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category: 비엔나 이야기

바이오 베이커리, Joseph (Brot Vom Pheinsten)

우리나라도 요즘 유기농이다 뭐다 신선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 곳 사람들은 정말 건강하게 먹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신념이 있고 삶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Bio-” 제품을 찾는다. 우리 몸을 자동차와 비교하자면 음식은 연료와도 같단다. 질 나쁜 싸구려 연료만 넣다 보면 자동차도 수명이 줄어들 듯이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우리 몸도 쉽게 병들지 않겠나. 그 이야기를 듣고보니 뭐 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이 유기농 음식 타령하기 힘든 것은 안다. 하지만 세상에 신념만 있으면 못할 것도 또 없다고 본다. 수준에 맞지 않게 오버하지 않는 정도에서 자신의 건강에도 좋고 음식문화 선도에도 좋고 생태계 환경에도 좋은 바른 먹거리 찾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joseph1joseph2얼마 전 오스트리아의 별미들을 포스팅 하면서 Leberkäse와 Käsekreiner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는데 그 때 먹었던 게 이 베이커리가 만든 Bio-Leberkäse와 Bio-Käsekreiner였다. 한 전시회와 연계한 이벤트에 불과했지만 정직하게 만든, 맛 좋은 음식을 맛 볼 수 있어서 참 인상 깊었었다. 물론 보통 가게나 가판대에서 사 먹을 수 있는 가격의 두배나 하는 건방진 가격도 인상 깊었다. 그래서 이번엔 이 베이커리를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Ersten Bezirk (제 1구역)에 위치하고 있는 이 베이커리는 사실 그 위치 때문에도 가격이 저렴할 수가 없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이 곳을 찾는 이유는 뭘까. 심플한 외관에 숨어있는 이 베이커리의 진짜 매력이 궁금해졌다.

joseph6joseph4내부는 그렇게 넓지 않았다. 하지만 한 눈에 봐도 다른 베이커리들에 비해 고급스러운 것이 느껴진다. 핸드메이드 요거트, 잼부터 시작해서 페스토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 앞에 Bio-가 붙어있다. 들어가자마자 줄을 서야 했는데,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다른 손님들이 들어올 만큼 장사가 잘 되는 집이었다. 일단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 빵 맛이 정말 궁금해졌다.

joseph3joseph5joseph7joseph8내 차례를 기다리며 주변을 한바퀴 쓰윽 둘러보니 가격이 기가 찬다. 손바닥만한 잼 한 통에 우리나라 돈으로 만 삼천원, 만 사천원 정도. 그래도 이 것들을 못 사먹어서 사람들이 안달을 한다 그 말이지. 1초간 내가 다른 사람들의 돈지랄에 말려든 건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다. 아직 먹거리에 대해 그렇게까지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고 있는 나로서는 그런 생각이 들만도 하다. 하지만 좋은 음식은 내 몸의 연료다 라는 말을 되새기며, 일단 왔으니 뭐라도 시도해 보기로 했다.

joseph9joseph10핸드메이드 Semmel 2개와 과 Dunkelbrot 한 덩이를 샀는데 돈이 8유로다. 이런 날강도들. 맛 없으면 죽을 때까지 저주를 해주마 하고 가게를 나섰다. 그 날 저녁 부푼 가슴을 안고 Dunkelbrot을잘라보았는데, 딱딱한 겉과는 완전 딴 판인 보드랍고 촉촉한 속이 일단 합격점. 씹을 때마다 쫀득쫀득하니 여러가지 씨들이 씹히는 게 버터만 발라 먹어도 그 깊은 맛이 느껴졌다. Semmel의 경우도 슈퍼에서 파는 것과는 수준이 다른 그런 맛. 사실 우리나라에서 사 먹는 일반 베이커리 빵들도 얼마나 화학 물질이 많이 들어가 있나. 빵을 오랫동안 보관하게 하기 위해 넣는 방부제들부터 시작해서, 속속들이 다 알면 아마 그렇게 맛있게 먹기 힘들거다. 더군다나 이 곳 사람들은 빵을 주식으로 먹으니 그런 거에 더 민감한 것이 사실. 정직하게 화학 물질을 넣지 않고 만들었다면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물론 매일 사먹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래도 “Better than nothing”이라고 하지 않나.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본인 신념을 위해 좋은 빵 건강한 빵을 먹는 다면, 티도 안날 만큼 작다고 해도 당신은 세상을 이미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가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앞에서 너무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는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감칠맛을 쉽게 내기 위해 조미료를 사용하고,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것도 밖에서 사 먹는 우리의 모습이 과연 올바르고 개념 찬 현대인의 모습인지 한번 반성해 봐야 한다. 아 빵이나 한 번 구워봐야겠다.

친구들과의 집들이 파티 “Einweihungsfeier”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  전에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곳에서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이 곳 젊은이들은 대학을 가면서 독립하는 경우도 있고, 취직 후에 독립을 하는 경우도 있고,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와 함께 살기 위해 독립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결혼 전에 독립을 하고 그게 당연한 분위기다. 하지만 비싼 물가때문에 아무래도 혼자 사는 건 좀 부담스러운게 사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사는 Wohngemeinschaft (WG)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주거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젊은이들’의 연령대에 따라서 조금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housewarming1housewarming2이런 WG의 일원으로서 원하든 원치 않든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으니, 한국말로 하자면 바로 집들이(Einweihungsfeier). 여기 사람들 정말 파티 좋아한다. 파티라는 게 뭐 대단히 거창하다기 보단 그냥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다가 노는 건데, 참 많이 한다. 이사 나가면 나간다고 하고, 들어오면 들어 왔다고 하고, 생일이면 생일이라고 하고, 여름 오면 여름 온다고 하고. 파티 하다가 세월 다 가겠다. 아무튼, 가까운 사람들만 불러서 한다고 했는데도 여기저기 초대하다보니 서른 명이 넘어버렸다. 거기에 맞춰서 음식도 좀 준비했다. 샐러드, 피자, 빵, 등등 보기도 예쁘고 맛도 좋은 우리 WG 표 파티 음식 완성. 시간은 좀 걸렸지만 다 만들어놓고 나니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housewarming3 housewarming5이렇게 아침부터 오후내내 파티 준비를 하다보니 어느새 친구들이 하나 둘 씩 도착했고, 파티가 시작 되었다. 친구들 맞이하면서 예거 샷 몇 잔을 했더니 기분이 훅 달아올랐다. 정말 많은 친구들이 와줬고, 정말 많은 와인을 선물해줬다. 몇 달은 끄떡 없겠다. 집안 구석구석을 같이 구경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새벽 동이 틀 무렵 마지막 친구들을 집으로 보내고 나니 우린 이미 녹초. 그래도 좀 치우고 자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집을 치우기 시작했는데, 잠깐 방에 들어 온 다음 눈을 떠보니 아침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집안은 깨끗하고 나는 민망하고.

housewarming6모든 친구들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우리끼리 성공적인 파티를 자축하며 브런치 타임을 가졌다. 망가진 폴라로이드 사진기 때문에 심령사진 같이 나온 폴라로이드 사진들, 친구들이 써주고 간 방명록, 바를 꽉 채운 선물로 받은 와인 병들, 그런 것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래서 파티를 하는 건가 싶었다. 물론 정말 친한 친구와 단둘이 마주앉아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친밀한 시간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여러 친구들이 다같이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고 즐기는 이들의 파티 문화도 크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너무 자주 하지만 않으면. 다음 파티는 한 여름의 바베큐 파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삼삼오오 돈을 모아서 우리 발코니에 예쁜 바베큐 그릴을 선물해준 친구들에게 보답하는 의미에서.

도심 속 궁전의 위엄, 벨베데레 궁전 (Schloss Belvedere)

비엔나에 처음 놀러왔을 때부터 매번 관광을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 번씩은 들렀던 곳. 쉔브룬 궁전이 장엄하고 넓은 스케일을 자랑한다면 벨베데레 궁전은 아기자기하고 디테일이 아름다운 궁전이다. 벨베데레 궁전을 가기 위해서는 Schwarzenbergplatz라는 광장을 지나서 가야하는데, 분수대와 큰 동상이 인상 깊은 곳이다. 저 커다란 기념비 같은 건 당최 뭔지 모르겠다. 러시아어도 적혀 있고 그렇던데. 아는 사람 말 좀 해줘봐라. 뭐 다 알아야 아름다운 건 아니니까. 어쨌든 경치는 참 좋다.

belvedere3belvedere2belvedere1독일어 수업을 듣던 곳이 바로 이 곳 근처라 오며가며 많이 보고 지나쳤던 곳. 역시 여름엔 분수대가 좀 있어줘야 숨이 쉬어진다. 이 날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더운 날이었는데 분수대 옆 그늘을 지나자니 비로소 좀 살 것 같았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 날 비엔나의 터키 사람들이 무슨 데모같은 걸 해서 한쪽 입구가 막혀 있었다. 비엔나에 얼마 안 있었지만 데모하는 거 정말 많이 본 것 같다. 뭐 그렇게 시위할 게 많은지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는데 다들 할말이 참 많은가보다. 시위가 있을 때마다 엄청난 경찰 인력이 동원되지만 분위기는 절대 험악하지 않다는 게 우리나라 시위와 조금 다른 점이랄까. 아무튼, 원래 가려고 했던 Oberes Belvedere 입구 쪽이 막혀있었으므로, 다른 입구로 가기로 했다. 두 쪽 입구 모두 시가 전차가 다니므로 불편함은 없다.

belvedere4belvedere5사실 이 쪽 편으로는 한번도 들어가본 적이 없었는데 터키인들의 시위가 오히려 내게 기회를 준 것 같다. 몇 번이나 찾았던 벨베데레 궁전 인데도 새로운 경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보통 많은 관광객들이 슬쩍 들렀다 가는 곳이 바로 표지판 제일 위에 있는 Oberes Belvedere이다. 궁전의 아랫쪽, 즉 우리가 들어간 쪽에는 분수대와 꽃들이 만발하는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할 수가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동화 속 궁전과 정원의 모습, 바로 그 자체다.

belvedere6belvedere7belvedere8미로 모양의 정원 구석 구석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그늘이 있었다. 피크닉은 이런 곳으로 와야지 제 맛 아니겠나. 김밥 싸들고 놀러 한 번 더 와야겠다. 미로를 통과하자 보이는 탁 트인 경치. 궁전의 모습은 보이지만 아직 정원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원이 조금 더 높은 지대에 있다. 하지만 이미 요 경치만으로도 마음이 촉촉해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올 것만 같은 정원의 모습 아닌가. 정원의 나무들은 또 어찌나 정갈하게 손질을 잘 해놨는지. 이런 아름다운 장소를 가졌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이렇게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엔나라는 도시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어딜 가나 깨끗하게 잘 정리정돈 된 도시. 이만하면 관광으로 먹고살만 하지 않나.

belvedere9belvedere10요정도만 구경해도 이미 다리가 슬슬 아파온다. 벤치에 앉아서 좀 쉴까 싶다가도 더 나아갈 힘이 생기는 건 아무래도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경치 때문인듯. 조그마한 언덕을 오르니 드디어 아름다운 정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증샷은 이런 곳에서 찍는거지. 관광객들이 워낙 많다보니 이 아름다운 경치를 독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요 정도면 그렇게 많이 붐비지 않는 인증샷인 편이다. 한 가지 쉔브룬과 비교해서 좀 아쉬운 점은, 큰 것은 아니나 굳이 찾아서 이야기해보자면, 그늘이 좀 더 없다는 점. 쉔브룬은 큰 언덕과 숲을 끼고 있기 때문에 그늘이 정말 구석구석 많은데 벨베데레 궁전은 뜨거운 태양 아래 몸둘 곳이 좀 마땅치 않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구석구석 조금씩 있으니 잘 찾아보시라.

belvedere11belvedere12사진 찍고 경치 감탄하면 오다보니 어느 새 Oberes Belvedere에 도착했다. 이 경치가 바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발만 담궜다가 가는 유명한 그 경치. 역시 날 좋을 때 오니 하늘도 꽃도 더 이뻐 보인다. 도심 한 가운데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가 있다니 정말 대박인 듯. 무엇보다 이 모든 아름다운 장소들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게 바로 이 곳 관광의 묘미다. 물론 쉔브룬 궁전에는 돈을 내고 들어가는 정원, 전망대, 동물원이 따로 있고, 벨베데레 궁전도 박물관을 따로 갖고 있지만 굳이 입장료 있는 장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해도해도 끝이 없는 비엔나 관광. 다음엔 어딜 가볼까 벌써 설렌다.

Stadtpark (슈타트파크)에서 산책하기

지난 학기 동안 내가 독일어 수업을 들었던 곳은 Schwarzenbergplatz 근처에 있는 한 고등학교이다. 비엔나의 “Ersten Berzirk” (제 1구역), 제일 비싼 노른자 땅 위에 위치한 학교. 집에서도 그렇게 멀지 않고 온갖 중요한 관광지들과도 가까워서 지겹지 않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강의실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STADTPARK는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도심 속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효자공원이라고나 할까. 날씨가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저만의 운치가 있는 아름다운 장소이다.  (U4, Stadtpark)

stadtpark2stadtpark3내가 조깅을 한다는 Auer-Welsbach 공원이 좀 더 나무가 많고 푸른 느낌에 피크닉을 즐기기에 적당한 공원이라면, Stadtpark는 시내 관광에 지쳤을 때, 혹은 사무실에서 잠깐 산책 나와서 커피 한 잔 하고 싶은 분위기의 공원이랄까. 주변에는 온갖 비싼 호텔들(인터콘티넨탈, 메리어트, 그랜드 하야트 등)이 응집되어 있고, 뷰 자체도 도심에서 고립 된 느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느낌이다. 물론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수영복을 입고 누워 있는 모습이 아니고 대부분 잠깐 얘기하러 들른 것 같은 좀 더 점잖은 모습이다. 어르신들도 많고.

stadtpark4stadtpark5특히 슈타트 파크에는 몇 가지 눈여겨 볼 구경거리들도 있는데, 우선 새초롬한 모습의 꽃시계가 그것이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확 사로 잡는 자태가 매력적이다. 두번 째로는 비엔나에서 가장 많이 사진이 찍히는 동상 중 하나라는 Johann Strauss (요한 스트라우스) 기념비이다. 비엔나 하면 또 음악의 도시 아니겠나. 전 세계의 학생들이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 오는 곳. 독일어 수업을 들을 때도 가끔 그 학교 학생들이 성악을 하거나 피아노를 치는 것을 자주 듣게 된다. 고등학교에서 이미 그런 재능들을 키울 수 있다니 역시 음악 교육이 발달한 곳이지 싶다. 꽃밭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요한 스트라우스 동상의 모습이 정말 한 폭의 그림 같다.

stadtpark8stadtpark6stadtpark7물론 이 곳은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녹음이 우거진, 산책을 즐기기에 적합한, 조용하고 풀냄새나는 공원의 풍경도 갖추고 있다. 비엔나라는 도시 자체가 서울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공기가 깨끗한 것도 있지만, 특히나 공원이나 궁전 같은 곳에 들어가면 곧바로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공기 냄새가 녹색이다. 어릴 때 촌에서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풀냄새, 흙냄새 뭐 그런 것들이 참 좋다. 뭔가 정겹고. 물론 대도시에서 굳이 그런 걸 찾아 해멘다는게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컬하기도 하지만, 굳이 하면 안될 이유도 또 없잖아. 어차피 비엔나는 서울에 비하자면 촌이나 마찬가진데. 나무도 많고 풀도 많고 길도 별로 안 크고 건물도 오래되고. 그 이국적인 느낌이 내 눈에 아름다워 보일 뿐이지. 예쁜 촌동네의 시내 느낌이라고 하면 맞겠다.

stadtpark9stadtpark11stadtpark12stadtpark10하지만 여기도 도시는 도시인가, 내가 싫어하는 비둘기들이 어딜 가나 있다. 요 아이들이 퍼덕거릴 때마다 심장이 벌렁벌렁 하는 것 같다. 박테리아들이 다 나한테 떨어지는 것만 같고. 그래도 비둘기 천국까지는 아니고, 오리들도 있어서 뭔가 더 깨끗한 느낌이다. 새끼오리들이 엄마 오리랑 같이 꽥꽥 거리면서 다니는데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요즘 새끼라는 새끼들은 다 귀여운 거 보니 나도 나이가 드나보다. 앉아서 오리들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기분이 노곤노곤 해지는 것 같았다. 높은 하늘에, 푸른 나무와 잔디, 그리고 물 위를 떠다니는 오리들. 가끔 백조 같이 생긴 희고 큰 새들도 보였다. 이 녀석들 물장구 치는 거 찍을라고 팔뚝보다 긴 렌즈를 들고 찍사놀이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이렇게 자연과 도시, 동물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곳이야 말로 정말 공원 중의 공원 아닐까. 한국에는 이런 공원들이 너무 없는 느낌이다. 땅덩이 좁은 것도 있지만 공원 문화 자체가 별로 없는 듯. 도심 속에 이런 거 많이 만들면 공기도 좋아지고 쉴 곳도 생기고 참 좋을 텐데. 없는 땅을 만들어 낼 수도 없고 씁쓸하다. 아무튼 비엔나 관광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여기 꼭 한번 들르면 좋을 것 같다. 바쁜 일정 속에서 여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Auer-Welsbach Park, 도심 한 복판에서 즐기는 조깅

한국에 있을 때는 주로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마땅히 밖에서 운동 할 데도 없고, 밖에서 운동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혼자 하기도 뻘쭘하고. 사실 공기도 별로 안 좋고. 차들 다니는 길은 위험하고. 지루함을 달래려고 티비를 봐가며 사방이 막힌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게 어찌보면 처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땅히 다른 수가 없어서 그런대로 즐겨했다. 하지만 비엔나에 와보니 거리가 온통 조깅하는 사람들인거라. 하나 같이 쫄쫄이 바지를 입고 공원이며 궁전이며 장소를 불문하고 조깅을 즐긴다. 물론 거리 풍경이 우리와 많이 다르기는 하다. 8차선 도로 같은 것도 없고, 스모그도 없고, 하늘은 높고, 구름도 많고, 거리에 또 나무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경치 구경하면서 뛰기에 심심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나도 한번 해봤다. 쫄쫄이 입고 밖에서 뛰기.

jogging1jogging2원래 계획은 쉔브룬 궁전으로 가서 조깅하는 거였다. 집에서 워낙 가깝기도 하고, 쉔브룬에서 조깅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기도 하고. 궁전을 가로지르며 조깅하는 쾌감을 맛보려 하는 찰나, 이전에는 눈여겨 보지 않았던 길가 반대편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도 많고 잔디도 깔려 있는데, 혹시 공원인가. 저쪽으로 한번 가봐 말아. 고민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신호가 바꼈고 나의 발걸음은 이미 공원(?)쪽으로. 예상은 딱 들어맞았고  생각보다 쾌적한 공원 환경에 빠져 바로 뛰기 시작했다. 아니 개똥 치우는 여자도 저렇게 날씬한데. 갑자기 막 힘이 불끈 불끈 솟아나는 것 같았다. 야외에서 뛸 때의 포인트는 일단 최대한 천천히 힘들이지 않고 뛰는거다. 그리고 탈진하지 않기 위해선 달리기를 시작하기 1 시간 정도 전에 물도 많이 마셔둬야 한다. 음악은 듣되,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볼륨으로 들어야 하고, 되도록이면 파트너와 함께, 불가피 하게 혼자 뛰어야 한다면 꼭 휴대폰을 지참해야 한다.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jogging3 jogging4 jogging5첫날 조깅은 당연히 힘들었다. 하지만 몇 번 연달아 뛰기를 반복하니 조금씩 야외에서 뛰는 것이 몸에 익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아직도 멀었다. 기껏해야 30~40분 정도 그것도 아주 천천히 뛰는 수준. 이거 뭐 지방이 타는지 마는지 감도 안올 정도니 좀 더 노력해야 한다. 야외 조깅의 한 가지 단점. 비오면 못 뛴다. 완벽히 짜여진 다이어트 계획이 있다면 당연히 헬스장에 가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저런 멋진 풍경들은 못 본다. 햇살과 바람을 느끼면서 자연과 하나되는 그런 느낌도 못 느낀다. 일단, 한국에서는 참 하기 힘들다. 우선은 내가 비엔나에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할 엄두도 내게 된 것 같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느낌이랄까. 얼마나 더 열심히 하게 될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이 곳에 있는 동안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운동하는 사치를 좀 더 누리도록 해 봐야겠다.

Gumball 3000 비엔나를 방문하다

유럽에 살아서 좋은 점은 티비로만 보던 외쿡 행사들을 실제로 구경할 기회가 훨씬 더 많다는 것. 물론 이것도 다 돈이 있어야 즐기는 거긴하다. 지난 5월 23일, 유투브 비디오로만 구경하던 Gumball이 비엔나를 거쳐간다고 해서 구경에 나섰다. 독일어 코스가 끝나고 나서 Entry 장소로 향했더니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 좀 더 일찍 왔으면 좋았겠지만 어차피 비싼 차나 구경해볼까 온 것이므로 크게 상관 없었다. Gumball 3000은 1999년 Maximillion Cooper가 최초로 시작했으며 처음에는 불법 카 레이싱(racing)이었고 지금은 합법적인 카 랠리(rally) 행사이다. 참가비만 무려 30,000 ~ 40,000 유로에, 최고급 자동차는 필수 옵션. 참가 하고 싶다고 아무나 받아주지도 않는단다. 말 그대로 돈 지랄. 그래도 나름의 재미와 매력이 있는 듯하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즐기며 사는 거지 돈지랄한다고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는 없지 않나.

gumball1gumball2gumball3처음엔 Volksgarten으로 가서 무언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곧 이곳은 주차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시청 쪽으로 좀 더 움직여 보기로 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차들을 둘러싸고 구경 중이었다. 대체 이게 얼마, 집이 몇 채. 서민들은 구경이나 하자.

gumball4gumball5gumball6gumball7gumball8gumball9gumball10딱 저 지점에서 차를 돌리면 모든 차들이 갑자기 슝~하고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다. 이게 Gumball의 팬 서비스인가. 내 차의 호스 파워는 이 정도야. 덕분에 제대로 된 사진은 한 장도 건지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 번도 본 적 없던 광경이라 즐거웠다. 대부분의 차들이 아주 시크하게 구경꾼들을 지나쳤지만, 몇몇은 되려 구경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기도 하고, 말을 거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마지막 사진 속 남자는 구경꾼들에게 유난히 친절했는데, 알고보니 정식 참가자가 아니고 행사 같은 거에 당첨 되어서 랠리에 참여하게 된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차에 정식 번호판 대신에 엄청난 광고 스티커들을 붙이고 있었다. 아, 그리고 포스트를 준비하다가 한가지 알게 된 사실인데, Gumball은 지난 2008년에 평양에 정식으로 초대되어서 랠리를 했다고 한다. 김정일 동무의 초대를 친히 받았다니 대단하다. 솔직히 엄청난 Gumball 팬은 아니라서 그냥 인파 속에 묻혀서 함께 구경하는 정도였지만, 함께 간 M은 Gumball 랠리에 엄청난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신나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에겐 여전히 돈 지랄. 여튼 새로운 것을 알고 보는 것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다. 올 한 해, 더 새로운 경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