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학기 마무리 기념, 첫 번째 바베큐.

2월 말에 비엔나에 도착해서 4개월 동안, 죽을 힘을 다해서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꽤 꾸준하고 열심히 독일어 수업을 들었고 덕분에 좋은 성적으로 이번 학기를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었다. 평상 시에 나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수업 시간에 아주 활발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디가면 시험은 또 기가막히게 잘 보지 않나. 다들 수능 보던 때를 생각하면 못 볼 시험도 없다 사실. 솔직히 나이 들어서 시작한 공부에 자신이 별로 없었는데 모든 항목 “sehr gut” 성적을 받고 나니, 그래 요게 바로 학생 신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이었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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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등록하고 첫 수업을 듣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직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나를 위해 M이 학교까지 데려다 줬고 이렇게 인증샷도 찍어줬다. 서로 이름을 익히기 위해서 이름표를 만들어서 자리 앞에 두고 구텐탁이니 비게츠니 어렵지 않은 내용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었지. 선생님이 독일어만해서 충격 받은 것도 생각난다. 그래도 읽을 수 있는 알파벳이라 얼마나 다행이였는지. 아무튼 모든 게 낯설었던 첫 수업이었는데 어느 새 한학기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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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난 후에 근처에 들를 일이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내가 공부했던 고등학교 건물 앞에서 인증샷 하나 더 남겨주었다. 남는 것은 사진 뿐.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열악했고, 반에 적응도 잘 못했던 것 같다. 19살 20살 친구들 틈에 끼어서 뭔가 겉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영어로 의사소통 안되는 친구도 생각보다 엄청 많았고, 늘 시끄러운 뒷자리 러시아어하는 친구들도 거슬렸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등) 그래도 지나고보니 다 추억인 건, 끝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여유의 말이겠지. 아무튼 끝났다 드디어.  이틀에 거쳐서 시험을 봤는데 시험이 끝난 날 WG 멤버들끼리 조촐하게 첫번째 바베큐를 하기로 했다. 집들이 파티 때 받았던 바베큐 그릴 개시도 할 겸, 나의 방학 기념도 할 겸, 겸사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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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했더니 이미 바베큐 그릴의 숯이 활활타고 있었다. 숯에 불붙이는 거부터 제대로 사진 못 찍어서 아쉽지만, 앞으로도 바베큐는 자주 할 예정이니 괜찮다. 친구들이 삼삼오오 돈을 모아서 선물해 준 바베큐 그릴이라 더 의미가 있다. 선물해 준 친구들을 초대해서 조촐한 바베큐 파티를 할 계획이 있지만, 어쨌든 개시는 우리끼리 먼저 하는 게 순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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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바베큐를 위해서는 양질의 스테이크를 구워야 하겠지만 이번에는 간단히 소세지와 닭고기등 조금 가벼운(?) 메뉴를 선택했다. 사이드로 감자도 좀 굽고, 샐러드도 좀 만들고, 와인도 한 병 열고나서 조촐한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매년 시작만 하는 여름맞이 다이어트 중이지만  이 날만큼은 허리띠 풀어놓고 먹었다. 시험 끝난 해방감에, 집에서 바베큐를 즐기는 만족감에, 여름 밤의 운치까지 더해져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그래도 양심에 너무너무 찔려서 마지막에 구운 마쉬멜로우는 안 먹었는데 아마도 별 차이는 없겠지. 고기 세 판 구워먹고 마지막에 주는 식혜 안먹는거랑 뭐가 다르겠어. 아무튼 이제 방학이다. 세 달 동안 뭐하고 놀지.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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