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month: November, 2013

마트가 지겨운 당신, Naschmarkt로 가라!

우리나라는 마트만큼이나 재래시장도 많이 활성화가 되어 있는 편이지만, 특히 이 곳 비엔나에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재래시장은 만나보기가 어렵다. 대신 Bila, Spar, Hopfer 등 큰 슈퍼마켓 체인점들이 골목마다 위치하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트에서 식료품 쇼핑을 하는 편이다. 간간히 자리하고 있는 터키 슈퍼에서 조금 더 저렴하게 채소나 야채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한 군데 더 들르는 것도 일이다보니 보통은 마트에서 쇼핑을 마치게 된다. 그런데 마트는 몇 번 가보면 느끼겠지만 우리가 잘 먹는 야채들도 많이 없는 편이고, 늘 신선한 물건들만 있는 것도 아니라 가끔은 시장통 아주머니들에게 채소, 과일을 사 먹던 한국 생활이 그리워진다. 그러던 중, 비엔나도 재래 시장이 있다고 해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naschmarkt 1naschmarkt 2naschmarkt 8이름은 나쉬막트 (Naschmarkt). 이 시장은 16세기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정말 딱 그런 재래시장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우유를 파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우유를 담아 팔던 통이 Asch (독일어로 “재”)로 만들어져서 Aschmarkt라고 불리다가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 딱 들어서면 뭔가 재래시장만의 특유의 느낌이 나면서 여기저기서 맛있는 냄새도 솔솔 풍겨온다. 맨날 마트만 다니다 밖에 선 장을 보니 뭔가 입가에 미소가 사르르.  야외라 괜히 그런 느낌이 드는 건지는 몰라도 채소들 상태도 훨씬 더 싱싱해 보인다.

naschmarkt 11naschmarkt 7naschmarkt 6naschmarkt 9무엇보다 나쉬막트에 와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보통 슈퍼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해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있기 때문. 물론 내가 생물을 사서 요리할 능력은 안되지만 그래도 바다 냄새라도 맡고 눈으로 구경이라도 하고 싶었다. 아, 오스트리아는 왜 바다가 없어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그리운 해산물. 그리고 찬찬히 시장 구경을 해 나가는데 어, 뭔가 좀 이상하다. 시장이면 싱싱한 상품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곳이라는 게 보통의 개념인데, 이 곳의 물건들은 전혀  싸지가 않은거다. 과일도 채소도 마트보다 비싸고, 평소에 보기 힘든 물건들이 많이 있는 대신에 그만큼 비싼 물건들이 대부분. 이제야 이 곳 컨셉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여긴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재래시장이 아니다.

naschmarkt 3naschmarkt 4naschmarkt 5각종 과일, 열매들로 만든 식초를 파는 가게부터, 직접 만든 술을 파는 가게, 직접 만든 사우어 크라우트를 파는 가게 까지 정성이 들어간 물건이니만큼 값은 비싸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나보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못 사가서 안달인 걸 보면. 물론 이 곳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해지면서 가격이 필요 이상으로 좀 비싸진 느낌도 있기는 하다. 둘러보니 여기저기 관광객들 천지다. 주말이라 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벌써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들도 팔고, 역시 오고 있다 겨울이.

naschmarkt 10 naschmarkt 15 naschmarkt 16시장의 다른 끝 쪽으로 향하자 나름 “오리엔탈”한 물건들을 파는 곳이 몰려있었다. 각종 향신료부터 시작해서 아시안 슈퍼까지. 한국 과자, 양념들을 팔고 있는 게 신기하기는 했지만, 괜히 더 비싼 돈 주고 여기서 쇼핑할 필요가 없다. 나에겐 낙원 슈퍼가 있으니까. 그렇게 대충 한바퀴를 돌고나니 슬슬 끝이 보인다. 이 날 구경은 주로 시장 쪽으로만 했지만, 나쉬막트는 오리엔탈한 식당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외식 장소로도 아주 유명한 곳이다. 식사를 위해 꼭 다시 한번 오리 다짐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왠만하면 평일에 다시와야지 주말에는 너무 붐벼서 영 재미가 안 살더라.

naschmarkt 12naschmarkt 13해도 지려고 하고 날씨도 쌀쌀해 집에나 가자 하고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길에, 앞에서 젊은 커플이 끌어안고 물고 빨고 난리다. 먹을 것도 가득하고 구경할 것도 가득하니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긴하다. 전반적으로 좀 더 저렴하면 정말 자주 가겠지만, 그건 뭐 이 곳이 이렇게 생겨 먹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내가 상상하던 재래시장처럼 내가 좀 발품 팔더라도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그런 곳은 아니었지만, 나쉬막트는 나쉬막트만의 매력이 있는 게 아니겠나. 가끔 해산물이 먹고 싶을 때, 밤 날씨 시원한 날 시장 골목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 잔과 함께 맛있고 이국적인 음식들을 맛보고 싶을 때, 그럴 때 오면 완벽한 곳이 바로 이 곳 나쉬막트인 것 같다. 관광지로도 유명하니 비엔나에 들를 일이 있다면 꼭 구경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