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비엔나, 크리스마스마켓 방문기 (Christkindlmarkt)

1년을 통틀어 비엔나가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때, 바로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이 아닐까한다. 도시 곳곳에 들어선 크리스마스마켓(Christkindlmarkt)들과 더불어 온 시내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도대체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에 세금을 얼마나 쏟아 붓는건지 온 시내가 번쩍번쩍. 진정한 크리스마스 정신(?)은 아닌듯 하지만 뭐 요즘 이렇지 않은 곳이 없으니. 독일어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시청 앞 광장(Rathausplatz)에 위치한 크리스마스마켓 구경에 나섰다.

christkindlmarkt1christkindlmarkt2 christkindlmarkt3수업 끝나고 부랴부랴 가느라 아이폰 카메라로 최대한 잘 찍어보려고 노력했다. 우선 마켓에 들어서자마자 Punsch를 한 잔 주문했다. 가격은 한 잔에 4유로 (컵 보증금 2.50유로 별도). 역시 관광객들이 드글거리는 곳이라 그런지 물가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마켓에 와서 Punsch 한 잔을 안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므로 일단 주문.  Punsch는 와인에 차, 과일, 럼주 등을 섞어서 만드는 음료이다. Glühwein이라는 것도 있는데 들어가는 재료는 뭐 거기서 거기, 역시 크리스마스에 마시는 음료이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Punsch는 보통 럼이나 다른 술들이 섞인 것을 말하고 Glühwein은 그냐 와인만 들어간 것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차이는 잘 모르겠단다. 와인을 덥혀 마시는게 우리나라에선 생소하지만, 여기선 겨울에 즐겨먹는 음료다. 맛도 꽤 좋다.

christkindlmarkt4 christkindlmarkt5 christkindlmarkt6따땃한 Punsch를 마시니 배가 살살 고파져서 간단한 간식을 먹기로 했다. Langos는 여기서 흔히 많이들 먹는 길거리 음식. (Donauinselfest에서 처음 먹은 뒤 기름기 쫙 벤 맛에 매료됐다.) 오늘은 안에 소세지가 들어가 있는 Langos로 주문. 가격은 3유로 50으로 뭐 그리 싸지는 않지만 쫀득쫀득 기름기 좔좔 넘치는 매력있는 맛이다. 상상하는 그런 맛, 소화 안되는 맛, 그런데 맛있는 맛이랄까. 사실 여기올 때부터 난 먹으러 온 게 될 것이란 걸 직감했다. 먹는 게 남는 거 라니까 뭐. 아무튼 마켓 구석구석에 종류 별로 간식거리들을 팔고 있으니, 취향에 따라 골라먹는 재미도 있을 듯. 

christkindlmarkt8 christkindlmarkt9IMG_6168 IMG_6169배도 부르겠다 따뜻한 Punsch도 손에 쥐었겠다 이젠 본격적으로 마켓 구경에 나설 차례. 크리스마스에 빠질 수 없는 달다구리들부터 시작해서 장식품,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사실 물건들을 보면서 시청 앞 크리스마스마켓은 정말 관광객들을 노린 곳이구나 싶었다. 가격도 다른 곳에 비해서 비싼 편이고, 크리스마스와 전혀 상관이 없는 물건들도 정말 많았으며 (가령 콜럼비아산 악세사리라든지, 보통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 같은..), 말 그대로 지나가는 사람 열명 중 여덟 명이 관광객이었다. 유럽 어딜 가도 관광객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겠지만 12월의 비엔나는 정말 관광객들로 도시가 꽉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쇼핑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맛있는 간식 먹고 사람 구경 한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christkindlmarkt10 christkindlmarkt11 christkindlmarkt12 christkindlmarkt13부른 배를 좀 꺼트리고 집으로 가기 위해 바로 옆에 위치한 공원을 산책 했다. 크리스마스마켓이 위치한 곳은 Rathausplatz 그리고 공원은 Rathauspark, 그냥 같은 곳이라고 봐도 된다. 공원 곳곳, 숨어있는 곳에도 빠지지 않고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 있었다. 특히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너무 예뻤다. 마켓을 둘러보며 비싸다고 투덜, 별로 특별한 것도 없다고 투덜 댔는데, 한 발짝 떨어진 공원에서 마켓을 보고 있자니 이 모든 것이  “크리스마스 분위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이 추운 날 이 곳에 나와 물건들을 구경하고 Punsch를 마시는 것은 집에 술이 없고 좋은 물건을 사야해서가 아니라,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최대한 느끼기 위한 것이라는 것. 어린 아들 딸들에게 크리스마스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심어주고, 사랑하는 연인들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것.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또 그 나름의 이유가 있고 재미가 있는 거다. 이래서 무엇을 보든 한 발짝 떨어져서 열린 마음으로 봐야하는 건가보다. 아, 크리스마스가 너무 빨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마켓의 매력을 조금 더 느끼게.

마트가 지겨운 당신, Naschmarkt로 가라!

우리나라는 마트만큼이나 재래시장도 많이 활성화가 되어 있는 편이지만, 특히 이 곳 비엔나에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재래시장은 만나보기가 어렵다. 대신 Bila, Spar, Hopfer 등 큰 슈퍼마켓 체인점들이 골목마다 위치하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트에서 식료품 쇼핑을 하는 편이다. 간간히 자리하고 있는 터키 슈퍼에서 조금 더 저렴하게 채소나 야채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한 군데 더 들르는 것도 일이다보니 보통은 마트에서 쇼핑을 마치게 된다. 그런데 마트는 몇 번 가보면 느끼겠지만 우리가 잘 먹는 야채들도 많이 없는 편이고, 늘 신선한 물건들만 있는 것도 아니라 가끔은 시장통 아주머니들에게 채소, 과일을 사 먹던 한국 생활이 그리워진다. 그러던 중, 비엔나도 재래 시장이 있다고 해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naschmarkt 1naschmarkt 2naschmarkt 8이름은 나쉬막트 (Naschmarkt). 이 시장은 16세기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정말 딱 그런 재래시장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우유를 파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우유를 담아 팔던 통이 Asch (독일어로 “재”)로 만들어져서 Aschmarkt라고 불리다가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 딱 들어서면 뭔가 재래시장만의 특유의 느낌이 나면서 여기저기서 맛있는 냄새도 솔솔 풍겨온다. 맨날 마트만 다니다 밖에 선 장을 보니 뭔가 입가에 미소가 사르르.  야외라 괜히 그런 느낌이 드는 건지는 몰라도 채소들 상태도 훨씬 더 싱싱해 보인다.

naschmarkt 11naschmarkt 7naschmarkt 6naschmarkt 9무엇보다 나쉬막트에 와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보통 슈퍼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해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있기 때문. 물론 내가 생물을 사서 요리할 능력은 안되지만 그래도 바다 냄새라도 맡고 눈으로 구경이라도 하고 싶었다. 아, 오스트리아는 왜 바다가 없어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그리운 해산물. 그리고 찬찬히 시장 구경을 해 나가는데 어, 뭔가 좀 이상하다. 시장이면 싱싱한 상품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곳이라는 게 보통의 개념인데, 이 곳의 물건들은 전혀  싸지가 않은거다. 과일도 채소도 마트보다 비싸고, 평소에 보기 힘든 물건들이 많이 있는 대신에 그만큼 비싼 물건들이 대부분. 이제야 이 곳 컨셉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여긴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재래시장이 아니다.

naschmarkt 3naschmarkt 4naschmarkt 5각종 과일, 열매들로 만든 식초를 파는 가게부터, 직접 만든 술을 파는 가게, 직접 만든 사우어 크라우트를 파는 가게 까지 정성이 들어간 물건이니만큼 값은 비싸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나보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못 사가서 안달인 걸 보면. 물론 이 곳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해지면서 가격이 필요 이상으로 좀 비싸진 느낌도 있기는 하다. 둘러보니 여기저기 관광객들 천지다. 주말이라 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벌써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들도 팔고, 역시 오고 있다 겨울이.

naschmarkt 10 naschmarkt 15 naschmarkt 16시장의 다른 끝 쪽으로 향하자 나름 “오리엔탈”한 물건들을 파는 곳이 몰려있었다. 각종 향신료부터 시작해서 아시안 슈퍼까지. 한국 과자, 양념들을 팔고 있는 게 신기하기는 했지만, 괜히 더 비싼 돈 주고 여기서 쇼핑할 필요가 없다. 나에겐 낙원 슈퍼가 있으니까. 그렇게 대충 한바퀴를 돌고나니 슬슬 끝이 보인다. 이 날 구경은 주로 시장 쪽으로만 했지만, 나쉬막트는 오리엔탈한 식당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외식 장소로도 아주 유명한 곳이다. 식사를 위해 꼭 다시 한번 오리 다짐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왠만하면 평일에 다시와야지 주말에는 너무 붐벼서 영 재미가 안 살더라.

naschmarkt 12naschmarkt 13해도 지려고 하고 날씨도 쌀쌀해 집에나 가자 하고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길에, 앞에서 젊은 커플이 끌어안고 물고 빨고 난리다. 먹을 것도 가득하고 구경할 것도 가득하니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긴하다. 전반적으로 좀 더 저렴하면 정말 자주 가겠지만, 그건 뭐 이 곳이 이렇게 생겨 먹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내가 상상하던 재래시장처럼 내가 좀 발품 팔더라도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그런 곳은 아니었지만, 나쉬막트는 나쉬막트만의 매력이 있는 게 아니겠나. 가끔 해산물이 먹고 싶을 때, 밤 날씨 시원한 날 시장 골목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 잔과 함께 맛있고 이국적인 음식들을 맛보고 싶을 때, 그럴 때 오면 완벽한 곳이 바로 이 곳 나쉬막트인 것 같다. 관광지로도 유명하니 비엔나에 들를 일이 있다면 꼭 구경해보자.

도심 속에 펼쳐진 한 편의 동화 같은 곳, PRATER (프라터 공원)

에단 호크가 주연한 <비포 선라이즈>를 본 사람이라면 두 주인공이 첫키스를 나눈 대관람차와 이 놀이공원을 아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비엔나 도심 한 복판에 펼쳐 진 동화 같은 놀이공원, 프라터 공원 (Prater)이 바로 그 곳이다. 역사가 워낙 오래된 곳이다보니 시설이 조금 낙후되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게 을씨년스럽고 못났다기 보다는 오히려 더 멋스러운 느낌이다. 파란 가을 하늘이 예쁜 날, 프라타 공원의 모습은 어떨까.

prater1prater2prater3오후 서너시쯤 여유롭게 프라터 공원으로 들어섰다. 여느 놀이공원과 달리 입장료는 없다. 대신 자유이용권 할인 같은 것도 없다. 엄밀히 말해 놀이 공원이긴 하지만 언제든 가서 산책도 하고 놀이기구도 즐길 수도 있는 편한 느낌의 장소이다. 프라터 공원은 1560년 막스밀리언 2세가 합스부르크 왕가의 오락장으로 개장했다가, 1766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다고 한다. 롯데월드, 에버랜드와는 차원이 다른 빈티지함이랄까. 그림책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아기자기한 매력이 샘솟는다.

prater4prater5prater6생긴 건 이래봬도 온갖 종류의 놀이기구를 갖추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간단한 놀이기구에서부터 어른들도 무서워할 만한 짜릿한 것까지. 평소 높은 곳을 무서워해서 놀이기구를 잘 못타는 편인데,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수십 유로 쓸 뻔 했다. 놀이기구당 가격은 3유로에서 5,6유로까지 다양한데, 그다지 저렴한 편은 아닌 것 같다. 차라리 좀 더 저렴하게 받으면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 놀이기구마다 타는 사람이 없어서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평일이라서 더 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prater7이 곳은 비엔나의 맛집으로 유명한 Schweizerhaus. 전통 음식인 Stelze를 맛 볼 수 있는 곳으로 언제가든 사람들이 북적이는 그런 곳이다. 프라터 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다. Stelze는 돼지 무릎을 구운 요리로 독일식 족발, 슈바인학센(Schweinshaxe)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오스트리아에서는 슈텔체(Steze)라고 부른다고 한다. 껍질 부분이 바삭한 것을 제외하면 식감이 족발과 매우 비슷해서 친숙한 맛이었다. 아, 또 먹고 싶네.

prater8대부분이 만족스러운 프라터 공원이었지만 단 한가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실제 말이 움직이는 마차 놀이기구가 그것이었다. 손님이 오면 말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여야만 하는 그런 가학적인 시스템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냥 회전목마 같은 것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은데 꼭 실제 말들이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사용되야 하나. 아무리 옛날부터 있었던거라고 해도 이런 기구는 없어져도 될 것 같다.

prater11prater9prater10prater12프라터 공원 구석구석을 구경하다보니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비엔나 도처에는 낮에는 100프로 안전하지만 밤에는 되도록이면 가지 말아야 될 곳들이 있는데, 프라터 공원도 그 중 한 곳이다. 24시간 입장이 허락되어 있는, 말 그대로 공원이다보니 한 밤중에는 되도록이면 가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프라터 공원의 상징물이 된 대관람차 인증샷을 남기고 발걸음을 돌렸다.  약속이 있어서 대관람차를 타지는 못했지만 영화에서 봤던 관람차의 내부도 정말 궁금하기에, 다음에는 꼭 타보리.

prater13어른이 되어도 놀이공원에 대한 우리들의 환상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회전목마를 타고 누군가에게 손을 흔들고 싶고, 범퍼카가 꽝꽝 부딪히는 느낌이 좋은 것은 놀이공원이 가진 ‘초현실적인’, 혹은 ‘다른 차원의’ 즐거움의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어려서부터 학습 된 이미지기는 하겠지만, 어딘가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망갈 곳이 따로 있는 도망자가 느낄 것 같은 왠지 모를 안전한 기분이 느껴지는 것 같다. 더 이상 어릴 때처럼 여기 저기 줄 서서 놀이기구를 타고 터무니 없이 비싼 간식을 사먹으며 즐거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놀이공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즐거움 게이지는 빵빵해지는구나.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로 끝나던 초등학교 일기장 같은 하루였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동물원, Tiergarten Schönbrunn (Vienna Zoo)

마음이 지쳤을 때 가면 좋은 곳,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 유년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천진난만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동물원이 아니겠나. 어릴 때 단체 소풍이나 견학으로 동물원을 가면, 신기하고 즐겁기 보다는 부산하고 짜증이 났던 것 같다. 내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해서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더운 날 냄새 나 죽겠는데 줄 맞춰서 걸어야 하고, 더 보고 싶어도 선생님이 가자고 하면 그냥 지나가야 되고, 뭐 그런 것들이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가 동물원은 어른이 되고 난 지금에서야 더 가고 싶고, 생각나는 그런 곳인 것 같다.

P9064213P9064216P9064217P9064218비엔나에 있으면서 꼭 봐야되는 곳들이 참 여러 군데가 있지만 이 쉔브룬 동물원은 정말 꼭 한번 가보기를 추천한다. 우선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동물원이란다. 거기다 궁전 안에 있으니 그 경치가 또 얼마나 아름답겠나. 늘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하고 막상 못 가고 있었는데, 이게 왠 걸. 복권을 사면 입장이 무료인 행사가 진행 중인 걸 알게 되어 버린 거다. 평상시 성인 입장료가 14유로인데, 1.10유로짜리 복권을 사면 공짜로 들어갈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좋은 기횐가. 이게 모두 덕분이다. 평상시에 할인 사이트 한 두개는 알아 두면 참 유용한 것 같다. 할인은 무조건 좋아, 다 좋아. P9064222P9064233P9064240P9064250P9064262신기하게 매표소까지만 해도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는데 입구를 딱 지나자 정겨운 동물원 냄새가 났다. 이 냄새가 왜 역겹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지는지. 들어서자마자 코뿔소와 사슴이 먹이를 먹고 있었는데, 이 친구들을 보자마자 초등학생이 견학 온 듯이 갑자기 막 설레는 마음이 일었다. 뭔가 걸음걸이도 더 귀엽고 신명나진 것 같고. 이 동물들은 맹수가 아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참 울타리가 높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다. 특히 두번 째 사진의 뿔 달린 사슴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 뛰쳐나올 수 있을 것만 같은 허술한 우리 속에 있어서 사진 찍다가 화나게 할까봐 뭔가 무서워지려고까지 했다.  사람들 걸어다니는 곳에 새가 나와 있지를 않나. 정말 가까이서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구나, 싶었다. P9064266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동물원의 꽃은 맹수가 아니겠나. 호랑이, 사자님이 보고 싶어서 안내도를 확인해봤다. 동물원이 어찌나 큰 지. 먹고 쉬고 하면서 놀면 문 닫을 때까지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P9064394P9064269P9064275호랑이는 너무 구석탱이에 숨어 있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재규어와 사자는 비교적 가까이서 잘 볼 수 있었다. 동물원에 오면 늘 느끼는 거지만, 드넓은 벌판에서 사냥하고 살아야 하는 동물들을 너무 작은 우리 속에 가둬두고 구경하는 것이 참 가혹한 것 같다. 특히 재규어는 혼자 있어서 그런지 더 작은 우리에 있는 것 같았고, 정말 답답해 보였다. 사자들도 지쳐서 잠만 자고 있고.  사람인 나도 더운 날씨인데 털 난 동물들은 오죽 하겠나. 씁쓸한 마음을 안고 다음 동물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P9064291P9064288P9064292P9064297Imperial breakfast pavilion은 지금은 카페 겸 레스토랑으로 사용되고 있다. 1~2년 된 인조 건물들만 있는 동물원이 아니라, 궁전 속에, 진짜 숲 속에 지어진 동물원이라는 것을 작은 디테일들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게 쉔브룬 동물원의 진짜 매력이다. 하마도 코알라도 자고 있는 점심 무렵, 기린들은 풀을 뜯어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렇게 크고 육중한데 왜 내 눈엔 다 귀엽게만 보일까. P9064307P9064312P9064315P9064356아쿠아리움에도 귀요미들이 많았는데 신기하게 다 과일들을 먹고 있었다. 열대어들은 멜론을 뜯어먹고, 거북이는 바나나를 뜯어먹고. 원래 얘네들이 먹는 건 저런 음식이 아닐텐데. 먹어도 되는 건가. 나쁜 건 아닌가. 궁금한 게 많았는데 물어볼 데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귀요미들 중의 귀요미는 펭귄이었는데 어찌나 구경꾼들에게 애교가 많은지, 움직임도 많고 귀여워서 눈 떼기가 힘들었다. P9064322 P9064332 P9064337다음은 오랑우탄과 침팬지가 살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오랑우탄 한 마리밖에 없고 나머지들은 어디 있는건지 당최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외에도 쉔브룬 동물원의 유명한 판다도 자리를 비우고 있었고, 광고하던 북금곰도 아직 우리를 짓고 있는 중이어서 놓친 동물들이 꽤 됐다. 그래도 아쉬워할 수만은 없잖아. 박지선 언니 사진에 힘을 얻어서 다음 동물들에게로 고고. 아 진짜 볼수록 박지선 닮았어. P9064360P9064365P9064389P9064403동물원 지도에서 위쪽, 숲 속 코스를 돌아 다시 처음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숲 속 동물원에는 늑대를 비롯해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가축에 해당하는 동물들의 우리가 곳곳에 있었다. (그다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사진은 따로 찍지 않았다. 소, 닭, 토끼 같은 가축들이 있었다.) 제법 긴 코스라 둘러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그래도 울창한 나무 숲 사이로 좋은 공기를 느끼며 산책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본 곰과 원숭이들. 정말 동물들을 원 없이 본 하루 였다. P9064392P9064400P9064409숲에서 내려와 다시 둘러보니 처음엔 동물들에게 집중한다고 보이지 않았던 경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 아래로 보이는 동물원이 너무 예뻤다. 꽃들은 또 어찌나 예쁘게 피어있던지. 냄새나고 먼지 많은 동물원이 아니라 깨끗하고 아름다운 공원같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워서인지 구경꾼들도 정말 많았는데, 아이들과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부터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커플, 관광객들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비록 이번에는 좋은 기회로 공짜로 구경을 하긴 했지만, 14유로의 입장료를 주고 들어왔어도 후회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답고 특별한 동물원, 정말 한 번 볼만 하지 않나.   P9064413동물원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쉔브룬 궁전의 아름다운 자태가 나를 다시 감동 시켰다. 정말 이런 궁전 속에 동물원이 있다니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특별한 것 같다.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하늘 덕분에 더 특별했던 하루였다. 볼 수록 매력 있는 비엔나. 파도파도 그 매력이 끝이 없는 것 같다.

자연사 박물관과 시청 등, 비엔나의 풍경들

어느 도시나 그 도시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겠지만 유럽의 도시들은 참 그런 것들이 잘 보존 되어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백년 된 건물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비엔나를 보면 시멘트 냄새도 채 가시지 않은 서울의 삭막함이 떠오르곤 한다. 뭐든 새로운 것이 좋은 것일 것만 같았던 후진국의 욕심이 우리의 도시를 너무 삭막하게 만들어 버린 건 아닐까. 무분별한 개발으로 사라져버린 초가집, 기와집들이 고스란히 보존 되어 있었더라면 우리 나라의 지금이 훨씬 더 특별하지 않았을까 싶다. 푸념은 여기서 잠시 접어두고 오늘 소개할 곳은, 비엔나의 자연사 박물관과 의회 그리고 시청의 모습이다.

city4city5지난 포스트에서 소개한 Hofburg 궁전과 딱 마주하고 있는 자연사 박물관. 박물관 정원에서도 Hofburg 궁전의 깃발을 볼 수가 있다. 예상할 수 있듯이 이 곳은 센터 중의 센터, 비엔나 시내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왔다 갔다 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사실 슈테판 성당, 자연사 박물관, Hofburg 궁전,  의회, 시청 등의 장소들은 모두 도보로 30분 이내의 거리에 위치 하고 있기 때문에 지도 한 장 들고 걸어서 구석구석 구경하며, 백배커의 정치를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겠다.

city1city3city6박물관 정원에 들어서면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두 건물이 서로 마주 보며 서 있다. 정원 중앙에 놓여있는 저 동상은 저 박물관 안에는 물론 더 흥미로운 것들이 많이 있겠지만 정원 벤치에 앉아서 건물과 정원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곳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총 8,700평의 규모를 자랑하는 이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박물관들에 당당히 그 이름을 대밀 정도로 어마어마한 전시 규모를 자랑한다. 이번에는 비록 박물관 내부의 전시품들은 관람하지 않았지만, 꼭 한번 견학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

city10city2city9성인 일반 요금은 14유로. 여느 예술 박물관과 비교해봐도 지나치게 비싸지 않은 적당한 요금 같다. 학생, 단체 등의 할인이 가능하지만,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으므로 그냥 14유로라고 생각하자. 내가 간 날이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박물관 경치가 더 좋아 보인다. 잘 정돈 된 정원수들, 자그마한 분수대, 정원 중앙에 놓인 동상까지 어느 하나 햇빛 아래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딱 하나 거슬렸던 점. 정원수 속에 들어가서 나무를 흔들어 재끼며 경치를 훼손하고 있던 개념없는 꼬마 아이. 우리 나라 같으면 힘들여 관리한 이 정원을 사람들이 앉아 쉬고 일광욕하는 공간으로 오픈하지 않겠지만, 이 곳 비엔나에선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게 장소를 오픈 해 놓았다. 그럼 공중도덕을 지키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잘 즐기면 되는데,  어딜가나 꼭 이렇게 민폐 부리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 단위로 놀러나온 사람들 같았는데 (관광객처럼 보이진 않았다.) 엄마도 아빠도 아무도 아이를 꾸짖지 않고 잘못을 정정해주지도 않았다. 어찌 클지, 참 안봐도 뻔하다.    

city7city12자연사 박물관에서 한 템포 쉬었다가 시청 쪽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자연사 박물관과 시청 사이에는 오스트리아 의회가 위치하고 있다. 우리 나라 국회 의사당 보다도 오히려 더 소박한 규모인 것 같다. 올 때마다 보수 공사로 깨끗한 풀 샷을 찍지 못 했었는데 드디어 사진 찍기에 성공. 역시나 셔터를 부르는 아름다운 자태다. 저녁무렵이 되어서 그런지 관광객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름 내내 관광객들로 엄청 북적거리는 관광 포인트 중의 하나이다.

P7033464city11city8의회에서 조금만 더 걸어서 올라가면 바로 시청이다. 9월 1일까지 시청 앞을 점령하고 있을 필름 페스티벌의 흔적들. 곧 끝이나겠구나. 여름 밤을 뜨겁게 달구어 주었던 이 필름 페스티벌이 끝나면 뭔가 여름마저 완전히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리고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건데, 이 곳의 시청은 우리 나라의 시청처럼 행정 업무를 해주는 곳이 아니라 시장이 근무하는 곳이자 시청이라는 상징적인 장소일 뿐이란다. 행정업무를 보는 곳은 따로 있다고 하는데, 뭔가 내가 생각하던 시청의 느낌이 아니라서 갑자기 좀 생소했다. 시민들이 직접 들어가서 필요한 것을 해결하는 곳이 시청이지. 그래도 이런 행사들이 철마다 열리는 것을 보니 나름의 개념으로 시민들과 함께 숨쉬는 공간인 것만은 확실하다. 

P7033460덤으로 이 곳은 내가 어학 수업을 듣고 있는 비엔나 대학의 본원 건물. 비엔나 대학은 미국 대학들이나 우리나라 대학들처럼 하나의 캠퍼스에 모든 것이 모여있지 않다. 도시 곳곳에 법대, 약대, 공대 등등의 캠퍼스들이 따로 나뉘어져 있다고 한다. 이 곳에선 수업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학사 관련 행정업무를 볼 수 있는 사무실이 있기때문에 등록 등의 행정 업무가 필요할 때는 이 곳을 찾는다. 여기까지가 오늘 소개할 비엔나의 풍경들이다. 지난 6개월 동안 별 생각 없이 지냈었는데 새삼, 참 내가 좋은 도시에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와는 많이 다른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그들만의 질서와 그들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아름다운 도시, 비엔나. 좋구나.

비엔나의 대통령이 사는 곳, Hofburg Palace (호프부르크 궁전).

한국에 청와대가 있다면 비엔나에는 이 곳, Hofburg 궁전이 있다. 1279년부터 여러 왕들의 정부가 존재 해 왔다는 이 곳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합스부르크 왕가가 겨울 동안 머무르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여름에는 쉔브룬 궁전에 머물렀다고 한다.) 지금은 비엔나의 대통령의 공식적인 거주지이자, 도서관, 박물관, 승마 학교, 공원 등이 위치하고 있는 관광 포인트이기도 하다.

hofburghofburg1hofburg2입구가 여러 군데가 있는데 나는 잔디 밭이 있는 쪽으로 들어가보았다. 한가롭게 누워서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을 배경으로 호프부르크 궁전 전체가 나와있는 지도가 놓여 있다.  지도를 보고 가고 싶은 곳을 찾아 가도 되지만, 너무 넓어서 지도가 꼭 필요한 그 정도의 스케일은 아니므로 그냥 찬찬히 걸어서 돌아봐도 구경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날씨도 좋고 하늘도 파래서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날이었다. 여담이지만, 아직 9월도 오지 않았는데 여긴 이미 가을을 맞이하는 느낌이다. 해도 부쩍 짧아지고 30도는 커녕 25도를 밑도는 기온에 저녁엔 벌써 자켓이 필요한 날씨. 뭔가 아쉽다. 한국은 그래도 9월까진 더운데. 여긴 이제 곧 겨울이 올 것만 같은 느낌이다. 

hofburg3hofburg9hofburg5hofburg8위에서부터 비엔나 세계박물관, 도서관, 대통령 거주지, Prince Eugene of Savoy의 동상이다(사부아카리낭 공자 프랑수아 외젠). 이 날도 가족 단위 관광객들부터 시작해서 단체 관광객들까지 수많은 관광객들이 주변을 관광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름이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시즌이기도 하지만, 정말 유럽의 나라들은 관광수입이 없으면 정말 휘청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딜 가나 세계 각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게 중에는 정말 눈뜨고 보기 힘든 민폐 관광객들도 많은데, 대부분이 아시안 관광객들이다. 경제적으로는 많이 성장해서 이런 곳에 여행도 올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해졌을지 몰라도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 법규를 지키지 않고 그 나라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유발하는 행동을 서슴치 않는 건, 의식이 성장하지 않았다는 증거 아니겠나. 반성해야 된다. 이 곳에서는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이 악명 높다.

hofburg4hofburg6hofburg7hofburg10뻥 뚫린 넓은 부지에 귀티나는 건물들 사이로 공용 화장실이 놓여있는데 이름이 Special Box, Pipi Box라고 되어있어서 뭔가 귀여운 느낌이었다. 쉔브룬 궁전, 벨베데레 궁전에 이어 호프부르크 궁전까지, 비엔나를 관광하다보니 새삼 오스트리아가 과거엔 정말 한가닥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정말 대단하지 않았나. 지금은 유럽에서도 비록 아주 작은 나라에 속하지만(땅 크기는 겸손하지만 경제력은 겸손하지 않다), 예전엔 천하를 호령하던 힘센 국가였다. 그래서인지 궁전 같은 것들은 확실히 볼거리가 풍부하고 스케일도 큰 것 같다. 그리고 링을 따라서 대부분의 중요한 건물들이 거의 다 모여 있기 때문에, 관광을 하기엔 정말 편리한 구조다. 알면 알 수록 볼거리도 많고 매력도 많은 비엔나 그리고 오스트리아. 점점 더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