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dtpark (슈타트파크)에서 산책하기

지난 학기 동안 내가 독일어 수업을 들었던 곳은 Schwarzenbergplatz 근처에 있는 한 고등학교이다. 비엔나의 “Ersten Berzirk” (제 1구역), 제일 비싼 노른자 땅 위에 위치한 학교. 집에서도 그렇게 멀지 않고 온갖 중요한 관광지들과도 가까워서 지겹지 않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강의실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STADTPARK는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도심 속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효자공원이라고나 할까. 날씨가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저만의 운치가 있는 아름다운 장소이다.  (U4, Stadtpark)

stadtpark2stadtpark3내가 조깅을 한다는 Auer-Welsbach 공원이 좀 더 나무가 많고 푸른 느낌에 피크닉을 즐기기에 적당한 공원이라면, Stadtpark는 시내 관광에 지쳤을 때, 혹은 사무실에서 잠깐 산책 나와서 커피 한 잔 하고 싶은 분위기의 공원이랄까. 주변에는 온갖 비싼 호텔들(인터콘티넨탈, 메리어트, 그랜드 하야트 등)이 응집되어 있고, 뷰 자체도 도심에서 고립 된 느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느낌이다. 물론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수영복을 입고 누워 있는 모습이 아니고 대부분 잠깐 얘기하러 들른 것 같은 좀 더 점잖은 모습이다. 어르신들도 많고.

stadtpark4stadtpark5특히 슈타트 파크에는 몇 가지 눈여겨 볼 구경거리들도 있는데, 우선 새초롬한 모습의 꽃시계가 그것이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확 사로 잡는 자태가 매력적이다. 두번 째로는 비엔나에서 가장 많이 사진이 찍히는 동상 중 하나라는 Johann Strauss (요한 스트라우스) 기념비이다. 비엔나 하면 또 음악의 도시 아니겠나. 전 세계의 학생들이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 오는 곳. 독일어 수업을 들을 때도 가끔 그 학교 학생들이 성악을 하거나 피아노를 치는 것을 자주 듣게 된다. 고등학교에서 이미 그런 재능들을 키울 수 있다니 역시 음악 교육이 발달한 곳이지 싶다. 꽃밭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요한 스트라우스 동상의 모습이 정말 한 폭의 그림 같다.

stadtpark8stadtpark6stadtpark7물론 이 곳은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녹음이 우거진, 산책을 즐기기에 적합한, 조용하고 풀냄새나는 공원의 풍경도 갖추고 있다. 비엔나라는 도시 자체가 서울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공기가 깨끗한 것도 있지만, 특히나 공원이나 궁전 같은 곳에 들어가면 곧바로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공기 냄새가 녹색이다. 어릴 때 촌에서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풀냄새, 흙냄새 뭐 그런 것들이 참 좋다. 뭔가 정겹고. 물론 대도시에서 굳이 그런 걸 찾아 해멘다는게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컬하기도 하지만, 굳이 하면 안될 이유도 또 없잖아. 어차피 비엔나는 서울에 비하자면 촌이나 마찬가진데. 나무도 많고 풀도 많고 길도 별로 안 크고 건물도 오래되고. 그 이국적인 느낌이 내 눈에 아름다워 보일 뿐이지. 예쁜 촌동네의 시내 느낌이라고 하면 맞겠다.

stadtpark9stadtpark11stadtpark12stadtpark10하지만 여기도 도시는 도시인가, 내가 싫어하는 비둘기들이 어딜 가나 있다. 요 아이들이 퍼덕거릴 때마다 심장이 벌렁벌렁 하는 것 같다. 박테리아들이 다 나한테 떨어지는 것만 같고. 그래도 비둘기 천국까지는 아니고, 오리들도 있어서 뭔가 더 깨끗한 느낌이다. 새끼오리들이 엄마 오리랑 같이 꽥꽥 거리면서 다니는데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요즘 새끼라는 새끼들은 다 귀여운 거 보니 나도 나이가 드나보다. 앉아서 오리들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기분이 노곤노곤 해지는 것 같았다. 높은 하늘에, 푸른 나무와 잔디, 그리고 물 위를 떠다니는 오리들. 가끔 백조 같이 생긴 희고 큰 새들도 보였다. 이 녀석들 물장구 치는 거 찍을라고 팔뚝보다 긴 렌즈를 들고 찍사놀이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이렇게 자연과 도시, 동물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곳이야 말로 정말 공원 중의 공원 아닐까. 한국에는 이런 공원들이 너무 없는 느낌이다. 땅덩이 좁은 것도 있지만 공원 문화 자체가 별로 없는 듯. 도심 속에 이런 거 많이 만들면 공기도 좋아지고 쉴 곳도 생기고 참 좋을 텐데. 없는 땅을 만들어 낼 수도 없고 씁쓸하다. 아무튼 비엔나 관광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여기 꼭 한번 들르면 좋을 것 같다. 바쁜 일정 속에서 여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Champions에서 F1 Grand Prix 경기 보기

지금 사는 집은 거실도 넓고, 티비도 큼직하고, 소파도 엄청 편해서 앉아서 맥주 한 잔하면서 스포츠 경기 보기에는 정말 환상적인 환경이지만, 혼자 사는 집이 아니다 보니 집에 있고 싶어도 나와야 될 때가 생긴다. 한 친구가 14명의 일가친척을 집으로 초대하는 바람에 꼼짝없이 거실을 뺏기게 된 상황.  그래도 F1 경기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 거기다 시즌 중 가장 흥미진진한 모나코 경기가 있는 날인데. 하필 이럴 때. 췟. 아무튼 그래서 친구들에게 수소문해서 깨끗하고 화면 큰 스포츠 바를 소개 받았다. 독일어 수업 듣는 곳과도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Champions (Parkring 12a – 1010 im Vienna Marriott). 이름부터 챔피언, 누가 스포츠 바 아니랄까봐.

champion1champion2champion3외관부터 뭔가 스포티하다. 오늘 중계표를 확인해보니 우리가 봐야하는 F1 경기가 라인업이 딱. 위풍당당하게 딱 들어섰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없다. F1은 역시 집에서 봐야 제 맛인가.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이 넓은 바도 터져나간다고 하는데, F1은 그 정도는 아닌가보다. 아무튼 가장 비싼 노른자 땅, 그것도 메리어트 호텔 1층에 위치하고 있는만큼 환경은 매우 쾌적하다. 그리고 American Sports Bar 답게 서버들이 영어도 아주 유창하다. 맘에 들었어. 말 안통하는 비엔나 한복판에서 한줄기 빛을 만난 기분. 우선 마른 목을 축이러 라들라(Radler)를 한 잔 주문했다.역시 알콜은 대낮에 마셔야 맛있어. 그래봤자 2도짜리 반쪽 맥주지만.

champion6champion5점심을 거르고 간 관계로 허기도 채우기로 했다. 처음에는 나쵸 같은 핑거푸드만 시킬까 했는데 그런 걸로 채워질 허기가 아님을 직감, 오리지날 치즈 버거를 주문 했다. 음식이 나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이 놈의 인간들이 35분이 지나서야 버거를 가지고 나왔다. 꽃미남 서버가 웃으면서 사과만 안 했으면 그냥 확 따질라고 했는데. 일단 참고 먹겠다. 살찌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비주얼이지만 일단은 배가 고팠던 관계로 폭풍 흡입. 처음 음식이 나왔을 때는 뭐 이정도야 거뜬히 먹겠다 했는데 먹다보니 은근히 양이 많았다. 이 곳 음식은 다 그런 듯. 외식할 때 먹고나서 아 좀 아쉽다 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오랜만에 맛보는 양질의 버거. 맥날, 버거킹 버거들과는 수준이 다른 깊은 고기맛. 이런 게 버거지.

champion4음식을 대충 먹고나서 F1을 관람했다. 어느새 사람들도 좀 모였고 뭔가 스포츠 바에 온 기분이 났다. 앞 테이블에 앉은 아저씨떼들은 아무래도 황금같은 주말에 티비 앞에 앉아 F1이나 보기에는 와이프 눈치가 보이는 중년들 같았다. 아저씨들의 모습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다 비슷한 듯. 모나코 경기였던만큼 사고도 많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경기 딜레이가 너무 많이 되서 생각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아주 볼만 한 경기였다. 페텔이 우승한 거 빼곤. 내 집 거실 소파에 드러누워 보는 거에 비하자면 번거롭고 불편했지만 한번쯤은 뭐 이런데 와서 사람 구경도 하고 버거도 먹고 하는 게 나쁜 것 같진 않다. 매번 일어나는 똑같은 일이라도 조금만 환경을 바꾸면 또 다른 느낌이지 않나. 아저씨들 사이에 껴서 F1 보기. 꽤 신선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오스트리아의 별미들

우리 나라엔 떡볶이, 오뎅, 순대, 호떡, 핫도그, 호두과자, 땅콩과자, 군밤, 군고구마, 계란빵, 토스트, 붕어빵 등등의 거리 음식 혹은 간식 거리들이 많지만, 오스트리아의 거리에서는 그렇게까지 다양한 간식거리들을 구경하긴 힘들다. 아 생각하니 군침돈다. 지난 2월 말부터 오뎅 국물이랑 떡볶이, 순대 먹고 싶었는데. 암튼, 여기선 케밥, 피자 같은 이젠 국적이 없어진 음식들이 주로 거리 음식으로 팔린다. 하지만 게 중에서도 오스트리아 음식이라고 불릴만 한 것들이 몇 가지 있어서 소개한다.

lebensmittel2lebensmittel1lebensmittel7우선 첫번째 사진에서 보는 것은 Käsekrainer라고 하는 음식인데 보이는대로 소세지이다. 다만 치즈가 곳곳에 박혀있다는 점. 저 이상의 양은 줘도 못 먹을 정도로, 내 입에는, 느끼한 편이다. 하지만 빵 한조각이랑 함께 먹으면 정말 훌륭한 간식이 된다. 두 번째 사진의 음식은 Leberkäse라고 하는 음식으로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특정 지방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란다. 그냥 정크푸드라고 보면 된다. 온갖 종류의 고기가 들어가 있고 치즈나 파프리카가 박힌 걸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중독적인 맛이다. 주로 Semmel이라고 불리는 빵 사이에 넣어서 먹는데 (Leberkäse Semmel), 나는 배가 별로 고프지 않을 때 가끔 끼니대신 먹기도 한다. 짭조롬하니 기름기 팍 느껴지는 맛이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아버리는 것 같다. 정말 맛있다. 몸에 안 좋은 건 정말 다 맛있다. 마지막 사진에 보이는 음식은 이번에 Donauinselfest에 갔을 때 먹었던 오스트리아의 거리 음식이자 간식거리 중 하나인 Langos. 기름기의 결정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또 너무 맛있다. 아 정말 이러면 살 찌는 걸 막기가 너무 힘든데. 이래서 외쿡 사람들이 그렇게 뚱뚱한건가.

lebensmittel4lebensmittel5오스트리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쉬니츨(Schnitzel).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식당에 가서 먹기도 하고, 테이크 아웃 해와서 먹기도 하고. 아무튼 오스트리아 사람들도 엄청 많이 먹는 오스트리아의 대표 음식이다. 보통 돼지고기로 만든 걸 많이 먹지만 원래 전통 쉬니츨은 송아지 고기로 만든 거다. 물론 비싸다. 취향에 따라서 닭고기로 만들어서 먹기도 한다. 아무튼 여기 와서 내가 제일 자주 먹은 음식이라고 보면 된다. 역시,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자주 먹지 않아야 할 음식. 하, 내가 이 맛있는 음식들을 다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

lebensmittel3마지막으로 저기 보이는 Topfengolatsch라는  빵 역시 오스트리아 거란다. 사실 유럽의 음식을 논할 때는 딱 니꺼다 내꺼다 구분 짓기가 힘들다. 다들 붙어있고 전쟁도 많았고. 사실 쉬니츨도 딱 오스트리아 겁니다, 라고 하기엔 논란이 있다. 어떤 사람은 독일 거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스위스꺼라고 하기도 하고. 국경도 없는 판에 음식 구분 지으랴. 아무튼 오스트리아 친구가 저 빵은 그냥 오스트리아 거란다. 믿어보지 뭐. 안에 크림치즈와 건포도 같은 것들이 들어있는 페스츄리인데, 또 맛있다. 가끔 디저트로 먹곤 했는데 정말 해서는 안될 행동이지 않았나 싶네. 물론 이것 말고도 오스트리아 음식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다만 내가 아직 다 먹어보지 못했을 뿐.

정말 이 곳에 와서 느끼는 거지만, 음식 문화는 우리나라 만큼 다양한 곳이 없는 것 같다. 우선 재료의 폭이 넓다. 여긴 해산물을 안 먹으니,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준다. 아 해물찜 먹고 싶다. 그리고 한식의 조리법이 훨씬 다양하고 정교하다. 집을 나와봐야 집 편한 걸 안다고, 한국에 있을 땐 생각하지 못했던 내 나라의 훌륭함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남의 것, 외국의 것, 특히 서양의 것은 무조건 더 진보한 것일 것 같은 그런 멍청한 생각은 나이를 먹을 수록 자연스레 사라지는 것 같다. 둘러보면 볼 수록 우리나라만 한 곳이 없다. 뭐니뭐니 해도 집이 최고 아니겠나. 그래도 여전히 못 먹어본 걸 먹어보는 건 짜릿한 일이다. 더 많이 먹어보고 더 많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지.

웃음의 전염성

가끔 막 배가 당길 때까지 깔깔 거리고 웃고 싶은데 정작 웃을 일이 없다. 하루에 1분만 웃어도 건강해지고 예뻐지고 살도 빠진다는데. 지금 하루 종일 웃고 싶은 판에 왜 웃을 일이 없나 몰라. 그런데 이 비디오가 나를 웃게 해줬다. 웃음도 하품만큼 전염성이 있구나. 뭔가 심장이 말랑말랑 해지는 기분이다.

비엔나에서 엄마 없이 살아남기

외국에 나와서 생활 할 때마다, 타국 음식들에 물리고 물려서 집 밥이 그리워질 때마다, 엄마가 해주던 정성스런 밑 반찬들, 찰기가 자르르한 갓지은 밥, 그런 것들이 얼마나 그리운지. 아플 때 엄마가 끓여주던 입맛 확 돋는 조개죽, 계절마다 제철 채소들로 무친 나물들, 이거 하나만 있으면 밥 한공기 다 먹는 마약 오징어포 무침, 한번 먹으면 멈출 수 없는 파래 무침, 아, 들기름을 발라서 윤기 차르르하게 구운 김. 집에서 먹던 모든 것들이 너무 먹고 싶어서 아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사실 그 정도로 완벽한 식탁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세상 어디서 밥을 먹어야 엄마가 해준 것 같은 맛있는 밥상을 받아보겠는가. 내가 원하는 건 그냥 평범한 한식. 그런데 그것도 여의치가 않다. 사먹자니 너무 비싸고, 난 정말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고.그래도 어쩌나 살아 남으려면 별 수 없지. 여긴 또 왜 이리 서로 초대 하고 밥 해주는 걸 좋아하는지, 10번 얻어 먹은 뒤에 한국 음식 좀 해달라는데 매번 못한다고 거절하기도 무안하고. 그래서 시작했다. 인터넷 레시피들 속독. 닥치는 대로 만들어 보기. 난 죽을 때까지 마스터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요리의 세계. 벽이 허물어 지는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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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앞서 포스팅 한 적 있는 낙원 슈퍼로 가서 기본 양념들을 구입했다. 간장, 고추장, 물엿, 참기름, 기타 등등. 가장 처음 도전한 건 돼지고기 요리들. 여기서 요리하는 데 가장 장애가 되는 건 한국과 음식 문화가 다르다 보니 원하는 부위의 고기를 원하는대로 손질해서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찌개거리 주세요, 카레거리 주세요 하면 끝인데 여긴 그런 게 없다. 한국 요리에는 주로 얇게 썬 고기들이 많이 사용되는데 여기서 살 수 있는 건 그냥 고깃 덩어리. 그러다보니 다 만들어 놓고 나도 모양새가 영 나지 않아서 종종 속상하다. 비주얼까지 완벽한 한국 음식을 대접해주고 싶은데 뭐 환경이 여의치 않으니 맞춰서 살 수 밖에. 아무튼 고기를 얇게 손질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그냥 쉬니츨 방망이로 두드려서 먹는다. 그럼 고기가 부드러워져서 얇지 않아도 부드러운 느낌이다.

cook3가장 먼저 도전했던 제육 볶음. 사진에서 보다시피 제육볶음이라고 보기 힘들다. 고기때문에. 그래도 맛만은 끝내줬다. 고추장, 간장, 물엿 등등 기본 양념만 넣고 만들었는데도 매콤하니 맛있었다. 맨날 사먹던 제육볶음 너도 사실 별 거 아니었구나. 밑반찬이 없어서 또 기분이 안나는 것도 있다. 보통 집밥 먹으면 반찬통 서너개는 꺼내놓고 밥을 먹는데, 내 냉장고에는 밑반찬이라곤 없으므로. 그래서 뭐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게 없나 생각하다가 엄마가 가끔 해주던 감자 볶음이 생각나서 같이 해봤다. 근데 여기 친구들 별 거도 아닌 감자볶음을 왜 이렇게 맛있게 먹는건지. 그냥 감자가 맛있는거겠지. 김치는 정말 호불호가 갈린다. 좋아하는 친구들은 딱 한번 먹어보고 음~하면 끝까지 좋아한다. 하지만 처음 먹어서 싫은 애들은 끝까지 싫어하는 듯. 왠지 김치 잘 먹는 애들이 더 친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다 좋아도 김치먹고 인상 찌푸리면 정내미가 확 떨어진다. 없어서 못 먹는구만.

cook4다음으로 했던 건 돼지고기 불고기(?). 나도 정체를 모르겠다. 그냥 간장 양념 돼지고기라고 보면 된다. 일단 너무 맛있었다. 고추장 양념과는 다른 느낌. 같은 돼지라도 다른 맛. 하지만 잡채를 넣는 순간 국물은 사라졌고, 사진에서 보다시피 건조한 돼지고기 요리가 되고 말았다. 물이라도 더 넣어어야 하나. 요리 초보자에겐 물 한컵 넣는 것도 무지 고민되는 일인거라. 다 해놓은 요리 망칠까봐. 아, 엄마는 왜 이렇게 멀리 있는 걸까. 전화해서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이 놈의 시차. 그래도 처음 만들어본 거 치고는 꽤 정상적인 맛이나서 신났다. 엄마가 맨날 하면 된다고 하더니 이게 정말 하면 되는 거였구나.

cook5마지막으로는 요즘 자주 해먹는 고추장찌개. 고추장이랑 고기 감자만 있으면 되서 정말 간편하다. 그리고 맛도 있고. 사실은 김치찌개 된장찌개 이런 게 먹고 싶은데, 김치는 찌개 끓여먹기에는 너무 비싸고, 된장은 해물 들어간 걸 좋아해서 또 패스. 국물은 먹고 싶은데 국간장이 없어서 보통 국 끓여먹기도 또 그렇고. 그래서 찾다 찾다 발견한 게 고추장 찌개. 국물 좀 넉넉히 넣고 국인듯 찌개인듯 해서 먹으면 속도 뜨끈뜨끈하고 해장에도 좋다. 한국 사람은 역시 국물이 있어야 된다. 계란이라도 하나 부칠 걸 너무 김치랑만 먹었네. 그래도 정말 배부르고 밥 먹은 것 같은 식사였다. 앞으로 이것저것 훨씬 더 많은 걸 시도해보겠지만 내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죽을 때까지 엄마의 손맛은 따라갈 수가 없겠지. 아 먹고싶다, 엄마밥.

저절로 닫히는 박스와 한판 승부

나는 개인적으로 일제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비디오만은 기발하고 재밌는 것 같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 잘도 만들었네. 근데 왠지 모르게 소름끼치는 이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