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야, Kahlenberg.

비엔나의 19번째 구역에 위치하고 있는 Kahlenberg는 당일치기 소풍으로 완벽한 장소이자 비엔나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다. 비엔나 시내에서 지하철, 버스 등으로 1시간 남짓 걸리는데 1시간 정도면 사실 껌이지. 대중 교통편도 매우 편리하게 잘 되어 있어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U4의 마지막 역 Heiligenstadt에서 38A 버스로 환승하면 된다.)

kahlenberg1kahlenberg2kahlenberg3kahlenberg4산 정상에 있는 이 교회는 1629년에 완공되었고, 1683년에 파손되어 재건 되었다고 한다.  400여년에 이르르는 세월 동안 이 곳에 서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교회 내부는 사진에서와 같이 자그마하고 깔끔하다. 카톨릭 신자가 아니라서 종교적인 감흥은 없었지만 그래도 뭔가 경건해 지는 기분이었다. 우리 나라도 왜 오래되고 유명한 사찰들은 산 속 명당에 위치하고 있질 않나. 굳이 말하자면 도시 전체가 내다 보이는 이 곳도 명당에 속하지 않을까. 이렇게 전망이 아름다운 곳에서 기도와 수련을 하면 얼마나 집중이 잘 되겠나.

kahlenberg6kahlenberg7kahlenberg12kahlenberg8kahlenberg9교회 안을 둘러보고 경치 감상을 위해 전망대로 향했다. 가는 길에 스카이 라인을 배경으로 너무 앙증맞고 예쁜 화단이 있어서 사진도 한 장 찍었다. 그리고 곧 드러나는 스카이 뷰의 실체.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전망이다. (세번째) 사진의 오른쪽으로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고 왼쪽으로는 호텔이 위치하고 있다. 이런 뷰를 가진 호텔은 대체 하룻 밤에 얼마일까 궁금해졌다. Kahlenberg는 비엔나와 Lower Austria, 두 도시의 경계가 만나고 있는 곳이기도 해서 두 도시의 뷰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봐도 어디가 어딘지는 잘 모르겠더라. 비엔나 토박이들이나 알려나. 곳곳에 Information 및 망원경 박스가 위치하고 있어서 궁금한 사람들은 찾아보고 싶은 곳을 망원경으로 찾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이 들어서 나는 쿨하게 패스. 땅을 파봐라, 1유로가 나오나. 안 봐도 된다. 이미 이 뷰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kahlenberg14kahlenberg13kahlenberg11사실 볼거리는 이게 끝인데 이 것만 보고 내려가자니 너무 아쉬워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날씨가 더워서 아이스크림 한 사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초코시럽으로 범벅이 된 달디 달고 비싸디 비싼 아이스크림. 그래도 좋은 경치도 보고, 카페 안의 뮤지션 아저씨가 들려주는 음악도 듣고, 달달한 아이스크림도 먹으니 이 곳이 바로 무릉도원이 아닌가 싶었다. 비싼 돈주고 굳이 다른 도시에 가지 않아도 먼 곳으로 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서너시간만 계산하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코스이니 무료한 자들이여 움직여라.

kahlenberg15kahlenberg10kahlenberg16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나서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전망을 눈에 한번 더 담은 뒤 버스 정류장으로 고고. 38A 버스가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Kahlenberg가 마지막 정차지라서 15분 동안 대기한다고. 버스 안에 들어가서 기다려야지 하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내 눈길을 사로잡은 과일 가판대. 사람들이 웅성웅성 장사도 잘 되고, 과일들 때깔도 반지르르 한 것이 왠지 이 지역에 기른 그런 싱싱한 과일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포도를 두어 송이 샀다. 과일장수 아저씨가 인심도 좋고 변죽도 좋아서 기분 좋게 쇼핑하고 집으로 왔는데, 이건 뭐. 포도 맛이 뷁. 완전 낚였다. Kahlenberg에서 저 아저씨를 보게 되더라도 절대로 과일은 사지 말자. 이렇게 나의 짧은 피크닉이 끝이 났다. 특별하지 않다면 특별하지 않고, 또 특별하다면 특별할 수도 있는 이런 짧은 소풍들이 복잡한 일정으로 뒤덮힌 휴가보다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엔나란 도시의 전체 뷰가 궁금하다면 Kahlenberg를 강력 추천한다.

65일의 여름 밤을 책임져 줄, Film Festival 2013 (Wiener Rathausplatz)

3월의 비엔나 시청의 모습을 포스팅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땐 아이스 스케이팅 링크와 스케이트를 타려는 10대들로 시청 앞이 꽉 차 있었다. 8월의 비엔나 시청의 모습은 3월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인데, 무려 65일간이나 이어지는 필름 페스티벌 때문이다. 비엔나 필름 페스티벌 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화제가 아니고 오페라, 발레부터 팝가수의 공연까지 주로 음악과 예술에 관련 된 영상들을 상영하는 페스티벌이다. 입장료는 물론 공짜이고, 덤으로 온갖 종류들의 음식과 술을 판매하는 임시 가판대들이 설치되어 있다. 그 냄새가 얼마나 향긋한지, 일단 광장에 발을 들여 놓으면 뭐라도 먹지 않고서는 못 배긴다. 스테이크부터 라면까지, 골라 먹는 재미까지 있으니 여름밤 한 끼 정도는 야외에서 떼우는 것도 그럴싸 하지 않겠나. 

filmfest2filmfest3filmfest4filmfest5평일 밤임을 감안하면 정말 많은 인파가 시청 앞 광장을 메우고 있었다. 향긋한 음식 냄새를 뿌리치고 일단 스크린이 설치 된 시청 쪽으로 곧장 향했다. 스크린 앞에 마련 된 자리는 이미 가득 차 있었고 여기저기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여름 밤 잠못드는 영혼들이 이렇게 많군. 집에만 있지말고 더 나돌아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 음식점부터 시작해서 데리야끼 전문점, 스테이크 전문점, 라면집까지 없는 게 없는 푸드코트를 구경하고 있자니, 왜 밥을 먹고 왔니, 스스로 꿀밤 한 대 먹이고 싶었다. 사실 처음부터 이 곳에 들를 계획이 아니어서 본의아니게 식사를 하고 왔는데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꼭 공복에 다시 와서 이 음식점들을 정복하리.

filmfest6filmfest7filmfest9filmfest10식사는 못해도 술은 한 잔 해야되지 않겠나 싶어서 Pfirsich Bowle를 한 잔 주문했다. Bowle는 와인이나 샴페인에 신선한 과일을 넣어 만드는 음료인데, 내가 선택한 것은 복숭아. 정말 복숭아를 잔이 넘칠 듯 담아 주는데, 퍼먹으라고 숟가락도 함께 준다. 맥주나 와인 대신 Bowle를 마시고 군것질은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대참사 발생. 이 곳 Kaiserschmarrn (카이져쉬만, 오스트리아 전통 디저트)이 그렇게 맛있다는 친구들의 꼬임에 넘어가, 먹고 말았다. 다이어트는 너나 하라며. 정말 맛있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대충 배를 (하루 저녁에 두 번) 채우고 나서 스크린 쪽으로 다시 향했다. 오페라 영상이 상영 중이었는데 알아듣진 못해도 보니 꽤 재미가 있었다. 끝까지 다 보지 못하고 중간에 일어나야 하긴 했지만, 뭔가 집에서 미드만 다운 받아보다가 오페라를 보니 뇌가 짜릿짜릿한 느낌이랄까. 요즘 너무 문화 생활을 안 해줬구나 나한테 1초간 미안해하면서 집으로 고고.

filmfest1여름이면 괜시리 집에 있기 싫고 밖으로 나돌아 다니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나. 같은 맥주도 야외에서 마셔야 맛이 더 있는 것 같고. 그런데 내가 사는 도시에서 여름밤에 이런 다양한 행사들을 기획해준다면 정말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평소 엉덩이가 무거운 편이라 매일같이 놀러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 필름 페스티벌 만큼은 몇 번이고 또 오고 싶은 그런 설렘 같은 것을 느꼈다. 아직도 한 달이나 남았다니, 저기 파는 음식들 다 먹어 볼 시간은 충분해. 문화 생활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친구들과 만나 수다도 떨고, 맥주도 한 잔 할 수 있는 이 완벽한 기회를 놓친다면 당신은 바보. 여름 밤 비엔나를 방황할 일이 있다면 고민말고 시청으로 향해보자. 뭔가 정말 재미있는 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않나.

비엔나의 교통과 문화의 중심지, Karlsplatz 그리고 Karlskirche.

벨베데레 궁전에 가는 길에 지났던 Schwarzenbergplatz, 슈테판 성당 앞에 있는 Stephanplatz에 뒤를 이어 오늘 소개 할 곳은, 비엔나 교통과 문황의 중심지 Karlsplatz이다. 영어로 하면 Charles Square로 찰스 광장이지만, 이 곳은 영어 쓰는 나라가 아니므로 원래 발음 그대로 칼스플라츠라고 하자.

karlsplatz7karlsplatz8karlsplatz9교통의 요지답게 지하철만 세 라인이 만나고 (U1, U2, U4), 온갖 전차며 버스들도 칼스플라츠를 지난다. 멀리서 보이는 민트색 지붕이 바로 칼스플라츠의 상징과도 같은 Karlskirche. 비엔나의 바로크 시대를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종교적인 건물(교회)이고 아름다운 내부 벽화로 엄청난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두번째 사진에 보이는 예쁘장하게 생긴 지하철 출구로 나오면 바로 칼스플라츠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산책나온 가족들, 관광객들, 방황하는 젊은이들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리쬐는 땡볕 아래에서도 이 곳을 찾았더라. 정말 요즘 해도해도 너무 덥다. 7월 초에 들어설 땐 하도 안 더워서 유럽의 여름은 이렇게 수월한가보다 했더니, 오늘은무려 40도란다. 육체적으로 무리하는 행동을 하지말라는 정부 방침까지 내려졌다. 아, 험난한 여름이 될 것 같다.

karlsplatz1karlsplatz2karlsplatz3Karlskirche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너무 예쁜 각도가 있어서 재빠르게 셔터를 눌렀다. 나무와 수풀들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Karlskirche 건물이 앙증스럽다. 광장에 들어서니 아니나 다를까 또 뭔가가 벌어지고 있다. 늘 공사 중이거나, 행사 중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나의 징크스 아닌 징크스. 스테이지는 POPFEST라고, 자국 밴드들을 소개하고 응원하는 종류의 행사를 위한 것이었고, 노란색의 천막들은 Ottakringer 맥주 페스티벌 행사의 일환이다. 이미 많이 언급했듯이 비엔나에는 정말 온갖 종류의 행사들이 다 열린다. 특히 여름에는 여러가지 축제들이 몰려 있어서 구경거리들이 참 많다. 아 시원한 맥주 한 잔 원샷 하고 싶다.  이 놈의 날씨가 나를 말려 죽이려는 게로구나.

karlsplatz4karlsplatz5karlsplatz6오장육부가 익을 것 같은 더위에 Karlskirche 인증샷만 남기고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내부 사진이 없는 건, 내부를 안 봤다는 소리겠지. 내부를 안 봤다는 소리는 입장료가 있다는 소리고. 입장료로 8유로나 받고있더라. 물론 내부가 정말 아름답다고는 하더라. 천장을 자세히 보기 위한 엘리베이터 시설도 있고. 입장료를 낸 만큼 볼 거리가 많을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손떨려서 관람 포기. 입장료를 받는 교회라니, 됐다. 안 봐 안 봐, 퉤퉤. 이 곳 칼스플라츠는 교통 뿐 아니라 박물관, 공연장 등의 문화 시설이 집중 되어 있다. 그리고 밤 시간에는 약쟁이들의 아지트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밤에는 절대로 혼자 가면 안되겠다. 그런 데가 몇 군데 있다, Stadtpark 등등. 아무튼 산책삼아, 관광삼아 들려서 구경하기 좋은 곳이니 참고하자. Karlskirche 앞의 연못에 발 하나 담그고 친구들이랑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수다 떨어도 참 좋을 듯. 아, 팥빙수 먹고 싶다.

간만에 영화관 나들이 “Now you see me” @ ARTIS (International)

한국에서는 심심하고 할 거 없을 때마다 영화관을 찾았었는데, 여기서는 그렇게 자주 영화관을 찾지 않는 것 같다. 한국에 비해서 티켓 값이 비싼 것도 있고, 시설이 우리나라처럼 좋지 않아서 이기도하다. 또 우리나라는 영화관에서 외화를 관람할 때 대부분 자막처리가 되는데 이 곳은 대부분이 더빙이다. (티비도 마찬가지.) 멋 모르고 영화관에 들어갔다간 독일어 하는 할리우드 배우들보고 경악해서 뛰쳐나오기 십상이니 조심해야 된다. 물론 게 중에 자막도 없고 더빙도 안 된 오리지날 영화를 상영하는 곳도 종종 있는데, 내가 방문한 ARTIS 극장이 그 중 하나이다. 이병헌 횽아가 나온 RED2를 볼까, Now you see me를 볼까 고심하다가 결국 Now you see me를 보기로 결정했다.

kino1ARTIS 극장은 센터 중의 센터, 비엔나 시내의 완전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U3 Herrengasse 역에서 하차해서 조금 걸어야 된다. 주소는 Schultergasse 5, 1010 Wien라고 하니, 가고 싶은 사람들은 구글맵을 이용합시다. 외관은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그냥 보통 유럽 건물이다. 우리나라 CGV나 Megabox와 비교하면 그냥 80년대 극장같은 느낌이랄까. 다른 극장들도 다 비슷한 것 같다. 특히 이 곳은 오리지날 상영이 대부분이라 다른 극장에 비해 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kino2kino3kino4kino5kino6내부로 들어가니 형광 조명에 포스터들이 쭉 늘어서 있는 것이 비로소 뭔가 극장 느낌이 난다. 티켓 박스에서 티켓을 구매했다. 원래 티켓 가격은 €9.20인데 월,화,수 3일 동안은 티켓이 €6.60. 그래서 왔다. 싸대서. 무슨 놈의 영화 한 편 보는데 13,000~14,000원이나 하나. 3D도 아니고, IMAX도 아니고. 확 비싼 느낌 별로다. 우리나라 극장들도 티켓 가격 인상 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옳지 않다. 마음에 들지 않아. 여기선 3D나 IMAX 관람하려면 거의 18~20유로 정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할인이나 이벤트는 없는지 평소에 잘 알아두면 싸게 볼 수 있으니 돈 없는 학생들이여 활용하라. €6.60이면 그래도 좀 낫지 않나.

kino7kino8kino9극장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좁고 껌껌하다. 좌석도 별로 없다. 그리고 화면이 조금 너무 위에 있는 느낌이랄까. 목 아플 것 같은 각도다. 여러모로 한국 극장이 그리워진다. 어떻게 보면 내가 한국 극장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딜 가나 비슷한 인테리어와 서비스, 그런 것들에 너무 물들었었나 보다.  이 곳은 대형 극장들이 마켓을 독점하고 있는 우리 나라와는 실정이 많이 달라서 이런 소규모 극장들이 시내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대형 멀티 플렉스 극장들에 비해서 좀 소박한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는 것 같다. 영화가 시작하자 어차피 인테리어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영화에만 몰두하게 되더라. (나를 포함 총 7명이 관객의 전부였다.)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봤다. 문득 이런 소규모 극장들이 점점 사라지는 우리나라 실정이 떠올랐다. 그러니 표 값도 마음 대로 올리고 그럴 수 있는 거 아니겠나. 이 곳이 우리나라보다  진보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쩌면 이대로가 더 좋은 시스템이라 이런 소규모 극장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Now you see me 정말 재밌었다. 개봉하면 꼭들 보시라.

첫 번째 학기 마무리 기념, 첫 번째 바베큐.

2월 말에 비엔나에 도착해서 4개월 동안, 죽을 힘을 다해서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꽤 꾸준하고 열심히 독일어 수업을 들었고 덕분에 좋은 성적으로 이번 학기를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었다. 평상 시에 나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수업 시간에 아주 활발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디가면 시험은 또 기가막히게 잘 보지 않나. 다들 수능 보던 때를 생각하면 못 볼 시험도 없다 사실. 솔직히 나이 들어서 시작한 공부에 자신이 별로 없었는데 모든 항목 “sehr gut” 성적을 받고 나니, 그래 요게 바로 학생 신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이었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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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등록하고 첫 수업을 듣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직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나를 위해 M이 학교까지 데려다 줬고 이렇게 인증샷도 찍어줬다. 서로 이름을 익히기 위해서 이름표를 만들어서 자리 앞에 두고 구텐탁이니 비게츠니 어렵지 않은 내용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었지. 선생님이 독일어만해서 충격 받은 것도 생각난다. 그래도 읽을 수 있는 알파벳이라 얼마나 다행이였는지. 아무튼 모든 게 낯설었던 첫 수업이었는데 어느 새 한학기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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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난 후에 근처에 들를 일이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내가 공부했던 고등학교 건물 앞에서 인증샷 하나 더 남겨주었다. 남는 것은 사진 뿐.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열악했고, 반에 적응도 잘 못했던 것 같다. 19살 20살 친구들 틈에 끼어서 뭔가 겉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영어로 의사소통 안되는 친구도 생각보다 엄청 많았고, 늘 시끄러운 뒷자리 러시아어하는 친구들도 거슬렸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등) 그래도 지나고보니 다 추억인 건, 끝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여유의 말이겠지. 아무튼 끝났다 드디어.  이틀에 거쳐서 시험을 봤는데 시험이 끝난 날 WG 멤버들끼리 조촐하게 첫번째 바베큐를 하기로 했다. 집들이 파티 때 받았던 바베큐 그릴 개시도 할 겸, 나의 방학 기념도 할 겸, 겸사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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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했더니 이미 바베큐 그릴의 숯이 활활타고 있었다. 숯에 불붙이는 거부터 제대로 사진 못 찍어서 아쉽지만, 앞으로도 바베큐는 자주 할 예정이니 괜찮다. 친구들이 삼삼오오 돈을 모아서 선물해 준 바베큐 그릴이라 더 의미가 있다. 선물해 준 친구들을 초대해서 조촐한 바베큐 파티를 할 계획이 있지만, 어쨌든 개시는 우리끼리 먼저 하는 게 순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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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바베큐를 위해서는 양질의 스테이크를 구워야 하겠지만 이번에는 간단히 소세지와 닭고기등 조금 가벼운(?) 메뉴를 선택했다. 사이드로 감자도 좀 굽고, 샐러드도 좀 만들고, 와인도 한 병 열고나서 조촐한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매년 시작만 하는 여름맞이 다이어트 중이지만  이 날만큼은 허리띠 풀어놓고 먹었다. 시험 끝난 해방감에, 집에서 바베큐를 즐기는 만족감에, 여름 밤의 운치까지 더해져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그래도 양심에 너무너무 찔려서 마지막에 구운 마쉬멜로우는 안 먹었는데 아마도 별 차이는 없겠지. 고기 세 판 구워먹고 마지막에 주는 식혜 안먹는거랑 뭐가 다르겠어. 아무튼 이제 방학이다. 세 달 동안 뭐하고 놀지. 헐.

비엔나 건축 예술의 랜드마크, Hundertwasserhaus.

유럽의 유명한 건물이라고 하면 대부분 역사가 오래 된 성당이나 궁전 같은 건물들을 주로 떠올리게 되는데, 오늘은 비엔나 건축 예술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현대 건물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이름은 Hundertwasserhaus. 이름의 유래는 심플하게 Hundertwasser라는 사람이 지어서 Hundertwasserhaus. 한국어 독음을 굳이 달자면 훈데르트바써하우스인데, 실제 발음과 차이가 많이 나므로 그냥 언급만 하겠다. 사실 이 곳은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거쳐가는 비엔나의 관광명소이다. 관광명소답게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hundertwasserhaus1hundertwasserhaus2hundertwasserhaus3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이 건물을 유래를 조금만 살펴보자. 조사를 좀 했다. Hundertwasserhaus는 현대건축가인 Hundertwasser가 설계하여 지은 주택건물로서 1983-85년에 완성되었다. 화가로써 경력을 시작한 Hundertwasser는 점차 건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건축에 대한 책을 쓸 정도로 전문가가 되었다. 그러던 중 1977년에 비엔나 시장인 레오폴드 그라츠(Leopold Gratz)와 연방수상인 브루노 크라이스키(Bruno Kreisky)에서 서한을 보내어 자기의 건축 아이디어를 실현할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고, 그렇게해서 이 건물이 지어졌단다. Hundertwasser는 이 건물을 통해서 인간의 독특한 개인성과 조화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하는데, 건물을 직접 보면 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건물의 모든 선은 곡선으로 이루어져있고, 대칭을 이루는 부분이 하나도 없으며, 건물 안에는 실제 나무를 심어 가지가 자유롭게 뻗어나가도록 했단다. 창문 하나, 테라스의 디자인 하나, 기둥 하나도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hundertwasserhaus4hundertwasserhaus5hundertwasserhaus6hundertwasserhaus7물을 가장 아꼈다는 Hundertwasser는 아파트 앞에 12성좌 모양의 금빛 분수로 물에대한 애정을 표현했다고 한다. 특이하고 아름다운 분수대 주변은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59가구가 입주할수 있으며 일반 사무실도 있다는 Hundertwasserhaus. 지붕에는 19개의 루프 테라스도 있다. 설계 당시에 입주할 사람들의 취향과 의견까지도 반영해서 각 가구를 디자인 했다고 하는데 정말 이 건물은 한 건축가의 영혼이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지금도 이 건물은 관광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는 거주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집 값은 아무래도 어마어마하게 비싸겠지. 이런 예술적인 건물을 보고도 집값을 떠올리는 나만 속물인가. 1층에는 기념품 및 관련 예술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무실도 위치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hundertwasserhaus8hundertwasserhaus9hundertwasserhaus10건물 중간에는 다음과 같은 빈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에는 큰 나무가 자라고 있다. 보이는데만 다르게 만든게 아닌가해서 안보이는 곳을 굳이 찾아서 봤는데, 역시나 한 공간도 똑같은 부분이 없다. 담벼락에 붙은 담쟁이 넝쿨 하나하나까지도 모두 설계자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하니 소름이 끼칠 정도. Hundertwasser는 이 건물 설계에 대한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만일 이 건물이 세워지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어떤 흉칙한 건물이 들어섰을 것인데 그것을 막았다는데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주장했다고 하는데 정말 대단한 자신감이다. 하지만 여느 천재들이 가지고 있는 그런 호기같은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가 지은 건물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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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이 적혀있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이므로 내부 공간은 구경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해한다. 다만 좀 궁금할 뿐.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문 틈으로 보이는 복도 사진 한 장 찍었다. 내부도 역시 독특하다. 이런 곳에 살면 어떤 기분일까 새삼 궁금해졌다. 똑같은 건물 똑같은 구조의 집에 수백만명이 살고 있는 한국의 사정을 생각해보니 뭔가 더 짠한 기분이 든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취향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자신이 살 곳을 꾸밀 수 있을만한 여유가 있는 세상이 온다면 참 좋겠지.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이 Hundertwasserhaus가 더 특별해지는 거 아니겠나. 그런 의미에서 Hundertwasserhaus는 매일 매일 부딪히는 현실 속에서 잠깐 꿔볼 수 있는 현대인의 백일몽 같은 장소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