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Stelze(슈텔체)를 먹고 싶다면, Schweizerhaus로.

오늘은 앞서 포스팅한 프라터 공원에 있는 Schweizerhaus(슈바이쳐하우스)와 그 곳의 대표 메뉴, Stelze(슈텔체)를 소개하고자 한다. 슈바이쳐하우스는 프라터 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레스토랑으로 비엔나 시민들의 외식장소로 아주 인기가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놀이 공원 내부에 위치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손님들부터 관광객들까지 다양한 종류의 손님들이 이 곳을 찾는다.

schweizerhaus1schweizerhaus13schweizerhaus2슈바이쳐하우스는 큰 규모의 비어가든으로도 유명한데, 대부분의 손님들이 야외에 앉아서 맥주와 요리를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엄청난 평수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언제가든 손님들로 북적이는 것이 슈바이쳐하우스가 얼마나 인기있는 레스토랑인지를 보여준다. 내가 방문한 시간은 평일 오후였는데도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schweizerhaus3schweizerhaus4이 곳의 대표 메뉴인 슈텔체는 1kg에 16.90유로. 보통 한 덩이를 주문하면 1키로가 조금 넘는다. 하나에 20유로라고 하면 엄청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서녀명이서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양이므로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다. 이 날은 두 명이서 먹었는데 절반 정도의 양 밖에 먹지 못했다. 절대 두 당 시키면 안되는 양이니까 꼭 참고하자.

schweizerhaus5schweizerhaus6슈텔체 한 덩이와 감자튀김을 주문한 뒤 맥주를 마시며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내가 마신 맥주는 레몬맥주로 알려진 Radler(라들러). 맥주와 레모네이드를 섞은 음료라고 보면 된다. 알콜 도수는 2도 정도. 특히 이 곳 라들러는 거품도 풍부하고 맛도 부드러워서 정말 술술 넘어간다. 한 잔에 4유로 정도로 싼 편은 아니지만 맛이 좋으니 꼭 드셔보시길. 비어가든의 정취를 느끼며 어느새 울긋불긋 해진 나뭇잎들을 구경하는 사이에 요리가 나왔다.

schweizerhaus7schweizerhaus8schweizerhaus9schweizerhaus10슈텔체는 사실 Schweinshaxe(슈바인학센)으로 알려진 독일 요리의 오스트리아 버전이라고 보면 되는데, 돼지 무릎을 양념한 뒤 구운 요리이다. 부위가 부위이다보니 우리 나라의 족발과 식감이 비슷해서 우리나라에는 독일식 돼지 족발 요리로 흔히 알려져 있다. 비주얼이 앙증맞아서 생각보다 양이 얼마 안되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먹다보니 둘이서 반을 먹기도 힘들 정도의 양이었다. 사이드 디쉬, 맥주와 함께 먹으면 여자 넷이서도 충분히 먹을 정도의 양이니 참고하자. 겉은 바삭바삭 속은 야들야들 한 것이 얼마나 부드럽고 맛있는지 맥주를 마구 부르는 맛이다. 사실 족발처럼 김치와 소주와 함께 먹어야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는 제격인데, 감자나 빵이랑 먹다보니 조금 느끼한 듯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그래서 양이 많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은 음식은 싸갈 수 있으니 걱정말고 먹자. 나는 남은 슈텔체를 포장해와 다음 날 야채와 고추기름에 함께 볶아 먹었는데 둘쨋날에도 여전히 맛있었다.

schweizerhaus11schweizerhaus12단풍 든 나무 사이로 놀이기구가 쉴새 없이 움직이고, 밖에서는 아이들이 꺄르륵대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 말 그대로 신나는 레스토랑 슈바이쳐하우스. 훌륭한 음식과 맛있는 맥주를 즐기며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오든 거기에 걸맞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비엔나에 놀러 올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슈텔체 정말 맛있다.

실레시아 지방의 요리, Kluski śląskie (Kluski slaskie) 도전

얼마 전에는 폴란드식 만두인 피로기를 만들었었는데, 오늘은 또 다른 폴란드의 가정식 Kluski śląskie에 도전 해보았다. 오스트리아에 와서 폴란드 음식만 만드는게 이상하겠지만, 폴란드인이신 M의 어머니께서 무한 레시피를 제공해주고 계시기 때문에, 자꾸 만들어보게 된다. 제목에서 말한 실레시아 지방(Silesia)은 폴란드 서남부와 체코 동북부에 걸친 지역의 역사적 명칭이다. 여러 민족이 뒤섞여 살았고, 석탄 등의 자원이 풍부하여 이 지역의 귀속을 두고 다툼이 잦았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실레시아] 어쨌든 이 실레시아 지방 중 가장 큰 곳이 바로 폴란드의 브로츠와프라는 도시인데, 이 곳이 바로 M의 어머니의 고향이다. 즉 이 레시피는 오리지날이란 말씀. 요리의 이름인  Kluski śląskie는 영어로 하자면 Silesian dumplings, 실레시아 지방의 만두라는 뜻이다.

Kluski 2Kluski 1우선 재료는 크게 특별할 것이 없다. 샐러드용 감자가 아닌 좀 더 부드러운 감자인 ‘Heurige’ 감자와 감자 전분 가루만 있으면 기본 재료 끝. 소스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추가 재료 준비가 달라지겠지만, 나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양송이 버섯 & 양파 소스를 만들기로. 소스는 기름을 조금 두른 팬에 양파와 양송이 버섯을 넣어 충분히 익혀주고, 마지막에 버터를 조금 넣어주면 끝. 간은 소금과 후추로 한다. 양송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베이컨을 이용해도 좋고, 아예 고기를 이용한 요리를 만들어 얹어 먹어도 좋다. 자자, 그건 취향대로 하기로 하고.

Kluski 3Kluski 4Kluski 5정신없이 요리하다보니 디테일한 사진들을 많이 놓쳤는데 딱히 복잡할 것이 없으니 그냥 말로 설명하겠다. 우선 감자를 소금물에 푹 삶아낸 후 곱게 으깨준다. 이 Heurige  감자는 하도 타박해서 포크로만 뭉개줘도 잘 뭉개지므로 힘들 것은 없다. 그리고 으깬 감자를 충분히 식혀준 후 전분가루를 재료의 1/4만큼 넣어서 만죽을 만든다. (이 때 감자를 충분히 식혀주는 작업이 중요하다. 전날 저녁에 감자를 미리 삶아 두어도 좋다. 감자가 충분히 식지 않으면 반죽이 잘 안 만들어 진다.) 그런 다음 손가락 두세개만한 크기로 빚어서 끓는 물에 데쳐내면 완성. 중간이 살짝 들어가 있는 이유는 소스가 고이게 하기 위함이니 모양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좋다. 생각보다 조금 크게 만들어진 감이 있지만 그래도 맛만 좋다면 무슨 상관이겠나.

Kluski 6데친 반죽에 미리 준비해두었던 양송이 소스를 얹어서 먹으면 요리 완성. 취향에 따라 소금 간을 더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정말 간단하지 않나. 우리나라 수제비도 만들려면 국물도 내야하고 야채도 많이 썰어 넣어야 하는데, 이건 정말 초간단 레시피이다. 물론 소스에 좀 더 공을 들이게 되면 레시피가 더 복잡해질 수도 있겠지만, 양송이 소스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다. 주 재료가 감자이다보니 배도 부르고 감자 특유의 쫀득한 맛이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같다. 폴란드는 주식이 감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감자를 많이 먹는 것 같다. 여러가지 음식을 먹어봤지만 늘 감자가 들어가는 것 같다. 피로기만큼 손이 많이 가지도 않으면서 감자의 맛을 잘 살린, Kluski śląskie. 한번 도전해볼만 하지 않나. 별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서 우리 나라에서도 충분히 쉽게 따라만들 수 있을 거다. 다음엔 꼭 오스트리아 요리를 해봐야지.

도우부터 토핑까지 핸드메이드 피자 만들기

물론 내 블로그는 요리 블로그는 아니지만 이사 후 정말 좋은 주방을 갖게 되었고 시간적 여유도 많아지면서 자꾸 요리에 관심이 가는 것 같다. 한번도 요리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없었는데, 나도 여자였는지 아니면 나이가 드는건지 아무튼 직접 한 요리를 먹는 게 너무 즐겁고 뿌듯하다. 며칠 전 피자리아에서 피자를 먹으면서 도대체 이깟 피자가 뭐길래, 버섯 좀 얹고, 치즈 좀 얹어 나오는 이걸 밖에서 사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우리가 밖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것이 집에서 만들 수 없어서는 아니다. 요리가 하기 싫을 수도 있고, 요리에 투자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도 있고, 밖에서 먹는 음식이 더 좋은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요리해 볼 엄두조차 내지 않고 그냥 밖에서 사먹는 경우가 대부분 인 것 같다. 그래서 한번 해봤다. 그깟 피자.  얼마나 어려운가. 내가 만들어도 맛있을까. 결과는? 대만족.

pizza1pizza2재료 샷이 너무 이쁘게 나왔다. 이른 아침에 찍으며 아직 해가 쨍쨍 안 떠서 사진이 예쁘게 안나올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했다. 재료는 은근히 특별한 게 없다. 밀가루, Germ(이스트), 오레가노, 치즈, 햄, 살라미, 양송이 버섯, 양파, 설탕, 소금, 후추, 피자 허브. 토핑은 원래 취향대로 만드는 거니까 아무거나 올라가도 상관없다. 오늘의 관건은 도우. M 어머니의 레시피대로 만들어봤다. 집에서 만들면 아무래도 사먹는 피자하고 똑같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일단 정직한 재료로 만든다는 거에 의미를 두고 시작.

pizza3pizza4pizza5밀가루 500g을 보울에 담은 뒤 사진에서처럼 중간 부분을 비워둔다. 거기에 Germ 20g을 으깨서 넣고 설탕을 조금 넣은 뒤 미지근한 물과 함께 조금씩 섞어준다. 15분 정도 두면 보글보글 끓어 부풀어 올라온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pizza6pizza7pizza8거기에 오레가노와 소금을 넣고 물을 조금씩 섞어가며 반죽을 해준다. 물은 총 250g 사용했다. 반죽을 하다가 반죽이 질면 밀가루를 조금씩 넣어가며 되직한 정도를 조절하고 완성 된 반죽은 천을 덮어서 30~40분 그냥 둔다. 반죽이 확 부풀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신기한 발효의 세계. 다음에는 치아바타를 꼭 만들어 봐야지 후훗.

pizza9pizza10pizza11다른 재료들은 그냥 얹으면 되지만 버섯은 양파와 같이 익혀서 얹기로 했다. 토핑은 자기가 좋아하는 거 먹고 싶은 거 개인 취향대로 올리면 되니까 난 내스타일대로. 먼저 판에 기름을 조금만 바른 뒤에 도우를 예쁘게 펴 준다. M은 촉촉한 도우를 좋아하므로 좀 두껍게 깔았다. 그리고 토마토 통조림 하나를 쏟아서 펴 바른 뒤에 토핑 투하. 치즈도 좋아하는 만큼 듬뿍. 굽기 전인데도 비주얼이 상큼하다. 175도로 예열 된 오븐에서 20~25분 정도 구워주면 완성.

pizza12pizza13pizza14인내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피자가 완성 됐다. 20분이 아니라 2시간 같았던 기다림의 시간. 고소한 냄새가 나더라니. 역시나 비주얼도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당장 잘라 먹고 싶었지만 인증을 해야되니까 우선 사진부터 찍었다. 렌즈야 너도 먹고 싶니. 왤케 사진 잘 나왔니. 원래 이탈리아 피자같이 얇은 도우는 아니었지만 촉촉하고 푹신푹신한 이 도우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좋은 재료들로 직접 만들어 먹었다는 데 의미가 있었고, 맛도 정말 좋았다. 저 토마토 통조림이 원래 맛있다. 햄하고 살라미도 좋은 걸로 샀고. 물론 시켜 먹는거에 비해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훨씬 비쌌지만,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진 보니 또 먹고 싶네. 참 그러고 보면 피자리아들은 어떻게 장사를 하는지 미스테리하다. 대체 뭘 넣고 만들어야  피자 한판에 4~5유로에 팔 수 있는걸까. 모르는 게 낫겠다. 앞으로 되도록이면 이렇게 만들어 먹도록 해야겠다.

첫 번째 학기 마무리 기념, 첫 번째 바베큐.

2월 말에 비엔나에 도착해서 4개월 동안, 죽을 힘을 다해서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꽤 꾸준하고 열심히 독일어 수업을 들었고 덕분에 좋은 성적으로 이번 학기를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었다. 평상 시에 나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수업 시간에 아주 활발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디가면 시험은 또 기가막히게 잘 보지 않나. 다들 수능 보던 때를 생각하면 못 볼 시험도 없다 사실. 솔직히 나이 들어서 시작한 공부에 자신이 별로 없었는데 모든 항목 “sehr gut” 성적을 받고 나니, 그래 요게 바로 학생 신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이었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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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등록하고 첫 수업을 듣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직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나를 위해 M이 학교까지 데려다 줬고 이렇게 인증샷도 찍어줬다. 서로 이름을 익히기 위해서 이름표를 만들어서 자리 앞에 두고 구텐탁이니 비게츠니 어렵지 않은 내용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었지. 선생님이 독일어만해서 충격 받은 것도 생각난다. 그래도 읽을 수 있는 알파벳이라 얼마나 다행이였는지. 아무튼 모든 게 낯설었던 첫 수업이었는데 어느 새 한학기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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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난 후에 근처에 들를 일이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내가 공부했던 고등학교 건물 앞에서 인증샷 하나 더 남겨주었다. 남는 것은 사진 뿐.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열악했고, 반에 적응도 잘 못했던 것 같다. 19살 20살 친구들 틈에 끼어서 뭔가 겉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영어로 의사소통 안되는 친구도 생각보다 엄청 많았고, 늘 시끄러운 뒷자리 러시아어하는 친구들도 거슬렸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등) 그래도 지나고보니 다 추억인 건, 끝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여유의 말이겠지. 아무튼 끝났다 드디어.  이틀에 거쳐서 시험을 봤는데 시험이 끝난 날 WG 멤버들끼리 조촐하게 첫번째 바베큐를 하기로 했다. 집들이 파티 때 받았던 바베큐 그릴 개시도 할 겸, 나의 방학 기념도 할 겸, 겸사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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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했더니 이미 바베큐 그릴의 숯이 활활타고 있었다. 숯에 불붙이는 거부터 제대로 사진 못 찍어서 아쉽지만, 앞으로도 바베큐는 자주 할 예정이니 괜찮다. 친구들이 삼삼오오 돈을 모아서 선물해 준 바베큐 그릴이라 더 의미가 있다. 선물해 준 친구들을 초대해서 조촐한 바베큐 파티를 할 계획이 있지만, 어쨌든 개시는 우리끼리 먼저 하는 게 순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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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바베큐를 위해서는 양질의 스테이크를 구워야 하겠지만 이번에는 간단히 소세지와 닭고기등 조금 가벼운(?) 메뉴를 선택했다. 사이드로 감자도 좀 굽고, 샐러드도 좀 만들고, 와인도 한 병 열고나서 조촐한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매년 시작만 하는 여름맞이 다이어트 중이지만  이 날만큼은 허리띠 풀어놓고 먹었다. 시험 끝난 해방감에, 집에서 바베큐를 즐기는 만족감에, 여름 밤의 운치까지 더해져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그래도 양심에 너무너무 찔려서 마지막에 구운 마쉬멜로우는 안 먹었는데 아마도 별 차이는 없겠지. 고기 세 판 구워먹고 마지막에 주는 식혜 안먹는거랑 뭐가 다르겠어. 아무튼 이제 방학이다. 세 달 동안 뭐하고 놀지. 헐.

폴란드식 만두, 피로기(Pierogi) 만들기

M의 부모님은 폴란드에서 이민 와 오스트리아 정착하신 분들로 아직도 폴란드 가정의 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계신 분들이다. 오스트리아에 와서 오스트리아 음식 먹기도 바쁘긴하지만, 내가 언제 또 폴란드식 만두를 만들어 보겠나. 기회가 있을 때 잘 배워둬야지. 피로기는 우리나라의 만두 같은 음식으로 폴란드 가정에서 아주 자주먹는 가정식 중의 하나이다. 소로는 여러가지 재료를 넣을 수가 있는데 오늘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해 먹는 감자 소를 넣어서 만들어 보았다. 사실 고기만두 김치만두 같은 것들이 먹고 싶은 심정이어서 더 의욕이 넘쳤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따라 뜨끈한 만두국이 한 접시 하고 싶네. 멸치 다시물에 계란 솔솔 풀어서 뜨끈하게.

pierogi3pierogi1pierogi2우선 소에도 들어가고 토핑에도 들어가는 베이컨 손질부터 시작한다. 베이컨을 아주 작게 자른 다음 후라이팬에 물을 조금 넣고 베이컨을 끓인다. 고소한 냄새와 함께 지글지글 베이컨의 기름이 베어 나올 때쯔음, 역시 아주 잘게 자른 양파를 넣고 함께 끓인다. 이미 이 냄새만으로도 배가 고파온다. 숟가락으로 마구 퍼먹고 싶은 치명적인 향기. 하지만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선 참아야 한다.

pierogi4 pierogi5 pierogi6pierogi7그리고 물에 푹 삶은 감자를 으깬 다음 거기에 코티지 치즈(Cottage Cheese, 독일어로는 Topfen)와 미리 만들어 둔 베이컨을 절반 정도 넣고 섞는다. 간은 소금과 후추면 되는데 후추를 많이, 아주 많이 넣는 것이 포인트. 감자 고로케의 소 같은 맛이 나기도 하고 아무튼 맛있다. 물론 우리 나라의 만두의 일반적인 소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피로기도 고기 소를 넣기도 한다고 하는데, 손도 많이 가고 번거로워서 감자 소가 들어간 것을 더 자주 해 먹는다고 한다.

pierogi8pierogi9 pierogi10pierogi11이제 중요한 반죽을 만들 차례. 아무래도 주부님이 설명을 해주다보니, 정확한 양을 설명해주는 건 좀 힘들었던 것 같다. 나도 우리네 엄마들이 말해주는 것 처럼, 많이, 조금, 적당량 등의 표현으로 배워서 그러니 정확한 양이 없더라도 그냥 사진을 보면서 참고하시라.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나이프로 슥슥슥슥 문지르니 조금씩 반죽이 단단해진다. 만두피 만들 때 우리는 좀 숙성을 시키지만, 피로기는 그런 숙성과정 없이 반죽하자마자 바로 요리 하면 된다.

pierogi12 pierogi13 pierogi14반죽을 밀대로 살짝 밀어서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원하는 모양으로 빚어준다. 사실 우리 나라 만두처럼 예쁘게 만들고 싶었는데 만두 만들 때 그 느낌이 아닌거라, 반죽이. 만드는 것마다 너무 못생겨서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뭐 맛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처음 만드는거니, 모양 같은 건 쿨하게 넘어가자. 주부인 M의 어머니가 평소 요리하시던 양대로 만드시는 바람에 너무 많은 양의 피로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남으면 남은대로 또 먹으면 되니 걱정없다.

pierogi15 pierogi16피로기 빚기가 다 완성 되었으면 끓는 소금 물에 넣고, (아줌마의 말을 빌리자니) 피로기가 물 속에서 헤엄치듯 할 때까지 데쳐준다. 그리고 아까 만들어 놓은 베이컨 양파 토핑에 버터를 살짝 넣고 데운 다음 그걸 피로기 위에 얹어 준다. 비주얼 너무 상큼하지 않나. 사진에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반죽은 그냥 수제비 맛이다. 해물 수제비 먹고 싶네. 그리고 속은 아까 살짝 설명 했듯이 감자 고로케 소 같은 그런 깊은 후추의 맛이랄까. 말로만 들으면 맛이 잘 상상이 안 갈지도 모르겠지만 겉과 속의 맛이 제법 잘 어우러진 맛있는 음식이다. 토핑에 넣은 버터가 고소한 향을 더해주기 때문에 식감을 더 자극한다. 저래뵈도 서너개 먹으면 배가 부른 비용 효율적인 음식. 대여섯명이 먹을 양을 만들어도 원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가난한 학생에게는 최고의 음식인 듯. 외국에 나와있는 김에 이렇게 여러 나라의 음식과 문화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지 않나. 굳이 외국 생활 하면서 밥 해먹고 김치만 먹는 것도 바보짓이다. 다른 곳에 같으면 다른 것을 경험해봐야지. 그 맛에 또 여기저기 다니는 거고. 다음엔 또 뭘 만들어 볼까나.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 Mohnnudeln.

요즘들어 매콤한 떡볶이가 그렇게 먹고 싶었드랬다. 양념이 듬뿍 묻은 오뎅과 라면사리를 후루룩. 엄마가 집에서 해주던 떡볶이에는 오징어도 들어있었는데. 양배추를 듬뿍 넣어도 맛있지. 삶은 계란 하나는 필수. 오뎅 국물 한 사발만 마시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여태 한 번도 해 먹을 생각을 안 했지. 다음에 낙원 슈퍼 갈 때는 떡볶이 거리나 잔뜩 사와야겠다. 아 생각만 해도 군침 돈다. 아무튼 오스트리아에서 떡볶이와 흡사한 비주얼의 음식을 발견했으니, 바로 Mohnnudel이다.

mohn1Mohnnudel은 감자로 만든 떡에 버터, 곱게 간 양귀비씨와 설탕을 넣고 버무려 먹는 음식으로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이다. 하지만 보고 또 봐도 저건 영락없는 떡볶이 떡.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쌀떡이 아니라 감자로 만든 떡이라는 점. 어느 슈퍼에 가나 냉동 코너에서 만나볼 수 있다. 티비 속 재래시장에서는 바로 요리해서 팔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파는 걸 본 적은 없다. 양귀비가 많이 재배되는 Waldviertel 지방의 이름을 따서 Waldviertler Mohnnudeln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mohn5달콤한 음식이니 디저트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전통적으로는 메인 요리로 먹던 음식이란다. 저게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500g짜리 한 팩을 사면 칼로리만 무려 1,000 칼로리. 이런 걸 디저트로 먹었다간 돼지되기 십상. 감자떡의 짭쪼름한 맛에, 양귀비씨 특유의 향과 버터&설탕이 만들어 내는 부드러운 달콤함. 정말 별미 중의 별미다. 물론 내가 먹고 싶은 떡볶이와는 전혀 다른 맛과 매력의 음식이었지만 그래도 아주 만족스러운 한 끼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더 많은 오스트리아 음식을 시도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