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비엔나, 크리스마스마켓 방문기 (Christkindlmarkt)

1년을 통틀어 비엔나가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때, 바로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이 아닐까한다. 도시 곳곳에 들어선 크리스마스마켓(Christkindlmarkt)들과 더불어 온 시내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도대체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에 세금을 얼마나 쏟아 붓는건지 온 시내가 번쩍번쩍. 진정한 크리스마스 정신(?)은 아닌듯 하지만 뭐 요즘 이렇지 않은 곳이 없으니. 독일어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시청 앞 광장(Rathausplatz)에 위치한 크리스마스마켓 구경에 나섰다.

christkindlmarkt1christkindlmarkt2 christkindlmarkt3수업 끝나고 부랴부랴 가느라 아이폰 카메라로 최대한 잘 찍어보려고 노력했다. 우선 마켓에 들어서자마자 Punsch를 한 잔 주문했다. 가격은 한 잔에 4유로 (컵 보증금 2.50유로 별도). 역시 관광객들이 드글거리는 곳이라 그런지 물가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마켓에 와서 Punsch 한 잔을 안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므로 일단 주문.  Punsch는 와인에 차, 과일, 럼주 등을 섞어서 만드는 음료이다. Glühwein이라는 것도 있는데 들어가는 재료는 뭐 거기서 거기, 역시 크리스마스에 마시는 음료이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Punsch는 보통 럼이나 다른 술들이 섞인 것을 말하고 Glühwein은 그냐 와인만 들어간 것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차이는 잘 모르겠단다. 와인을 덥혀 마시는게 우리나라에선 생소하지만, 여기선 겨울에 즐겨먹는 음료다. 맛도 꽤 좋다.

christkindlmarkt4 christkindlmarkt5 christkindlmarkt6따땃한 Punsch를 마시니 배가 살살 고파져서 간단한 간식을 먹기로 했다. Langos는 여기서 흔히 많이들 먹는 길거리 음식. (Donauinselfest에서 처음 먹은 뒤 기름기 쫙 벤 맛에 매료됐다.) 오늘은 안에 소세지가 들어가 있는 Langos로 주문. 가격은 3유로 50으로 뭐 그리 싸지는 않지만 쫀득쫀득 기름기 좔좔 넘치는 매력있는 맛이다. 상상하는 그런 맛, 소화 안되는 맛, 그런데 맛있는 맛이랄까. 사실 여기올 때부터 난 먹으러 온 게 될 것이란 걸 직감했다. 먹는 게 남는 거 라니까 뭐. 아무튼 마켓 구석구석에 종류 별로 간식거리들을 팔고 있으니, 취향에 따라 골라먹는 재미도 있을 듯. 

christkindlmarkt8 christkindlmarkt9IMG_6168 IMG_6169배도 부르겠다 따뜻한 Punsch도 손에 쥐었겠다 이젠 본격적으로 마켓 구경에 나설 차례. 크리스마스에 빠질 수 없는 달다구리들부터 시작해서 장식품,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사실 물건들을 보면서 시청 앞 크리스마스마켓은 정말 관광객들을 노린 곳이구나 싶었다. 가격도 다른 곳에 비해서 비싼 편이고, 크리스마스와 전혀 상관이 없는 물건들도 정말 많았으며 (가령 콜럼비아산 악세사리라든지, 보통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 같은..), 말 그대로 지나가는 사람 열명 중 여덟 명이 관광객이었다. 유럽 어딜 가도 관광객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겠지만 12월의 비엔나는 정말 관광객들로 도시가 꽉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쇼핑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맛있는 간식 먹고 사람 구경 한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christkindlmarkt10 christkindlmarkt11 christkindlmarkt12 christkindlmarkt13부른 배를 좀 꺼트리고 집으로 가기 위해 바로 옆에 위치한 공원을 산책 했다. 크리스마스마켓이 위치한 곳은 Rathausplatz 그리고 공원은 Rathauspark, 그냥 같은 곳이라고 봐도 된다. 공원 곳곳, 숨어있는 곳에도 빠지지 않고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 있었다. 특히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너무 예뻤다. 마켓을 둘러보며 비싸다고 투덜, 별로 특별한 것도 없다고 투덜 댔는데, 한 발짝 떨어진 공원에서 마켓을 보고 있자니 이 모든 것이  “크리스마스 분위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이 추운 날 이 곳에 나와 물건들을 구경하고 Punsch를 마시는 것은 집에 술이 없고 좋은 물건을 사야해서가 아니라,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최대한 느끼기 위한 것이라는 것. 어린 아들 딸들에게 크리스마스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심어주고, 사랑하는 연인들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것.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또 그 나름의 이유가 있고 재미가 있는 거다. 이래서 무엇을 보든 한 발짝 떨어져서 열린 마음으로 봐야하는 건가보다. 아, 크리스마스가 너무 빨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마켓의 매력을 조금 더 느끼게.

마트가 지겨운 당신, Naschmarkt로 가라!

우리나라는 마트만큼이나 재래시장도 많이 활성화가 되어 있는 편이지만, 특히 이 곳 비엔나에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재래시장은 만나보기가 어렵다. 대신 Bila, Spar, Hopfer 등 큰 슈퍼마켓 체인점들이 골목마다 위치하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트에서 식료품 쇼핑을 하는 편이다. 간간히 자리하고 있는 터키 슈퍼에서 조금 더 저렴하게 채소나 야채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한 군데 더 들르는 것도 일이다보니 보통은 마트에서 쇼핑을 마치게 된다. 그런데 마트는 몇 번 가보면 느끼겠지만 우리가 잘 먹는 야채들도 많이 없는 편이고, 늘 신선한 물건들만 있는 것도 아니라 가끔은 시장통 아주머니들에게 채소, 과일을 사 먹던 한국 생활이 그리워진다. 그러던 중, 비엔나도 재래 시장이 있다고 해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naschmarkt 1naschmarkt 2naschmarkt 8이름은 나쉬막트 (Naschmarkt). 이 시장은 16세기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정말 딱 그런 재래시장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우유를 파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우유를 담아 팔던 통이 Asch (독일어로 “재”)로 만들어져서 Aschmarkt라고 불리다가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 딱 들어서면 뭔가 재래시장만의 특유의 느낌이 나면서 여기저기서 맛있는 냄새도 솔솔 풍겨온다. 맨날 마트만 다니다 밖에 선 장을 보니 뭔가 입가에 미소가 사르르.  야외라 괜히 그런 느낌이 드는 건지는 몰라도 채소들 상태도 훨씬 더 싱싱해 보인다.

naschmarkt 11naschmarkt 7naschmarkt 6naschmarkt 9무엇보다 나쉬막트에 와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보통 슈퍼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해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있기 때문. 물론 내가 생물을 사서 요리할 능력은 안되지만 그래도 바다 냄새라도 맡고 눈으로 구경이라도 하고 싶었다. 아, 오스트리아는 왜 바다가 없어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그리운 해산물. 그리고 찬찬히 시장 구경을 해 나가는데 어, 뭔가 좀 이상하다. 시장이면 싱싱한 상품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곳이라는 게 보통의 개념인데, 이 곳의 물건들은 전혀  싸지가 않은거다. 과일도 채소도 마트보다 비싸고, 평소에 보기 힘든 물건들이 많이 있는 대신에 그만큼 비싼 물건들이 대부분. 이제야 이 곳 컨셉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여긴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재래시장이 아니다.

naschmarkt 3naschmarkt 4naschmarkt 5각종 과일, 열매들로 만든 식초를 파는 가게부터, 직접 만든 술을 파는 가게, 직접 만든 사우어 크라우트를 파는 가게 까지 정성이 들어간 물건이니만큼 값은 비싸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나보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못 사가서 안달인 걸 보면. 물론 이 곳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해지면서 가격이 필요 이상으로 좀 비싸진 느낌도 있기는 하다. 둘러보니 여기저기 관광객들 천지다. 주말이라 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벌써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들도 팔고, 역시 오고 있다 겨울이.

naschmarkt 10 naschmarkt 15 naschmarkt 16시장의 다른 끝 쪽으로 향하자 나름 “오리엔탈”한 물건들을 파는 곳이 몰려있었다. 각종 향신료부터 시작해서 아시안 슈퍼까지. 한국 과자, 양념들을 팔고 있는 게 신기하기는 했지만, 괜히 더 비싼 돈 주고 여기서 쇼핑할 필요가 없다. 나에겐 낙원 슈퍼가 있으니까. 그렇게 대충 한바퀴를 돌고나니 슬슬 끝이 보인다. 이 날 구경은 주로 시장 쪽으로만 했지만, 나쉬막트는 오리엔탈한 식당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외식 장소로도 아주 유명한 곳이다. 식사를 위해 꼭 다시 한번 오리 다짐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왠만하면 평일에 다시와야지 주말에는 너무 붐벼서 영 재미가 안 살더라.

naschmarkt 12naschmarkt 13해도 지려고 하고 날씨도 쌀쌀해 집에나 가자 하고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길에, 앞에서 젊은 커플이 끌어안고 물고 빨고 난리다. 먹을 것도 가득하고 구경할 것도 가득하니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긴하다. 전반적으로 좀 더 저렴하면 정말 자주 가겠지만, 그건 뭐 이 곳이 이렇게 생겨 먹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내가 상상하던 재래시장처럼 내가 좀 발품 팔더라도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그런 곳은 아니었지만, 나쉬막트는 나쉬막트만의 매력이 있는 게 아니겠나. 가끔 해산물이 먹고 싶을 때, 밤 날씨 시원한 날 시장 골목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 잔과 함께 맛있고 이국적인 음식들을 맛보고 싶을 때, 그럴 때 오면 완벽한 곳이 바로 이 곳 나쉬막트인 것 같다. 관광지로도 유명하니 비엔나에 들를 일이 있다면 꼭 구경해보자.

오스트리아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Forstau 여행, 그리고 하이킹

비엔나는 물론 말이 필요없는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오스트리아 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를 가진 도시는 아니다. 눈 덮힌 알프스 산맥, 소들이 뛰어노는 넓은 들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깨끗한 호수 그런 것들이 바로 오스트리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이자 오스트리아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오스트리아에 온 지 처음으로 그런 오스트리아의 진정한 매력을 맛 볼 기회가 생겼다. 파란 가을 하늘이 유난히도 예뻤던 지난 주, 친구들과 Salzburg(잘츠부르크)의 Forstau(포어슈타우)에 있는 작은 오두막을 렌트했다. 포어슈타우는 잘츠부르크의 작은 마을로 지리적으로는 Steiermark(슈타이어마크)와 잘츠부르크의 경계에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forstau13forstau1forstau8수많은 산과 들판을 지나서 도착한 Forstau의 첫 인상은 와, 시골이구나. 소들이 코 앞에서 풀을 뜯고 있는데, 여기는 소들도 정말 깨끗하기만 하구나.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들판, 그리고 그 중간에 자리하고 있는 우리의 사랑스러운 오두막을 보니 그저 감격스러웠다. 사진의 오른쪽이 우리가 머문 오두막이다. 정말 뷰가 아름다운 곳이다.  진작에 이런 걸 더 많이 보고 구경했어야하는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다. 혹시라도 이 오두막의 자세한 정보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다음 링크를 클릭하시길. Alpengasthof Draxler. 머무는 일주일 내내 날씨가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날씨가 좋은 날에는 주변을 산책하기도 하고 하이킹을 즐기기도 했다. 사실 하이킹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름다운 다흐슈타인의 절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후딱 지나가곤 했으니까.

DSC_7283DSC_7285forstau4forstau3산에 오르면 버섯들부터 시작해서 블루베리, 라즈베리 같은 것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산에 오를 때는 하나씩 따먹으면서 올라가고 내려오는 길에는 가져갔던 물병에 가득 담아와서 함께 가지 않은 친구들과 나눠 먹었다. 하이킹만 다녀오면 다들 손이고 입술이고 모두 퍼래져서는 돌아왔는데, 어린 시절의 향수 같은 것들이 떠올라 더 즐거웠던 것 같다. 그리고 클로버들 사이에서 (네잎 클로버는 못 찾았았지만 대신) 하트 모양의 풀을 찾았다. 어쩜, 누가 하트 모양으로 오려놓은 듯이 저렇게 반듯하게 하트 모양인지.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놀던 기분으로 여기저기를 신나게 뛰어 논 기분이다.

forstau5forstau6forstau7forstau11힘들게 정상에 오르니 다흐슈타인의 절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푸른 산맥들 너머로 보이는 눈 덮힌 다흐슈타인은 진짜 오스트리아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다흐슈타인의 반대편 슈타이어마크 쪽은 스키로 유명한 곳이란다. 원래 스키를 탈 줄 몰라서 한 번도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전 세계에서 스키 관광을 오는 오스트리아에 있는 만큼 올 겨울에는 스키를 한 번 시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 하이킹 코스라고 해서 따라나섰다가 5시간을 고생하고 하산하는 길, 다리는 조금 후들거렸지만 왠지 마음이 풍성해진 기분. 이래서 사람은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나보다. 뭔가 휑했던 가슴이 꽉 찬 기분이다.

forstau10forstau2forstau14forstau15아무리 아름다운 산도 해가 지고 나면 즐길 길이 없으므로, 저녁엔 술과 게임과 댄스타임이 이어졌다. Bluff와 Werwoolf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들. 그리고 이번 휴가동안 체스 두는 법을 배워서 일주일 내내 친구들과 실컷 뒀다. 아직 제대로 이긴 적은 없지만 승부욕은 계속해서 불타고 있다. 또 오두막 내에 있는 사우나 덕분에 하이킹과 음주의 피로를 효과적으로 풀 수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친구들, 술과 사우나가 있는 신나는 한 주는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친구들과 보낸 시간도 정말 소중하지만 무엇보다도 오스트리아의 진정한 매력을 맛 볼 수 있는 한 주 였기에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비엔나로 돌아온 지 이틀 째, 또 가고 싶다, Forstau!!

최고의 Stelze(슈텔체)를 먹고 싶다면, Schweizerhaus로.

오늘은 앞서 포스팅한 프라터 공원에 있는 Schweizerhaus(슈바이쳐하우스)와 그 곳의 대표 메뉴, Stelze(슈텔체)를 소개하고자 한다. 슈바이쳐하우스는 프라터 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레스토랑으로 비엔나 시민들의 외식장소로 아주 인기가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놀이 공원 내부에 위치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손님들부터 관광객들까지 다양한 종류의 손님들이 이 곳을 찾는다.

schweizerhaus1schweizerhaus13schweizerhaus2슈바이쳐하우스는 큰 규모의 비어가든으로도 유명한데, 대부분의 손님들이 야외에 앉아서 맥주와 요리를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엄청난 평수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언제가든 손님들로 북적이는 것이 슈바이쳐하우스가 얼마나 인기있는 레스토랑인지를 보여준다. 내가 방문한 시간은 평일 오후였는데도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schweizerhaus3schweizerhaus4이 곳의 대표 메뉴인 슈텔체는 1kg에 16.90유로. 보통 한 덩이를 주문하면 1키로가 조금 넘는다. 하나에 20유로라고 하면 엄청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서녀명이서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양이므로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다. 이 날은 두 명이서 먹었는데 절반 정도의 양 밖에 먹지 못했다. 절대 두 당 시키면 안되는 양이니까 꼭 참고하자.

schweizerhaus5schweizerhaus6슈텔체 한 덩이와 감자튀김을 주문한 뒤 맥주를 마시며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내가 마신 맥주는 레몬맥주로 알려진 Radler(라들러). 맥주와 레모네이드를 섞은 음료라고 보면 된다. 알콜 도수는 2도 정도. 특히 이 곳 라들러는 거품도 풍부하고 맛도 부드러워서 정말 술술 넘어간다. 한 잔에 4유로 정도로 싼 편은 아니지만 맛이 좋으니 꼭 드셔보시길. 비어가든의 정취를 느끼며 어느새 울긋불긋 해진 나뭇잎들을 구경하는 사이에 요리가 나왔다.

schweizerhaus7schweizerhaus8schweizerhaus9schweizerhaus10슈텔체는 사실 Schweinshaxe(슈바인학센)으로 알려진 독일 요리의 오스트리아 버전이라고 보면 되는데, 돼지 무릎을 양념한 뒤 구운 요리이다. 부위가 부위이다보니 우리 나라의 족발과 식감이 비슷해서 우리나라에는 독일식 돼지 족발 요리로 흔히 알려져 있다. 비주얼이 앙증맞아서 생각보다 양이 얼마 안되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먹다보니 둘이서 반을 먹기도 힘들 정도의 양이었다. 사이드 디쉬, 맥주와 함께 먹으면 여자 넷이서도 충분히 먹을 정도의 양이니 참고하자. 겉은 바삭바삭 속은 야들야들 한 것이 얼마나 부드럽고 맛있는지 맥주를 마구 부르는 맛이다. 사실 족발처럼 김치와 소주와 함께 먹어야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는 제격인데, 감자나 빵이랑 먹다보니 조금 느끼한 듯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그래서 양이 많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은 음식은 싸갈 수 있으니 걱정말고 먹자. 나는 남은 슈텔체를 포장해와 다음 날 야채와 고추기름에 함께 볶아 먹었는데 둘쨋날에도 여전히 맛있었다.

schweizerhaus11schweizerhaus12단풍 든 나무 사이로 놀이기구가 쉴새 없이 움직이고, 밖에서는 아이들이 꺄르륵대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 말 그대로 신나는 레스토랑 슈바이쳐하우스. 훌륭한 음식과 맛있는 맥주를 즐기며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오든 거기에 걸맞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비엔나에 놀러 올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슈텔체 정말 맛있다.

도심 속에 펼쳐진 한 편의 동화 같은 곳, PRATER (프라터 공원)

에단 호크가 주연한 <비포 선라이즈>를 본 사람이라면 두 주인공이 첫키스를 나눈 대관람차와 이 놀이공원을 아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비엔나 도심 한 복판에 펼쳐 진 동화 같은 놀이공원, 프라터 공원 (Prater)이 바로 그 곳이다. 역사가 워낙 오래된 곳이다보니 시설이 조금 낙후되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게 을씨년스럽고 못났다기 보다는 오히려 더 멋스러운 느낌이다. 파란 가을 하늘이 예쁜 날, 프라타 공원의 모습은 어떨까.

prater1prater2prater3오후 서너시쯤 여유롭게 프라터 공원으로 들어섰다. 여느 놀이공원과 달리 입장료는 없다. 대신 자유이용권 할인 같은 것도 없다. 엄밀히 말해 놀이 공원이긴 하지만 언제든 가서 산책도 하고 놀이기구도 즐길 수도 있는 편한 느낌의 장소이다. 프라터 공원은 1560년 막스밀리언 2세가 합스부르크 왕가의 오락장으로 개장했다가, 1766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다고 한다. 롯데월드, 에버랜드와는 차원이 다른 빈티지함이랄까. 그림책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아기자기한 매력이 샘솟는다.

prater4prater5prater6생긴 건 이래봬도 온갖 종류의 놀이기구를 갖추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간단한 놀이기구에서부터 어른들도 무서워할 만한 짜릿한 것까지. 평소 높은 곳을 무서워해서 놀이기구를 잘 못타는 편인데,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수십 유로 쓸 뻔 했다. 놀이기구당 가격은 3유로에서 5,6유로까지 다양한데, 그다지 저렴한 편은 아닌 것 같다. 차라리 좀 더 저렴하게 받으면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 놀이기구마다 타는 사람이 없어서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평일이라서 더 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prater7이 곳은 비엔나의 맛집으로 유명한 Schweizerhaus. 전통 음식인 Stelze를 맛 볼 수 있는 곳으로 언제가든 사람들이 북적이는 그런 곳이다. 프라터 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다. Stelze는 돼지 무릎을 구운 요리로 독일식 족발, 슈바인학센(Schweinshaxe)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오스트리아에서는 슈텔체(Steze)라고 부른다고 한다. 껍질 부분이 바삭한 것을 제외하면 식감이 족발과 매우 비슷해서 친숙한 맛이었다. 아, 또 먹고 싶네.

prater8대부분이 만족스러운 프라터 공원이었지만 단 한가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실제 말이 움직이는 마차 놀이기구가 그것이었다. 손님이 오면 말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여야만 하는 그런 가학적인 시스템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냥 회전목마 같은 것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은데 꼭 실제 말들이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사용되야 하나. 아무리 옛날부터 있었던거라고 해도 이런 기구는 없어져도 될 것 같다.

prater11prater9prater10prater12프라터 공원 구석구석을 구경하다보니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비엔나 도처에는 낮에는 100프로 안전하지만 밤에는 되도록이면 가지 말아야 될 곳들이 있는데, 프라터 공원도 그 중 한 곳이다. 24시간 입장이 허락되어 있는, 말 그대로 공원이다보니 한 밤중에는 되도록이면 가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프라터 공원의 상징물이 된 대관람차 인증샷을 남기고 발걸음을 돌렸다.  약속이 있어서 대관람차를 타지는 못했지만 영화에서 봤던 관람차의 내부도 정말 궁금하기에, 다음에는 꼭 타보리.

prater13어른이 되어도 놀이공원에 대한 우리들의 환상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회전목마를 타고 누군가에게 손을 흔들고 싶고, 범퍼카가 꽝꽝 부딪히는 느낌이 좋은 것은 놀이공원이 가진 ‘초현실적인’, 혹은 ‘다른 차원의’ 즐거움의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어려서부터 학습 된 이미지기는 하겠지만, 어딘가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망갈 곳이 따로 있는 도망자가 느낄 것 같은 왠지 모를 안전한 기분이 느껴지는 것 같다. 더 이상 어릴 때처럼 여기 저기 줄 서서 놀이기구를 타고 터무니 없이 비싼 간식을 사먹으며 즐거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놀이공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즐거움 게이지는 빵빵해지는구나.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로 끝나던 초등학교 일기장 같은 하루였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동물원, Tiergarten Schönbrunn (Vienna Zoo)

마음이 지쳤을 때 가면 좋은 곳,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 유년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천진난만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동물원이 아니겠나. 어릴 때 단체 소풍이나 견학으로 동물원을 가면, 신기하고 즐겁기 보다는 부산하고 짜증이 났던 것 같다. 내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해서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더운 날 냄새 나 죽겠는데 줄 맞춰서 걸어야 하고, 더 보고 싶어도 선생님이 가자고 하면 그냥 지나가야 되고, 뭐 그런 것들이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가 동물원은 어른이 되고 난 지금에서야 더 가고 싶고, 생각나는 그런 곳인 것 같다.

P9064213P9064216P9064217P9064218비엔나에 있으면서 꼭 봐야되는 곳들이 참 여러 군데가 있지만 이 쉔브룬 동물원은 정말 꼭 한번 가보기를 추천한다. 우선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동물원이란다. 거기다 궁전 안에 있으니 그 경치가 또 얼마나 아름답겠나. 늘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하고 막상 못 가고 있었는데, 이게 왠 걸. 복권을 사면 입장이 무료인 행사가 진행 중인 걸 알게 되어 버린 거다. 평상시 성인 입장료가 14유로인데, 1.10유로짜리 복권을 사면 공짜로 들어갈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좋은 기횐가. 이게 모두 덕분이다. 평상시에 할인 사이트 한 두개는 알아 두면 참 유용한 것 같다. 할인은 무조건 좋아, 다 좋아. P9064222P9064233P9064240P9064250P9064262신기하게 매표소까지만 해도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는데 입구를 딱 지나자 정겨운 동물원 냄새가 났다. 이 냄새가 왜 역겹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지는지. 들어서자마자 코뿔소와 사슴이 먹이를 먹고 있었는데, 이 친구들을 보자마자 초등학생이 견학 온 듯이 갑자기 막 설레는 마음이 일었다. 뭔가 걸음걸이도 더 귀엽고 신명나진 것 같고. 이 동물들은 맹수가 아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참 울타리가 높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다. 특히 두번 째 사진의 뿔 달린 사슴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 뛰쳐나올 수 있을 것만 같은 허술한 우리 속에 있어서 사진 찍다가 화나게 할까봐 뭔가 무서워지려고까지 했다.  사람들 걸어다니는 곳에 새가 나와 있지를 않나. 정말 가까이서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구나, 싶었다. P9064266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동물원의 꽃은 맹수가 아니겠나. 호랑이, 사자님이 보고 싶어서 안내도를 확인해봤다. 동물원이 어찌나 큰 지. 먹고 쉬고 하면서 놀면 문 닫을 때까지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P9064394P9064269P9064275호랑이는 너무 구석탱이에 숨어 있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재규어와 사자는 비교적 가까이서 잘 볼 수 있었다. 동물원에 오면 늘 느끼는 거지만, 드넓은 벌판에서 사냥하고 살아야 하는 동물들을 너무 작은 우리 속에 가둬두고 구경하는 것이 참 가혹한 것 같다. 특히 재규어는 혼자 있어서 그런지 더 작은 우리에 있는 것 같았고, 정말 답답해 보였다. 사자들도 지쳐서 잠만 자고 있고.  사람인 나도 더운 날씨인데 털 난 동물들은 오죽 하겠나. 씁쓸한 마음을 안고 다음 동물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P9064291P9064288P9064292P9064297Imperial breakfast pavilion은 지금은 카페 겸 레스토랑으로 사용되고 있다. 1~2년 된 인조 건물들만 있는 동물원이 아니라, 궁전 속에, 진짜 숲 속에 지어진 동물원이라는 것을 작은 디테일들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게 쉔브룬 동물원의 진짜 매력이다. 하마도 코알라도 자고 있는 점심 무렵, 기린들은 풀을 뜯어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렇게 크고 육중한데 왜 내 눈엔 다 귀엽게만 보일까. P9064307P9064312P9064315P9064356아쿠아리움에도 귀요미들이 많았는데 신기하게 다 과일들을 먹고 있었다. 열대어들은 멜론을 뜯어먹고, 거북이는 바나나를 뜯어먹고. 원래 얘네들이 먹는 건 저런 음식이 아닐텐데. 먹어도 되는 건가. 나쁜 건 아닌가. 궁금한 게 많았는데 물어볼 데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귀요미들 중의 귀요미는 펭귄이었는데 어찌나 구경꾼들에게 애교가 많은지, 움직임도 많고 귀여워서 눈 떼기가 힘들었다. P9064322 P9064332 P9064337다음은 오랑우탄과 침팬지가 살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오랑우탄 한 마리밖에 없고 나머지들은 어디 있는건지 당최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외에도 쉔브룬 동물원의 유명한 판다도 자리를 비우고 있었고, 광고하던 북금곰도 아직 우리를 짓고 있는 중이어서 놓친 동물들이 꽤 됐다. 그래도 아쉬워할 수만은 없잖아. 박지선 언니 사진에 힘을 얻어서 다음 동물들에게로 고고. 아 진짜 볼수록 박지선 닮았어. P9064360P9064365P9064389P9064403동물원 지도에서 위쪽, 숲 속 코스를 돌아 다시 처음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숲 속 동물원에는 늑대를 비롯해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가축에 해당하는 동물들의 우리가 곳곳에 있었다. (그다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사진은 따로 찍지 않았다. 소, 닭, 토끼 같은 가축들이 있었다.) 제법 긴 코스라 둘러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그래도 울창한 나무 숲 사이로 좋은 공기를 느끼며 산책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본 곰과 원숭이들. 정말 동물들을 원 없이 본 하루 였다. P9064392P9064400P9064409숲에서 내려와 다시 둘러보니 처음엔 동물들에게 집중한다고 보이지 않았던 경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 아래로 보이는 동물원이 너무 예뻤다. 꽃들은 또 어찌나 예쁘게 피어있던지. 냄새나고 먼지 많은 동물원이 아니라 깨끗하고 아름다운 공원같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워서인지 구경꾼들도 정말 많았는데, 아이들과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부터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커플, 관광객들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비록 이번에는 좋은 기회로 공짜로 구경을 하긴 했지만, 14유로의 입장료를 주고 들어왔어도 후회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답고 특별한 동물원, 정말 한 번 볼만 하지 않나.   P9064413동물원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쉔브룬 궁전의 아름다운 자태가 나를 다시 감동 시켰다. 정말 이런 궁전 속에 동물원이 있다니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특별한 것 같다.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하늘 덕분에 더 특별했던 하루였다. 볼 수록 매력 있는 비엔나. 파도파도 그 매력이 끝이 없는 것 같다.