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센트랄 (Cafe Central) 에서 오리지날 자허 토르테 (Sacher Torte) 맛보기

비엔나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들 중에 ‘비엔나 커피’가 있다. 하지만 비엔나에는 비엔나 커피가 없다. 카페가서 비엔나 커피 주세요 했다가는 망신당하기 쉽상이니 그런 실수는 하지말자. 어쨌든 그만큼 커피하우스는 비엔나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해왔다고 할 수 있는데,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오래 되고 유명한 커피하우스가 있다고 해서 방문을 해보았다. 이름은 카페 센트랄(Cafe Central), 주소는 Herrengasse 14, Wien.

central1central2central3원래는 은행과 주식시장으로 사용되던 건물이라고 하는데, 외부 사진을 많이 못 찍었네.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이 카페는 1876년에 처음 오픈했다고 한다. 이후 정치적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유명 인사들이 둘러 앉아 회의를 하던 곳으로 유명했단다. 물론 지금은 유명한 관광 포인트이자 비엔나 커피 하우스의 조상님으로 불리우며 카페 계를 군림하고 계신다. 밤 10시까지 오픈한다고 하니 여름이 가기 전에 저녁에 한번 다시 들러봐야 겠다. 야외테이블 자리 경쟁은 좀 치열하겠지만, 여름 밤을 로맨틱하게 즐기기에 여느 바 못지 않게 분위기가 좋을 듯.

central4central5central6카페를 들어서자마자 저 아저씨가 누구보다도 먼저 우리를 반겨준다. 관광객들은 저 아저씨 팔짱끼고 사진도 많이 찍더라. 카페를 둘러보니 역사가 오래 된 곳이라 그런지 조금 올드한 느낌이 든다. 낡았다는 느낌이 아니라 조금 촌스러운 느낌이랄까. 그런데도 고급스러운, 아 고풍스럽다고 하면 맞겠다. 복잡하기도 한 카페 센트랄의 매력. 은은한 피아노 연주가 귀를 살 감는 것이 제법 Cheesy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관광객을 제외하고는 나이대가 좀 있는 손님들이 많아 보였다. 깔끔하게 정장을 한 웨이터 아저씨가 메뉴판을 주고 갔다. 한번 봐줘야지 또.

central7central8central9그렇게 비싸지 않은 가격에 식사도 할 수 있고, 커피 차는 물론 여러 종류의 케익도 있다. 메뉴판도 귀티가 잘잘 흐르는 것이 맘에 쏙 든다. 그런데 커피 메뉴 사진이 빠졌네. 이런. 대충 기억하기로는 Melnage 한 잔에 4유로 정도 했던 것 같다. 다른 카페와 비교해서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다. 케익들도 4~5유로 사이. 싸다곤 볼 수 없지만 난 싼 거 먹으러 온 게 아니므로 괜찮다. 우선 커피를 주문하고 레스토랑을 둘러보기로 했다.

central10central11central12우선 케익 진열대. 여기서 직접 보고 고르려고 케익은 같이 주문하지 않았다. 역시 보길 잘했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저 달달한 비주얼. 모두 다 먹고 싶었지만 나는 자허 토르테(Sacher Torte)를 먹어야하므로 패스. 대신 함께 간 이들이 다른 케익들을 주문했으므로 묻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 카페에 울려퍼지던 피아노 사운드는 쌩음악이었던 것이다. 카페 중앙에 피아노가 있으며 연주자가 쉴 틈 없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해준다. 갑자기 퀄리티가 더 업그레이드 된 카페 센트랄. 역시 넌 날 실망시키지 않을 줄 알았어. 카페 한바퀴 했더니 커피가 먼저 나왔다. Wiener Melnage라고 부르는 저 커피는 비엔나 커피들 중의 하나. 카푸치노랑 비슷한듯 다른, 어색하지 않은 착한 맛. 어느 카페에 가나 있고, 가격도 저렴한 착한 커피다. 한모금 마시고 사진 찍었는데, 티나네.

central13central14central15그리고 드디어 케익들이 나왔다. 레드카펫이라도 깔아줘야하나 귀한 몸들 등장에 난 카메라부터. 가장 위의 케익이 내가 먹은 자허 토르테(Sacher Torte)이다. 자허 토르테야 말로 오스트리아의 전통 디저트라고 할 수 있다. 1832년에 Franz Sacher란 오스트리아 사람이 개발한 케익으로 그의 이름을 따서 Sacher Torte라고 부른다고 한다. 쫀득쫀득한 위의 초콜렛 부분과 부드러운 케익이 어우러져 미친 달달함을 자랑한다. 이래서 넌 커피와 찰떡 궁합인게지. 그리고 초코 생크림 케익 하나와 치즈 케익 하나 추가. 셋 다 너무 부드럽고 달달하고 맛있었다. 하지만 역시 갑 중의 갑은 자허 토르테. 이게 맛 없는데서 먹으면 정말 초코빵인지 뭔지 구분이 안 가는데, 여긴 정말 클래스가 다른 맛이었다. 비엔나를 관광해야한다면 꼭 카페 센터랄에서 오리지날 자허 토르테를 맛보기를 추천한다. 역사 깊은 카페도 보고, 전통 케익도 맛 보고,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도 듣고, 얼마나 좋나. 다만 한가지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건 중국인 관광객들의 똥매너. 관광객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시끄럽게 떠들고 카메라 플래쉬 팡팡 터뜨려가며 사진 찍어대고. 아무튼 말도 못하게 민폐였다. 밖에 나가서 민폐부리지 말자. 우리 얼굴에 침 뱉는 거 아니겠나.

허름한 중국집을 생각나게 하는 피자리아, 마피오지(Mafiosi).

왜 원래 진짜 맛집은 좀 오래되고 허름하니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음식 맛만은 최고인 그런 집들이 많지 않나. 그런 곳을 바로 집 근처에서 발견했다. 우리나라 동네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허름하지만 맛은 좋은 중국집을 떠올리게 하는 피자리아, “마피오지 (Mafiosi)”가 바로 그곳이다. Reindorfgasse 15, 1150 Wien/ Tel.8927228/ E-mail.office@pizzeria-mafiosi.at 사실 이 곳으로 이사를 오기 전에 같이 살기로 한 친구가 이 피자리아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릴 적 본인이 이 근처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근방에서 소문난 피자리아가 있었다고. 이전에 살던 집에서 시켜먹던 피자가 하도 맛이 없어서 실망했던 찰나에 이 곳 피자를 먹고는 정말 쾌재를 불렀었다. 하지만 주로 피자를 먹는 건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을 때라든지 만사 귀찮을 때인 경우가 많다보니, 정작 이 곳에 와서 식사를 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한적한 일요일 오전, 먹을 것도 없고 해먹기도 귀찮고 해서 산책 삼아 피자리아나 가보기로 했다.

mafiosi1mafiosi2앞서 언급했듯이 장소 자체는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 그냥 동네 어귀에 하나씩 있는 피자리아 같이 생겼다. 다만 손님이 좀 많다는 점, 배달은 안되고 전화 주문 후 픽업만 된다는 점등이 다른 피자리아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녁 시간에는 제법 괜찮은 호프집의 분위기가 나기도 한다. 언젠가 지나가면서 한번 보니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가게가 북적거리고 있더라. 여러모로 알차게 장사를 잘하는 집인 것 같다.

mafiosi3mafiosi4mafiosi5입구에 들어서니 어제 저녁 장사 후에 빠지지 않은 담배냄새가 연하게 풍겨왔다. 기름진 머리를 뒤로 넘긴 주인 아저씨가 활짝 웃으며 가든으로 가기를 권유했다. 뭐 날씨도 좋고, 홀은 껌껌하니 손님도 없었으므로 가든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우선 건물 안에 가든이 있는 줄 몰랐는데 생각보다 넓은 면적에 놀랐다. 물론 지금 상태로 가든이라고 하기는 매우 누추한 수준이다. 하지만 중간에 분수대도 있고, 벽을 타고 넝쿨도 막 감겨있고, 잘 나가던 전성기에는 꽤나 인기있는 외식 장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너무 낡아서 사실 앉아서 식사하기에 불편했다. 테이블도 덜컹거리고, 거미가 나올 것 같기도 하고. 한 1초간, 그냥 테이크아웃 해서 가지고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인 아저씨 기분이 상할 것 같아서 그냥 먹기로 했다. 그래도 가격만은 착하니, 이 정도 쯤은 감수 해주겠어. 피자 한 판에 우리나라 가격으로 8~9천원이면 정말 저렴하지 않나. 특히나 이곳 물가를 감안하면 정말 저렴하다. 사실 피자리아의 피자 가격은 어딜가나 비슷한 것 같다. 대체 뭐로 만드는지 궁금하지만, 대량으로 좋은 물건 갖다 쓰는거라 믿고 먹기로 한다. 억울하면 집에서 만들어먹는 수 밖에 없으니.   

mafiosi6 mafiosi7 mafiosi8중국집에서 짜장면이 나오는 속도로 피자가 나왔다. 나는 Al Fungi(€4.30)를 M은 Al Capone(€5.60)를 주문했다. 1인 1 피자의 사치를 좀 즐겨 보았다. 우선 사이즈에 입이 떡 벌어진다. 하지만 도우가 얇은 피자니까 괜찮아, 가장자리 안 먹으면 대충 다 먹을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먹기 시작한다. 맛은 고급 이탈리아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그런 최고급의 피자 맛은 물론 아니다만, 다른 피자리아들의 피자와 비교했을 때는 매우 훌륭한 편이다. 냉동피자 느낌도 안나고. 도우도 쫄깃 쫄깃하다. 뭐 얼마나 건강한 음식인지는, 내가 안 만들어서 모르겠다만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한끼를 먹기엔 충분히 훌륭한 식당이다. 물론 나처럼 이 근처에 산다면 가서 먹지 말고 테이크 아웃해서 먹기를 추천하지만 말이다. 내 풍기를 보고있자니, 정말 안 사먹어도 될 것 같이 보인다. 다음엔 피자 만들기에 한번 도전 해 봐야겠다. 공부하러 와서 요리만 늘어가게 생겼네.

Champions에서 F1 Grand Prix 경기 보기

지금 사는 집은 거실도 넓고, 티비도 큼직하고, 소파도 엄청 편해서 앉아서 맥주 한 잔하면서 스포츠 경기 보기에는 정말 환상적인 환경이지만, 혼자 사는 집이 아니다 보니 집에 있고 싶어도 나와야 될 때가 생긴다. 한 친구가 14명의 일가친척을 집으로 초대하는 바람에 꼼짝없이 거실을 뺏기게 된 상황.  그래도 F1 경기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 거기다 시즌 중 가장 흥미진진한 모나코 경기가 있는 날인데. 하필 이럴 때. 췟. 아무튼 그래서 친구들에게 수소문해서 깨끗하고 화면 큰 스포츠 바를 소개 받았다. 독일어 수업 듣는 곳과도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Champions (Parkring 12a – 1010 im Vienna Marriott). 이름부터 챔피언, 누가 스포츠 바 아니랄까봐.

champion1champion2champion3외관부터 뭔가 스포티하다. 오늘 중계표를 확인해보니 우리가 봐야하는 F1 경기가 라인업이 딱. 위풍당당하게 딱 들어섰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없다. F1은 역시 집에서 봐야 제 맛인가.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이 넓은 바도 터져나간다고 하는데, F1은 그 정도는 아닌가보다. 아무튼 가장 비싼 노른자 땅, 그것도 메리어트 호텔 1층에 위치하고 있는만큼 환경은 매우 쾌적하다. 그리고 American Sports Bar 답게 서버들이 영어도 아주 유창하다. 맘에 들었어. 말 안통하는 비엔나 한복판에서 한줄기 빛을 만난 기분. 우선 마른 목을 축이러 라들라(Radler)를 한 잔 주문했다.역시 알콜은 대낮에 마셔야 맛있어. 그래봤자 2도짜리 반쪽 맥주지만.

champion6champion5점심을 거르고 간 관계로 허기도 채우기로 했다. 처음에는 나쵸 같은 핑거푸드만 시킬까 했는데 그런 걸로 채워질 허기가 아님을 직감, 오리지날 치즈 버거를 주문 했다. 음식이 나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이 놈의 인간들이 35분이 지나서야 버거를 가지고 나왔다. 꽃미남 서버가 웃으면서 사과만 안 했으면 그냥 확 따질라고 했는데. 일단 참고 먹겠다. 살찌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비주얼이지만 일단은 배가 고팠던 관계로 폭풍 흡입. 처음 음식이 나왔을 때는 뭐 이정도야 거뜬히 먹겠다 했는데 먹다보니 은근히 양이 많았다. 이 곳 음식은 다 그런 듯. 외식할 때 먹고나서 아 좀 아쉽다 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오랜만에 맛보는 양질의 버거. 맥날, 버거킹 버거들과는 수준이 다른 깊은 고기맛. 이런 게 버거지.

champion4음식을 대충 먹고나서 F1을 관람했다. 어느새 사람들도 좀 모였고 뭔가 스포츠 바에 온 기분이 났다. 앞 테이블에 앉은 아저씨떼들은 아무래도 황금같은 주말에 티비 앞에 앉아 F1이나 보기에는 와이프 눈치가 보이는 중년들 같았다. 아저씨들의 모습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다 비슷한 듯. 모나코 경기였던만큼 사고도 많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경기 딜레이가 너무 많이 되서 생각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아주 볼만 한 경기였다. 페텔이 우승한 거 빼곤. 내 집 거실 소파에 드러누워 보는 거에 비하자면 번거롭고 불편했지만 한번쯤은 뭐 이런데 와서 사람 구경도 하고 버거도 먹고 하는 게 나쁜 것 같진 않다. 매번 일어나는 똑같은 일이라도 조금만 환경을 바꾸면 또 다른 느낌이지 않나. 아저씨들 사이에 껴서 F1 보기. 꽤 신선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오리지날에 가까웠던 한국 식당 “서울 (Seoul)”

비엔나에 올 때마다 매번 친구들과 한국 식당 한군데씩을 방문 해왔다. 하지만 늘 뭔가 조금 부족한, 말하자면 지나치게 현지화 된 맛 때문에 내 입맛에는 맞질 않았다. 하지만 난 여행 중이었고 한국 음식을 먹으러 비엔나에 온 것이 아니므로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막상 여기에서 더 오랜 시간을 머문다고 생각하니 가끔 찾아 고향의 맛을 느낄 식당을 적어도 한 군데는 알아둬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 아는 친구에게 추천 받은 곳. 이름만 들어도 느낌이 딱 오는 한국 식당 서울(Seoul). Praterstraße 26, 1020 Wien. Schwedenplatz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이다. 이 곳을 추천해준 친구의 말에 따르면 근처에 삼성이 있어서 점심 시간이 되면 식당이 직원들로 가득 찬단다. 한국 손님이 많다는 건 그만큼 맛도 한국 음식에 더 가깝다는 거 아니겠나. 기대치가 올라갔다.

seoul1seoul2여러 명의 친구들이 오기로 되어있었는데 우리가 조금 일찍 도착해서 일단 소주 한 병과 해물 파전을 시켰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해물 파전은 사실 해물파전으로 보기가 힘들었다. 한 접시에 10유로나 받으면서, 해물도 없고 파도 없는게 도대체 이게 무슨 해물 파전이라는건지. 물론 재료를 구하는게 힘들다는 건 안다. 그럼 그냥 해물파전 안 파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이건 아무리 봐도 해물파전이 아니니까. 소주도 한국 슈퍼에서 3~4유로를 줘야 한다면 여기서는 한 병에 14유로다. 날 강도가 따로 없다.

seoul4seoul5seoul6seoul7내겐 모든 것이 너무 익숙하고 당연하지만 이 곳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이란 아직 미지의 세계. 쌈을 보고도 멀뚱 멀뚱. 김치를 쳐다보고 이건 뭐냐고 묻질 않나. 갈 길이 먼 친구들이 몇몇 있었다. 왠만해선 고기를 굽지 않는 나이지만, 그런 친구들을 위해서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정성껏 고기를 구워서 직접 쌈 싸먹는 시범을 보이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참, 그렇게도 쌈은 한 입에 먹는게 제 맛이라고 해도 꼭 다 싼 쌈을 베어먹는 애들이 있다. 이마를 한대 톡 때려주고 싶었다. 다들 처음엔 좀 헤매는 듯 했지만  곧 잘 따라 먹었고, 먹고 나선 모두가 칭찬일색. 한국음식 너무 맛있다며 또 오자며. 달달한 간장 양념이 벤 갈비는 사실 누가 먹어도 맛있지 않나. 김치찌개는 사실 좀 호불호가 갈렸다. 특히 이 곳에는 무슬림인 친구들이 많아서 돼지고기가 들어 간 김치찌개를 못 먹는 친구도 있었다. 안됐지만, 김치찌개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야 맛있는걸. 외국에서 김치는 참 먹어도 먹어도 맛있다.

음식의 총 평을 하자면 해물 파전을 제외한 갈비와 김치찌개는 정말 맛있었다. 막걸리도 한 병 먹을 수 있다면 참 좋았을 것 같은데, 소주밖에 없어서 아쉽긴 했다. (어디서든 막걸리를 취급 하는 식당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막걸리라는 술의 특성과 유통 문제때문이겠지.) 그래도 다른 한국 식당들과 비교해서 음식의 질도 맛도 만족스러웠다.

seoul8seoul9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 다같이 Schwedenplatz로 향했다. 아직은 밤공기가 좀 쌀쌀한 4월 말이었지만 대뉴브 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한 잔은 참 끝내줬다. 이 날 따라 달도 훤하게 밝아서 밤 깊어 가는 줄 모르고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Summer Stage Restaurant에서 저녁 식사

어느 도시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비엔나의 여름은 참 버라이어티하다. 도시가 주가 되어서 개최하는 행사들이 많이 있는데, “Summer Stage”는 그 중 꽤 큰 행사에 속한다. 야외 레스토랑, 콘서트부터 시작해서 와인 축제, 어린이들의 축제까지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 시가 참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금을 그렇게 걷어가는데 이런 것도 안하면 날강도들이지.

cityview3cityview4친구 중 하나가 회사에서 아주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을 끝냈다고해서 다같이 모여 맥주나 한 잔 하기로 했다. 어제 날씨도 너무 완벽했으므로 야외에서 한 잔 하려고 대뉴브로 향했다. 크고 작은 노천 바들이 많이 있어서 더운 여름 밤 늦게까지 밖에서 마시고 놀기에 딱이다. 다리 밑은 갖가지 그래피티로 가득 차 있는데, 갈 때마다 그래피티가 바껴있는 걸 보곤 참 역동적인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cityview1cityview2스프리쳐(Spritzer: 와인에 탄산수를 섞은 음료)를 한 두 잔을 마시며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을 먹으러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어젠 하루종일 날이 얼마나 덥던지 정말 고생했다. 기온은 23~4도 밖에 안되고 우리나라 여름처럼 습한 것도 아닌데 햇빛이 어찌나 강렬한지 그 아래 서 있자니 당장이라도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꽃들은 이쁘게 피어있고, 사람들은 무슨 퍼레이드를 하는지 땡볕 아래 자전거를 타고 다니더라. 참 곳곳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는 바쁜 도시다.

summerstage1저녁을 먹기위해 향한 곳은 Summer Stage Restaurant. 이탈리안, 멕시칸, 인디언, 타이 등 여러가지 레스토랑의 종류가 있었는데 우리가 선택한 곳은 캐리비안 레스토랑인 Casa Caribena. 사실은 해산물이 그리웠던 내가 가고싶은 레스토랑이었다.

summerstage2 summerstage3summerstage4Summer Stage 레스토랑은 위 사진에서처럼 야외에 오픈되어 설치되어 있다. 정말 넓게 설치되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테이블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스프리쳐 한 잔을 더 마시면서 찬찬히 메뉴를 살펴보았다. 메뉴의 종류가 그렇게 다양하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여러종류의 칵테일과 해산물들을 판매하고 있어서 내 마음에는 쏙 들었다.

summerstage5 summerstage6M은 코코넛 카레 소스로 요리한 치킨(€10.50)을 나는 구운 야채와 함께 나오는 참치 스테이크(€14.90)를 주문했다. 요리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많이 걸리기는 했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특히 내 참치 스테이크는 입에 넣자 마자 녹아내릴 만큼 부드럽고 허브와 오일이 멋드러지게 어울렸다.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다 먹고 빈 접시를 보는데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정말 비엔나 온 이후로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곳 메뉴 중에 가장 비싼 메뉴라 시키기 전에 잠깐 고민했었는데,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summerstage7완벽했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몇 잔인지 세기도 힘들만큼의 스프리쳐를 마시며 친구들과 긴긴 수다를 나누었다. 집에서 시원하게 맥주나 한 잔하며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는 것도 좋고, 발코니로 나가서 밤바람을 맞으며 누워있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조금 덥고 번거롭더라도 이렇게 야외에 나와서 친구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의미있는 것 같다. 누가 뭐라 해도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최선을 다해서 즐기며 살아야지.

합리적인 가격의 레스토랑 “Einstein”

레스토랑을 고를 때, 굳이 그런 곳만을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가격이 저렴하다고 하면 좀 더 쉽게 가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슈타인 (Einstein) 레스토랑도 그렇게 해서 가게 된 곳 중 하나. 예전에 비엔나에 다니러 왔을 때, 친구 중 하나가 이 곳에서 생일 파티를 했었다. 날씨 좋은 여름 밤이었는데 야외 테이블에 다같이 둘러 앉아서 맥주도 마시고 수다도 떨며 좋은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좀 젊은 분위기의 레스토랑이라고 할까?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저렴하고 맛있는 맛집 같은 곳이다. 위치는 시청에서 (시청을 등지고 서서 왼쪽으로) 조금만 걷다보면 나온다. (Rathausplatz 4, 1010 Wien)

einstein1einstein2넓은 야외 테이블이 인상적인 레스토랑이지만 실내 인테리어도 아기자기하게 예쁘다. 간판에서부터 볼 수 있듯이 이 곳에선 모든 인테리어 포인트가 초록색이다. “DAS GENIALE LOKAL” (영어로 하자면 The genius restaurant 정도?) 라는 문구와 “Einstein”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레스토랑의 모티브는 아인슈타인인 것 같았다. 벽면에 초상화도 걸려있고. 나름의 주제가 있는 레스토랑이라 지루하지 않았다.

einstein3나는 이번에도 Wiener Schnitzel을 M은 Schlemmerschnitzel을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Radler를 한 잔씩 했다. 가격은 레스토랑치고는 그렇게 비싸지 않은 수준. 테이블도 넉넉하고 분위기도 괜찮은 것에 비하면 만족스러운 가격이다. 더군다나 음식이 매우 신선했다. 주문을 하고 15분 20분 정도가 걸려서야 음식이 나왔는데, 사람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금방 요리해서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einstein5einstein4einstein6내 메뉴에 따라나온 감자 샐러드는 참, 맛이 없었다. 슈퍼에서 파는 인스턴트 샐러드만 못한 맛이었다. 너무 건강한 맛이라서 맛이 없었는지 그건 모르겠지만, 새콤한 맛이 너무 덜해서 내 입에는 별로였다. 쉬니츨은 따뜻하고 맛있었는데, 완전히 한 접시를 다 비우기에는 양이 조금 많았다. 그냥 한 조각이랑 샐러드만 먹으면 딱 좋겠는데, 그렇게 파는 레스토랑은 여태 보질 못했다. M이 시킨 Schlemmerschnitzel도 맛이 있었지만 치즈가 너무 많이 들어가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쉬니츨은 레몬즙에 소금만 쳐서 먹는 게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비엔나 쉬니츨을 맛보고 싶다면 관광 중 잠깐 Einstein 레스토랑에 들러 보는 건 어떨까? 위치도 시청 근처라 접근성도 좋고 맛도 가격도 훌륭하니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방문 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