구리고, 집이 멋지면 발코니가 없고. 발코니가 있어도 예쁘지 않거나 불편하고. 하지만 결국 우리만의 아지트를 찾았고 피터지는 노력을 거쳐 비로소 아름다운 발코니를 가진 집에 살게 되었다.

balcony1제일 처음 집을 봤을 때 휑했던 발코니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사실 그 때는 별 기대도 없었다. 발코니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 비싼 돈을 줘야 하는건가. 특히 그 때는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도 않은 2월 말이었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추워죽겠는데 발코니가 왠말. 창문도 열기싫은 마당에 말이다. 하지만 이 작은 장소가 하나씩 우리 만의 아이디어로 채워지고 날씨가 조금씩 따뜻해지기 시작하자 나는 곧 나의 우려들이 쓸 데 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balcony2balcony5가장 큰 변화는 나무 바닥을 깔면서부터 시작 되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햇빛이 강렬해지면 돌바닥은 아무래도 뜨겁고 불편해질거 생각, 이케아에 파는 나무타일을 깔기로 결정했다. 사실 친구들이 나무 바닥을 사서 온 것을 보고도 아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발코니가 뭐라고, 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바닥이 조금씩 완성되자 생각보다 너무 아늑한 느낌에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점차 발코니에 살아있는 식물들이 하나 둘 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친구와 바닥에 퍼질러 앉아 꽃과 야채들을 화분에 옮겨 심을 때만 해도 과연, 얘네들이 날 행복하게 해줄까, 했었는데. 집을 꾸미고 장식하는 거에 대한 나의 관심이 이 곳에 있는 친구들보다 아무래도 좀 적었던 것 같다.

balcony3balcony4balcony6추운 겨울이 지나가자 드디어 나의 발코니에 녹음이 만발. 대체 이 나무는 뭘까 했었는데 여름이 되자 비로소 나무의 용도가 드러났다. 꽃들이 피어나고, 햇빛이 아름다워지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발코니아(발코니를 나라 이름처럼 부르는 것으로 우리 나라의 방콕 같은 표현)의 시작인가.

balcony7 (1)balcony7 (2)balcony7 (3)생각치도 못했던 부수적인 기쁨도 발생했다. 직접 기른 야채를 먹는 것. 이 아이들을 심을 때만 해도 사실 얘네는 언제 죽을라나 조마조마 했었는데. 선인장도 죽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식물을 간수한다는 것이 참 부담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서 열매를 맺어 주고 직접 따서 요리해 먹을 수 있게 해주니,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 특히나 망친 것 같았던 오이가 죽지 않고 열매를 맺은 걸 발견한 날은 무슨 죽은 자식이 살아돌아온마냥 감동받았다. 내가 생각 해도 좀 오바인 것 같긴 하다.

balcony8 balcony9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발코니의 하이라이트는 특별한 데 가지 않고도 일광욕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남들처럼 비키니 입고 강가나 공원에 가서 남의 시선을 신경쓰며 하는 일광욕과는 클래스가 다른 아늑하고 특별한 경험. 욕조에 찬물 받아놓고 첨벙거리고 놀다가 발코니로 뛰어나와 바로 햇빛을 즐기자니, 아 이런게 지상낙원. 휴가는 뭐하러 가나. 이럴려고 우리가 그 비싼 렌트를 내는건데. 지난 집들이 때 친구들이 마련해준 바베큐 그릴. 이제 바베큐만 하면 우리의 발코니 사용도는 100%가 될 것 같다.

도심 속 아름다운 궁전, 쉔브룬 궁전(Schloß Schönbrunn)

우리나라의 궁하면 경복궁이 떠오르듯이 비엔나의 궁전하면 바로 쉔브룬 궁전이다. 쉔브룬 궁전은 아름다운 정원으로도 유명하지만 궁전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큰 공원이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운 좋게도 쉔브룬 궁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지내고 있어서 날씨 좋은 때 산책 삼아 종종 이 곳을 거닐곤 한다. 1년 365일 관광객들과 시민들로 꽉 차 있는 궁전. 여름 밤이면 클래식부터 롹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콘서트가 열리는 궁전. 아끼고 쳐다만 보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공존하는 살아있는 궁전이다.

schonbrunn1schonbrunn2schon이 곳을 처음 방문 했던 것은 2009년. 첫인상은 와 너무 넓다. 빨리 여기 보고 다른 데도 봐야 되는데 너무 커서 봐도봐도 끝이 안 나던게 생각난다. 끝은 보이는데 끝까지 갈 엄두가 안나는 정도의 사이즈랄까. 내부에 있는 동물원도 구경하고, 식사도 내부에서 해결하고, 콘서트도 보고, 공원도 다 둘러보려면 사실 하루를 꼬박 다 써도 모자랄 판.  그냥 궁전을 포함해 공원 산책만 해도 반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그만큼 큰 규모의 궁전이다. 구석구석 돌아보니 더 감탄이 나온다. 관리가 안되어 있거나 못난 곳이 한군데도 없다. 그냥 찍어도 다 그림이 될만큼 아름답다.

schonbrunn3schonbrunn4이 곳이 아름다운 쉔브룬 궁전의 정원. 한쪽 끝과 다른 끝이 얼마나 먼 지 두 장의 풀 샷을 찍기 위해 정말 열심히 걸었다. 이 두 장의 풍경이 광광객들이 가장 많이 찍는 사진의 풍경이라고 보면 될 듯. 2월에 처음 비엔나에 도착해서 찾았던 쉔브룬 궁전은 눈발을 머금은 하늘과 추운 날씨 때문에 이렇게 예쁘지 않았었는데. 날씨가 따뜻해지자 꽃들도 만발하고 하늘도 너무 예뻐서 인물이 난다, 인물이 나. 여기까지가 여태 내가 구경했던 쉔브룬 궁전의 풍경. 저 뒤로 보이는 언덕으로는 올라갈 엄두도 못 냈었는데 오늘은 얘기가 다르다. 여기까지 왔고 시간도 많으니 당연히 올라가봐야지.

schonbrunn5schonbrunn6schonbrunn7조금씩 언덕을 오를 때마다 쉔브룬의 풍경이 조금씩 더 많이 보인다. 끝까지 올라가면 대체 어떤 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다려졌다. 아 정말 오늘따라 날씨가 왜 이렇게 좋은거지. 하늘과 구름과 정원의 나무들과 궁전의 풍경이 그냥 한폭의 그림 같다. 황홀해라.

schonbrunn8schonbrunn9schonbrunn10제일 처음 정상에 올랐을 때 보였던 것이 바로 이 건물과 물에 비친 하늘의 뷰. 여기가 이승인지 무릉도원인지 구분되지 않을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The Gloriette라고 하는데 부속건물이란 뜻이란다. 높은 지대에 주변을 보기 좋은 모양으로 서 있는 폼이 우리나라의 정자 같기도 하다. 건물 위에 오르면 좀 더 높은 곳에서 쉔브룬 궁전과 도시의 뷰를 감상할 수도 있다. The Gloriette에 넋이 빠져있다가 뒤돌아 궁전을 바라보니, 이게 바로 진정한 쉔브룬의 진정한 뷰다. 궁전 건물과 비엔나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정말 이 곳에 누군가가 살았던 당시를 상상해보니 정말 더 짜릿하다. 몇 백년 전에는 훨씬 더 장엄한 느낌이었겠지.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문구가 저렇게 떡하니 있는데도 사람들은 잔디밭에 드러누워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 중이었다. 얼핏 보면 자유롭고 아름다운 풍경같지만 그래도 엄연히 불법. 정말 하지 마라는데 참 말 안 듣는다.

schonbrunn11schonbrunn12schonbrunn13들어올 때는 정원 쪽으로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조금 다른 쪽으로 나가기로 하고 보지 않았던 곳을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울창하게 궁전을 메우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무언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다람쥐다. 청설모 같았다. 풀냄새가 그윽하니 공기가 다르다 싶더니 이런 애들도 살만큼 깨끗한 곳인가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나 나올 법한 미로 같은 나무 숲도 구경하고, 구석 구석 숨어있는 조각들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쉔브룬 투어가 끝이 났다.

도심 한 가운데 이런 큰 규모의 아름다운 궁전이 있다는 건 정말 감동적인 일이다.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장소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오픈하고 활용하는 것도 정말 잘하는 일인 것 같다. 물론 이런 외국의 궁전들은 우리 나라의 궁과 비교했을 때 좀 인위적인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자연 속에서 마치 그 일부분인듯이 조화되어 있는 우리 나라의 고 건축물들이 가진 매력이 이 곳에는 없다. 하지만 우리와는 다른 그것이 또 다른 멋이 아니겠나. 아이러니컬 하지만, 오히려 밖에 나와있을 때 우리의 것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더 뼈져리게 느껴지는 것 같다.

비엔나 와인 페스티벌, Stammersdorfer Mailüfterl

오스트리아는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는 아니지만 저렴하고 질 좋은 로컬 와인들이 많이 생산된다. 비엔나의 21번째 구역 Stammersdorfer도 그런 와인 생산지 중의 하나이다. 이 곳에서는 매년 5월, 첫 와인 수확을 기념해서 작은 축제가 열리는데 올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Stammersdorfer Weinfeste 2013) Mailüfterl는 규모가 큰 행사도 아니고 대외적으로 많이 홍보되는 행사도 아니어서 주로 아는 사람들만 가는 정도의 축제라고 보면 된다.

Stammersdorf하루 종일 볕이 쨍쨍하다가 저녁무렵이 되니 비가 오려고 폼을 잡았다. 축제를 포기해야되나 어째야되나 고민하다가 일단 가보자 해서 집을 나섰다. 다행히 빗방울이 그치고 날이 개었다. 집에 있었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이 곳 21번째 구역은 비엔나와  Lower Austria와의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다. 그만큼 비엔나의 외곽지역이란 말씀. 차를 주차하고 내리자마자 들판을 가득메운 유채꽃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래도 구역상으로는 비엔나인데, 다른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Stammersdorf1 Stammersdorf2주차한 곳에서 축제가 열린 골목까지 5분 남짓 걸어야 했는데 이미 낮동안 축제를 즐기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낮시간에 오면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나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기 때문에 조용히 축제를 즐기기엔 더 적합하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전통의상인 딘들을 입은 할머니가 관광버스를 놓칠세라 바쁜 걸음을 하고 있었다. 여기도 할머니들이 버스 대절해서 놀러 오곤 하는구나. 우리 나라 할머니들 생각이 나서 잠깐 웃음이 났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가보다.

Stammersdorf3 Stammersdorf4드디어 축제가 열리는 골목에 입성. 마을이 조용해서 사람들이 별로 없나 했더니 여기 다 모여 있었다. 이미 와인을 마시고 거나하게 취한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곳곳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흥을 돋우고 있었다. 와인을 파는 곳에는 모두 사람들이 꽉 차서 테이블 찾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너무 늦게 온 건 아닌가 살짝 후회가 들었다. 거리를 한바퀴 쓰윽 둘러보니 모두 오스트리아 사람들 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꽃히는 기분이었다. 왜, 한국 사람 처음보냐.

Stammersdorf5Stammersdorf6Stammersdorf7여느 축제가 다 그러하듯 이 곳에도 여러가지 잡상인들이 많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국적 불명의 악세러리 파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핫도그 벤 아저씨까지. 오스트리아 와인 축제에서 왜 핫도그나 미국 도넛을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재밌으면 됐지. 일단 마시는 축제이다 보니 사람들이 음식들도 많이 사먹는 듯 했다.  축제라고 하기는 하지만 작은 마을 잔치 같은 느낌이었다. 뭔가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했다고나 할까. 왜 마을 잔치에 가보면 밭 매다 온 아줌마도, 경운기 몰다 온 아저씨도 있지 않나. 비엔나에서 늘 젊고 많이 배운 애들이랑만 놀다가 이런 곳에 가니 뭔가 정겨운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이런 게 사람사는 것 같고.

Stammersdorf8Stammersdorf9Stammersdorf10테이블 찾기도 힘들고 해서 일단 동네나 한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같이 간 친구 중의 한 명이 어릴 때 이곳에서 자라서 골목 구석 구석을 잘 알고 있었다. 축제 골목을 벗어나니 포도밭이 보였다. 마침 해가지고 있었는데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다.  내가 사는 곳에서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만든 와인이라는 걸 직접 보고나면, 슈퍼에서 로컬 와인을 외면할 수 있을까. 깨끗한 포도밭을 보니 나도 왠지 마음이 확 동했다. 앞으로 오스트리아 와인 더 많이 사 먹어야지.

Stammersdorf11 Stammersdorf12동네 구경을 마치고 다시 축제가 한창인 골목으로 돌아갔다. 아까 눈여겨 봐둔 통달 구이 집에서 통닭 반마리와 감자 샐러드를 시켰다. 배가 촐촐해서 정말 맛있게 먹을거라고 자부했는데 음식이 짜도짜도 너무 짰다. 아무리 안주라고는 하지만, 짜게 먹어야 사람들이 한 잔이라도 술을 더 사먹긴 하겠지만, 그래도 맛을 음미할 정도로 짜야 말이지. 내가 닭을 먹는건지 소금을 씹는 건지. 모~든 음식이 다 그랬다. 한 친구는 감자 튀김을 시켰는데 그 감자튀김 또한 세상 어디에서도 맛본 적 없는 강도의 간이었다. 아, 이 곳 축제의 음식은 별로구나.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절대 사먹지 말아야지. Spritzer(물 50 : 와인 50)를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다. 친구들과 둘러 앉아 밤 깊어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아 이런 게 여름(?) 밤의 낭만이지.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비엔나, 벼룩 시장 구경하기

비엔나 거리에는 종종 벼룩시장이 서곤 한다. 그 중에서도 5월 초에 Neubaugasse에 서는 이 벼룩시장은 지난 시즌의 이월 상품이나 수공예품을 파는 벼룩시장으로 저렴한 가격보다는 질좋은 상품을 구매하기에 더 적합한 벼룩시장이다. 물론 가판대 상인들도 많이 나오므로 저렴한 물건들도 있기는 하다. 사실 한국에서는 벼룩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뭐 꼭 물건을 사야하는 사람만 구경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어떤 물건들을 파나, 분위기는 어떤가 구경이나 해볼겸 Neubaugasse로 향했다.

flohmarkt1주말 오전에 실컷 늦잠자고 점심 때가 다 되어서야 나갔더니 이미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 나라 재래시장 같이 맛있는 냄새도 여기저기서 났다. 떡볶이나 호떡 같은 거 팔면 참 좋겠는데. 그런 건 없지, 당연히. 그래도 소세지라든지 통닭 바베큐라든지 하는 것들이 굶주린 나의 미각을 자극했다. 아침을 제대로 안 챙겨 먹고 가서 배가 좀 고팠지만 일단 시장을 먼저 둘러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flohmarkt2flohmarkt3flohmarkt4오랫동안 수집한 레코드판, 의류 브랜드들의 이월상품, 그리고 오스트리아 전통의상인 Dirndle(딘들)까지 정말 많은 종류의 물건을 구경할 수 있었다. 특히 Dirndle(딘들)에 관심이 있어서 몇 군데에서 구경을 했는데, 가격이 기본 200~300유로였다. 뭐 전통 의상은 수제품이라서 그렇다나. 보기엔 무슨 인형놀이할 때 갖고 놀던 옷 같이 생긴게 더럽게 비싸다. 그래도 언젠간 꼭 한 벌 사고 말리. 시장 중간쯤에서는 뿔이 잔뜩 나 보이는 여자 아이가 전통 의상을 입고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었다.  누가봐도 엄마 아빠가 등떠밀어서 나온 것 같은 표정. 그 툭 튀어나온 입이 더 귀여웠는지 지나가던 사람들 모두가 발길을 멈추고 연주에 맞춰 박수를 쳐주었다. 그 날 수입 좀 괜찮았을 거다, 이 아이.

flohmarkt5flohmarkt6flohmarkt7그리고 나서 한동안 쇼핑 삼매경에 빠졌다. 한발짝 움질일 때 마다 다른 것들을 팔아서 100m 전진하기도 힘들었다. 같이 간 남자 친구들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쟤네 뭐하나..’ 옆동네 불구경 하듯 서 있었지만 여자들끼리는 그런 거 제대로 살필 겨를도 없었다. 대단한 쇼핑을 한 건 아니지만, 원래 이런 곳이 아기자기하게 구경할 게 더 많은 법. 모르면 가만 있으라.

flohmarkt8flohmarkt9그렇게 뭐에 홀린 사람처럼 시장 구경을 끝내고 나자 허기가 확 몰려왔다. 마침 어디선가 강렬한 카레 냄새가 났다. 안 먹으면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기에 당장 달려가서 제일 긴 메뉴로 선택. 닭고기, 야채, 아무튼 거기 있는 거 다 들어가 있는 카레로 주문했다. 냄새에 비해서 맛은 그저그랬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카레 한접시를 게 눈 감추듯 해치웠다. 그렇게 5분 만에 사라진 나의 6유로 50센트. 뭘 좀 먹으면 힘이 솟을 줄 알았는데 왠일인지 더 피곤해졌다. 그래서 그 날 쇼핑은 이걸로 끝. 두 시간 남짓한 짧은 외출이었지만 정말 좋은 구경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OZEANIA “Dance through the day” 야외 DJ파티

2013년 5월 1일, 아주 흥미로운 야외 DJ 파티가 대뉴브에서 열렸다. (Nussdorf, Vienna) 이 행사는 2011년부터 시작해서 올해로 세 돌을 맞은 행사인데, 비엔나 각계의 예술가들이 모여서 개최하는 행사이다. 작년까지만해도 불법으로 진행되었던 이 행사는 올해부터는 시의 정식 지원을 받아서 열리게 되었다. 예술과 사람을 사랑하고 환경을 위하고, 테마는 엄청 거창해 보이는데, 솔직히 무엇을 말하고 싶은건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그냥 히피스러운 느낌.

ozeania4 ozeania5 ozeania6이 날 다른 계획이 있어서 저녁 무렵이 되서야 대뉴브로 향했다. 하루 종일 춤추고 마신 젊은이들의 열기가 대뉴브를 이미 달구어 놓았더라. 대체 이 많은 젊은이들이 어디서 왔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대부분 제정신은 아닌 듯 했다. 취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만 멀쩡하면 뭔가 손해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있지 않나. 내 기분이 딱 그랬다. 하루 종일 대뉴브에 있었던 친구들은 하루종일 춤추고 놀았는데도 지친 기색 하나 없어 보였다.

물론 이런 분위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땀에 쩔은 사람들과 살 부비기 싫고, 사람 많은데 질색하고, 만사 귀찮은 사람들, 물론 있다. 그래도 시에서 허가하고 예술가들이 주도한, 다른 곳이 아닌 바로 비엔나에서 일어나는 행사 아닌가.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 행사를 알고 찾아와서 즐기는 것만으로도 이 행사는 그 의미를 찾은거나 마찬가지다. 또한 본인들만의 확연한 의식을 가지고 이런 행사를 주도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은 예술가들이 많이 있다는 것 자체도 매우 부러운 일이다. 비록 많은 이들처럼 하루 종일 춤추고 즐기는 것은 못했지만 그래도 구경한 것만으로도 뭔가 에너지가 샘솟는 그런 행사가 아니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