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코 뜰 새 없이 시작 된 입학 및 비자 준비

비행의 피로가 풀리지도 않은 상태였지만 나에게는 당장 해결해야할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입학 절차. 입학이 완료 되지 않으면 체류허가 또한 신청할 수가 없었기에 나름 긴급한 상황이었다. 비엔나 대학의 시스템 변경으로 한국에서 미리 입학 허가를 받고 비자를 받아 오는 것이 불가능 하게 되어서 오스트리아에 도착 후 직접 체류 허가를 신청해야하는 모험이 불가피한 상태였다. 오스트리아는 어학 연수만으로 체류허가를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대학 정식 입학 절차를 거친 뒤 어학 코스를 들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독일어 능력이 없어도 대학 입학이 가능하고, 대학에서 독일어 코스를 제공한다.) 거기다가 온라인으로 입학 허가를 신청한 뒤에 직접 대학을 방문 해서 듣고자하는 어학 코스를 별도로 신청해야 하고, 은행과 해당 기관을 직접 돌며 입학 절차를 마무리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기도 하다. 새삼 우리 나라의 “빨리 빨리” 시스템이 얼마나 편리한 것이었는지 확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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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조언으로 입학 사무소가 문을 열기도 전인 8시 50분에 대학 건물에 도착. 주변을 돌아보니 나만큼이나 부지런을 떤 학생들이 한 둘 정도 더 있는 듯 했다. 화장은 커녕 눈꼽만 겨우 떼고 서둘러 나온 모습이 챙피할까 걱정했는데, 주변을 돌아보니 다들 추레한 행색이어서 참 다행이었다. 9시가 땡 하면, 뒤로 보이는 기계에서 번호표를 뽑을 수가 있고, 번호표에 표시 된 방으로 들어가면 사무 업무를 볼 수가 있다. 막상 사무실에 들어가면 유창하게 영어를 하는 대학 직원들이 앉아 있지만, 사무실에 들어가기까지의 세부적인 절차는 그 누구도 영어로 설명해주지 않는다. 아는 이 하나 없이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자칫 막막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대학 사무실에 해당 서류들을 제출하면 독일어 코스 비용 납부 고지서를 주고, 그 고지서를 들고 은행에 가서 직접 납부를 한 다음, 그걸 또 자기가 소속된 해당 부서에 제출 해야지만 신청이 완료 된다. 등록금도 클릭 한번으로 다 해결 했던 한국의 대학에 비하자면 참 불편하기 짝이없다.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법. 오스트리아가 원래 이런 걸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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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 1너다섯 시간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보낸 후 넋이 나간 나는 친구들과 주변 숲이나 산책하며 숨을 고르기로 했다. 아 비엔나의 3월은 어찌나 춥던지. 이 곳 사람들에게도 생소하리 만큼 올 해는 겨울이 길었다. 3월 내내 도시는 눈에 덮여 있었고, 온도는 0도 안팎을 겉돌았다. 따뜻한 봄날씨를 상상했었는데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던 건 인정해야겠다. 오자마자 봄이었으면 겨울은 못 보는건데, 겨울도 보고 봄도 봤으니 더 좋다고 생각하지 뭐. 신기하리만치 한겨울 날씨 속에서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체 이 사람들은 이 날씨에 밖에서 뛰고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단 말인가. 여간 오랫동안 단련되지 않고서는 힘들 일이다. 하지만 여긴 전 세계에서 스키 관광을 오는 나라, 오스트리아. 찬찬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신기할 것도 없긴 하다.

forest 3산책을 마치고 근처 카페에 들른 나와 일행은 날씨를 더 제대로 즐기기 위해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뜨거운 커피와 달달한 쿠키를 해치우고 나니 몸이 노곤노곤해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만큼 바빴지만, 새삼 혼자가 아닌 것에 감사하게 되는 하루였던 것 같다. 하루 종일 날 위해 발 빠르게 뛰어준 M과 친구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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